국민연금 수급자 중 여성은 34%
기초연금 수급자, 여성이 남성 2배

 

기초생활보장제도나 국민연금, 기초연금이라는 사회보장제도가 있지만 삶을 스스로 포기하는 사람들 중에 여성이나 여성으로 구성된 가족들이 많은 것은 우연일까? 그리고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기초연금 수급자의 수가 남성보다 여성이 2배 가깝다는 사실은 어떤 의미인가?

1990년대 이후부터는 사회보장제도에 젠더관점이 도입되고 친여성적이라고 내세우는 사회복지 정책들이 시행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노년여성들을 비껴나간 사회안전망을 어떻게 진단해야하는가? 지난 10월 말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한국의 노동시장과 노동시장에 기반을 둔 사회보험 방식과 젠더평등한 사회보장은 조응할 수 없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즉, 노동시장의 성차별이 사회보험에 그대로 반영되었고, 노동시장에서 열악한 위치에 있는 여성들은 오히려 한국 사회보장제도의 몰성적인 지점과 신자유주의로 인해 이중차별을 받는 위치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노동시장에서의 젠더차별은 복지국가 체계에서 조정되거나 고려되지 못했고, 여성들은 선별주의적 할당이나 공공부조의 수혜대상이 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 결과 대표적인 사회보험 제도인 국민연금 수급 현황에서 2019년 6월 기준 국민연금 수급자는 남성이 66%, 여성이 34%이며, 2018년 기준 여성 수급자의 노령연금 지급액 비율은 남성 수급자의 28%에 불과했다. 그리고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기초연금 수급자의 숫자는 여성의 수가 남성의 2배에 가깝다.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로 그 격차는 줄어들고 있지만,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이나 특수고용직 종사자가가 많아 고용기간이 길지 않고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을 받는 여성들은 국민연금제도만으로는 노후소득보장이 어려우며 이는 곧 여성노인의 빈곤으로 연결되고 있다. 국민연금제도는 장기간 가입할수록 유리하고 기여정도에 따라 수급액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젠더불평등한 요소를 국민연금제도는 출산크레딧, 임의가입, 추가납부 등의 방법으로 보완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출산크레딧은 여성을 노동자보다는 재생산의 주체로 인정하려는 방식이며 출산하는 몸과 그렇지 않은 몸으로 구분하여 차별적으로 인정하는 문제가 있고 임의가입과 추가납부는 노동시장 내 지위가 취약한 여성들에게는 오히려 실효성이 떨어진다. 또한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은 국민연금보다는 여성노인 빈곤 해소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긴 하지만 이는 젠더불평등은 건드리지 않는 방식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없는 한계가 있다.

여성운동에서는 오래전부터 여성을 파생적 수급자로 상정하지 않는 ‘1인 1연금’을 주장해왔다. 이는 남성생계부양자와 가족 중심인 한국의 사회복지제도가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개인’ 중심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노동시장 중심으로 설계된 사회보험제도와 노동시장 참여와 임금 차별이 존재하는 한 ‘1인 1연금’ 제도도 젠더평등의 효과를 가지기 힘들다. 이는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 해소를 전제로 여성의 독립수급권 보장이 강화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노동시장 내부의 구조적인 젠더차별 해소 없이 파편적인 정책으로는 젠더 평등한 복지국가 실현에는 한계가 있다. 자본주의가 여성에게 강요한 무불 돌봄노동이나 신자유주의가 특정 계층 여성들에게 전가한 저임금 돌봄노동을 사회적 돌봄노동 구조로 재편하는 논의 없이는 차별적구조를 재생산하거나 여성내부의 계층적 위계화를 강화할 우려가 있다. 젠더관점의 사회보장정책이란 현재의 제도 안에서 적극적 차별 해소 정책이나 보호 정책만이 아니라 근본적인 성차별적 구조를 해소하는 방안이 병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여성노인들의 빈곤에는 이유가 있다. 평생 노동을 하지만 무불이거나 노동시장에서 차별적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려지고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여성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인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은주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
박은주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