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핑크 아들은 파랑, 성별잔치 할 일인가요?
딸은 핑크 아들은 파랑, 성별잔치 할 일인가요?
  • 진혜민 기자
  • 승인 2019.11.20 07:55
  • 수정 2019-11-20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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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파랑, 여자는 분홍
성 고정관념 그대로 반영한
미국 성별 공개 파티 논란
과도한 이벤트로 인명피해도
젠더 리빌 케이크 ⓒ위키백과
여자 아이임을 알리는 젠더 리빌 케이크 ⓒ위키백과

최근 해외에서는 아이의 성별을 공개하는 파티인 ‘젠더 리빌 파티’(Gender Reveal Party)를 벌이다 큰 사고로 이어지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또한 특정한 색으로 성 고정관념을 심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월 미국 테네시 녹스빌에서 한 아이의 할머니가 젠더 리빌 파티 참석했다가 폭죽 폭발물에 맞아 사망해 논란이 됐다. 9월에는 미국 텍사스에서 분홍색 물을 가득 실은 헬기 한 대가 댈러스 북부의 한 마을에 떨어지며 조종사가 부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어 7월에도 호주에서 ‘자동차 배기가스 색’을 통해 아이 성별을 공개하려던 가족이 자동차가 화염에 휩싸이면서 대피하는 사고도 있었다. 2017년 애리조나에서는 한 젠더 리빌 파티로 인해 고속도로 주변으로 큰 불이 나기도 했다. 당시 화재로 800명의 소방관이 출동하고 수백명이 대피했다.

젠더 리빌 파티는 미국·유럽 등지에서 유행하는 문화로 의사로부터 뱃속 아기의 성별을 확인해 부모·친구·가족들과 함께 이를 공개하는 이벤트다. 국내와 달리 남아선호 사상이 뚜렷하지 않은 미국에서는 태아의 성별을 의사가 합법적으로 알려줄 수 있다.

국내에서는 태아 성 감별 행위 등이 금지다. 의료법 제20조에 따르면 의료인은 태아 성 감별을 목적으로 임부를 진찰하거나 검사해서는 안 된다. 같은 목적을 위한 다른 사람의 행위를 도울 수도 없다. 또한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나 임부를 진찰하거나 검사하면서 알게 된 태아의 성(性)을 임부·임부의 가족·그 밖의 다른 사람이 알게 해서도 안 된다.

블로거인 카르부니디스(39·Jenna Karvunidis)는 2008년 자녀의 성별 공개 파티에 대해 게시물을 올렸다. 이후 게시물이 다양한 매체에 소개되며 젠더 리빌 파티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젠더 리빌 파티는 일반적으로 임신 중반에 하며 케이크·풍선 등에 여자 아이면 분홍색, 남자 아이면 파란색으로 색깔을 표시해 성별을 인식하게 한다. 최근에는 성별을 알릴 수 있는 방식들이 다양해지고 있다. 다만 그에 따른 인명피해도 만만치 않다.

젠더 리빌 파티가 차츰 국내에도 전파되기 시작하자 의견이 분분하다다. 한 누리꾼 p****씨는 “특정 색을 정해서 아이 성별을 알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 k****씨는 “파티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위험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닐까”라며 “성 고정관념 때문에, 성소수자들 때문에 하지 말라는 것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a****씨는 “요즘에는 성별에 대한 경계가 이분법적이지 않다”며 “시대를 반영해 문화도 바뀌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처음으로 젠더 리빌 파티를 전파한 카르부니디스는 이 파티를 연 것에 대해 여러모로 후회한다고 영국 정론지인 ‘가디언’(The Guardiam)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카르부니디스는 파티를 열게 된 계기에 대해 “나는 몇 번의 유산을 겪으며 임신 중에 아이가 여성인지 남성인지 알 수 있게 돼 기쁜 마음으로 파티를 열었다”며 “그러나 파티에 대해 다양한 문제제기가 되면서 내가 나쁜 것을 확산시켰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드레스보다는 정장과 블레이저를 입는 것을 더 좋아하는 내 딸로 인해 성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달았다”며 “우리가 아이의 성별을 축하할 때 그 아이의 삶이 어떨지, 어떤 종류의 옷이나 색을 선호할지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파티를 열 수는 있지만 애초에 성별은 한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자”라고 덧붙였다.

젠더 리빌 파티와 비슷한 맥락인 ‘베이비 샤워’(Baby Shower)도 문화적 변화를 거듭해왔다. 베이비샤워는 18세기부터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태어날 아기에게 축복과 선물이 샤워처럼 쏟아져 오라는 의미로 예비 엄마에게 선물을 주는 문화다. 전통적으로는 임산부나 파티에 초대된 여성들만 참석할 수 있었지만 현대에 와서는 임신한 아내와 남편이 함께 성별을 규정짓지 않고 파티를 연다. 실내 장식 또한 여자 아이는 분홍색, 남자 아이는 파란색 계통으로 꾸미는 편이었지만 요즘에는 성차별적인 요소로 보일 수 있어 색깔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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