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피해자와 유족 20명
일본 정부 손배소 첫 변론기일
일본 정부 측은 불출석

이용수(왼쪽 두번째) 할머니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3년 만에 개시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일본정부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을 맞는 피해자 및 시민사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광옥 변호사, 이용수, 길원옥, 이옥선 할머니 ⓒ뉴시스·여성신문
이용수(왼쪽 두번째) 할머니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3년 만에 개시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일본정부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을 맞는 피해자 및 시민사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광옥 변호사, 이용수, 길원옥, 이옥선 할머니 ⓒ뉴시스·여성신문

“일본은 당당하면 재판에 나오라, 소녀상이 무서우면 사죄하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와 유족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1차 변론 기일을 맞아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피해자인 길원옥(91)·이옥선(92)·이용수(91) 할머니는 일본 정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13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일본군‘위안부’피해자인 길원옥·이옥선·이용수 할머니와 이상희·류광옥 민변 일본군‘위안부’문제 대응 TF 변호사가 참석했다.

기자회견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자신을 ‘역사의 산증인’이라고 소개를 했다. 그는 “일본은 당당하지 못하다. 당당하다면 재판에 나오라”며 “일본은 소녀상이 무서우면 사죄를 하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세계가 아는 위안부 문제를 반드시 유네스코에 등재해야 한다. 일본은 이를 절대 방해하지 말고 협조하라”며 “자라나는 학생들에도 올바른 역사를 공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돈이 아니다.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30년이 됐다”라고 일본 정부를 규탄했다.

이옥선 할머니도 “일본은 범죄를 인정하고 사죄와 배상을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용수 할머니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3년 만에 개시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일본정부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을 맞는 피해자 및 시민사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용수 할머니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3년 만에 개시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일본정부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을 맞는 피해자 및 시민사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상희 민변 일본군‘위안부’ 문제 대응 TF 변호사는 재판이 3년 만에 열린 이유에 대해 “그동안 일본 정부에 송달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세 차례나 반송됐다”며 “한 번은 소장의 한글 원본과 일본 번역본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였다. 나머지 두 번은 ‘주권 침해에 해당한다’라는 헤이그협약을 근거로 일본 정부가 소장을 반송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법원에서 재판이 열리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변호사는 “일본 법원에서 네 차례 소송을 진행했지만 패소됐다”며 “패소 이유로 ‘소멸시효가 지났다’, ‘이미 해결됐다’, ‘국가는 책임지지 않는다’ 등을 제시해 일본 법원에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일본군‘위안부’문제를 반인도적 범죄로 보고 일본 정부에게 법적 책임을 인정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며 “이에 국가 간 합의가 아닌 피해자 개인으로서 권리 투쟁에 나서게 됐다”고 했다.

류광옥 변호사는 소송의 법적 쟁점에 대해 피해자들의 피해 사실을 드러내 일본의 불법행위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 변호사는 “위안부에 관한 역사적 사실이 밝혀져 있고 그동안 할머니들이 피해 사실을 구술 기록으로도 남겨 놨다”며 “이 모든 것들을 법원에 제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권면제의 적용에 대해 “국제인권법 학회에서 활발한 논의가 있다”며 “국내 전문가뿐 아니라 해외 전문가도 증인으로 세워 일본의 법적 책임을 입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한경희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은 “이 자리에 함께 한 할머니 세 분은 90세가 넘은 연세에 거동도 힘들다”며 “30년 동안 김복동 할머니를 비롯해 많은 분들이 절실하게 일본의 법적 사죄를 외쳐왔다. 이번 할머니들의 소송은 그간 절실했던 외침의 무게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소송을 통해 한·일 합의 망령이 걷어져 더 이상 피해자의 입을 막고 손과 발을 묶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역사적 사실들이 명명백백하게 기록돼 할머니들의 인권이 회복되는 길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유석동 부장판사)는 고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등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1차 변론 기일을 열었다. 일본 정부 측은 이날 첫 변론 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지난 5월 한국 정부에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2015년 한·일 합의를 통해 해결됐으며 국제법상 주권면제 원칙에 따라 소송이 각하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혀 왔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측은 국가 간의 합의로 피해자 개인의 배상청구권은 소멸될 수 없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재판이 연기되며 원고 중 곽예남·김복동 할머니는 올해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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