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논단] 스포츠 성폭력 사각지대 사설 체육학원 규제 필요하다
[여성논단] 스포츠 성폭력 사각지대 사설 체육학원 규제 필요하다
  •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19.11.15 14:11
  • 수정 2019-11-15 1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체육 수업·태권도 학원 등
일상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이른바 ‘조재범 사건’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피해자가 국가대표 선수로 금메달리스트였다는 것 뿐 아니라 그녀에게 자행된 폭행과 성폭행이 어린 시절부터 장기간 반복적으로 행해졌고, 그 양상도 매우 잔인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오랜 기간 자신의 피해를 드러내지 못했다. 지도자의 절대적 권력과 체육 권력 카르텔의 견고함 때문이었다.

지난 7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한 ‘인권실태 전수조사와 스포츠분야 (성)폭력 판례분석’ 결과 토론회에서 필자가 발표한 ‘스포츠 분야 성폭력 판례’ 조사결과는 스포츠 분야 성폭력의 특징과 양상을 충격적으로 보여준다.

형사사건 84건을 분석한 결과, 학교체육에서 성폭력이 가장 많이 발생했고, 그것도 체육수업 중에 상대적 많이 발생했다. 생활체육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 18건 중 15건의 사건이 태권도 학원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스포츠 분야 성폭력 사건은 다른 분야의 성폭력 사건과는 달리 몸을 매개로 하는 활동이라는 특징으로 인해 훈련을 빙자하여 성폭행이 이루어졌고, 빈번한 신체적 접촉 속에서 추행이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었다. 직업적 진로를 이용하거나 전형적인 그루밍에 의한 성폭행 사건도 있었다.

태권도는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에 적어도 1, 2개의 태권도장이 있고, 유치원에 진학하기 이전부터 학교생활을 하는 중에도 많은 아동과 학생들이 태권도장에서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판례를 통해 본 태권도 학원 성폭력 사건의 양상은 태권도 관장이나 태권도 사범에 의해 태권도장에서 또는 아동이나 학생을 집에 바래다주는 셔틀버스 등의 차량에서 일어났다. 태권도 관장이 도복 띠를 매어주겠다며 여아를 추행하고, 태권도 사범이 탈의실에서 여아를 추행하며, 태권도 사범이 태권도장에서 8세 여아를 추행하거나 탈의실에서 여아를 강간하는 등 13세 미만의 아동에게도 심각한 수준의 성폭력이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체육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 중에는 체육 수업 중에 발생한 성추행 사건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것은 정규 수업과정에서 성추행이 발생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학교라는 공간에서 우리 아이들이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밖에도 스포츠 성폭력 사건의 주요 피해 장소는 합숙소와 체육시설이었다. 일상의 모든 장소에서 성폭력이 발생했고, 가해자는 넓은 의미의 교사적 지위에 있는 자에 의한 성폭력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감독, 코치, 학교교사, 태권도 관장이나 사범, 합기도장 관장 등의 사설 체육학원 관리자, 골프강사, 수영강사 등이 가해자로 드러났다. 성폭력 피해자의 90%정도가 미성년자였다.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강제추행 비율이 높았고, 특히 강간․강제추행 행위 중 미성년자에게 행해진 경우가 6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처럼 판례를 통해본 스포츠 분야 성폭력 사건은 지도자의 위력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피해자의 대다수가 미성년자였다. 피해자는 ‘선수’뿐 아니라 ‘학원생’, ‘학생’까지도 피해자가 되었다. 누구도 피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13세 미만 아동까지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고, 가해자의 대다수가 교사적 지위에 있는 자라는 점을 고려할 때 가해자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고 상담에서 사건처리, 재발방지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실효적인 시스템의 구축이 절실하다. 또한 행정관청의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는 태권도 학원 등의 사설 체육학원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스포츠기본법’ 제정 논의 역시 본격화되어야 한다. 스포츠 분야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은 가해자 개인의 일탈적 행위를 엄벌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고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은폐되는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 스포츠 국가주의, 체육 권력, 메달 중심주의, 엘리트 스포츠 정책 등 성폭력의 발생과 은폐, 그리고 침묵을 강요하는 구조의 해체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스포츠기본법을 제정하여 “스포츠 고유의 가치”와 “생활체육 시스템”등을 중심으로 체육정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한다.
스포츠가 더 이상 폭행과 성폭행으로 얼룩져서는 안 된다. 이런 현실은 하루빨리 시정되어야 한다. 스포츠는 세계 공통의 인류 문화이고, 스포츠를 통해 행복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권리이다. 또한 스포츠는 우리 아이들에게 타자를 존중하고 협동하는 정신, 공정함과 규율을 존중하는 태도 등 인격형성이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스포츠로 이제는 돌아가야 한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인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