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엄윤설 에이로봇 대표
‘에디(EDIE), 로봇별 대모험’ 체험형 전시회 기획자
로봇과 인간 1대 1 애착관계 형성하는 콘텐츠 제작

 

엄윤설 에이로봇 대표. ⓒ에이로봇

엄윤설(42) 에이로봇 대표는 움직이는 미술작품을 만드는 키네틱아티스트다. 움직이는 장난감을 만드는 토이인벤터이기도 한다. 모터, 센서, 스마트폰 등과 연동해 스스로 움직이고 사용자와 인터렉션하는 장난감을 만들기도 한다. 파인아트를 전공한 그가 요즘 예술가가 아닌 기술적 경험을 바탕으로 로봇 디자인을 하고 있다. ‘바이올로이드’ ‘찰리’ ‘똘망’ ‘다이애나’‘에디’까지 그의 손길을 거쳤다. 숙명여대, 서울예술대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그만두고 현재 한양대학교에서 융합시스템으로 박사과정을 듣고 있다. 무슨 일 하는지 정확히 묻고 싶을 정도다. 지난해 4월 로봇 콘텐츠 만드는 회사까지 차렸다. 아트를 하다가 완전히 다른 커리어를 선택한 엄 대표는 ”결과적으로 첫 직업과 현재 일이 떨어져 보이지만 움직이는 것이 재밌어 키네틱 아트로, 그게 인연이 돼 학생들을 가르친 후 로봇과 접점을 찾아 로봇 디자인, 엔터테인먼트로 이어졌다“라고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파인아트 전공자이자 키네틱아티스트인 엄 대표가 왜 로봇 연구자가 됐나.

“로봇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예전 미래부에서 진행한 사업인 과천과학관에 들어가는 로봇 공연을 만드는 제안서가 선정됐다. 파일럿 공연을 했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너무 좋아 이것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업했다. 학교를 접고 아트를 하다가 완전히 다른 커리어를 선택했다. 하지만 해온 일들 사이에서 커넥션이 있다. 로봇디자인, 키네틱아트, 학생들 가르치기, 로봇과 접점 찾아 엔터테인먼트로 옮겨간 것이기 때문이다."

엄 대표의 남편인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는 세계적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의 한국인 제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부부가 로봇이란 공통 분모로 관심이 같다.

남편이 로봇공학자 한재권 박사다. 남편이 도움을 주고 있지 않나.

”도움을 긴밀히 주고받는다. 로봇 개발 과정에서 서로 원하는 것을 만들고 로봇 디자인이 필요하면 채워주고 있다. 남편과 협업이 꽤 오래됐다. 유학가기 전 남편과 같이 로봇계 회사에서 7년 넘게 일했다. 로봇 외형 디자인을 하면서 커리어가 바뀌었다. 그가 로봇 설계하면 제가 외형을 디자인하는 식이다.“

의도적으로 ‘다이애나’ ‘에리카’ ‘엘리스’등 여성형 로봇 이름을 붙인 느낌이다.

“맞다. 스키로봇 ‘다이애나’는 1970~80년대 다이애나 골든이라는 여성 이름을 땄다. 그는 요절한 스키어로 5살 때 소아암이 발병, 12살 때 다리를 절단했으나 세계 순위 1위 스키어가 됐다. 장애와 여성이란 신체적 장벽을 뛰어넘어 최고의 스키어다. 하지만 다른 디자인한 로봇들은 곡선을 강조한 여성형 로봇으로 아무래도 여성이라 스타일이 묻어나오고 자연스레 잘 아는 대상(여성)을 그리게 된 것이다.(웃음).”

엄윤설 대표가 애착 관계 기술을 이용한 콘텐츠로 작동하는 감성 로봇 '에디'. 에디는 하얀 털실로 이뤄져 색깔로 사람과 반응하며 사람을 따라다닌다. ⓒ에이로봇

인공지능 탑재한 ‘에디’ 로봇이 무엇이며 작동 원리는.

“영업비밀인데(웃음). 3년간 연구한 결과물이 '에디'다. 저는 콘텐츠를, 남편이 에디 로봇을 만들어 그것을 사업화했다.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에디는 (emotioanl designing entertainment) 약자로 감성 로봇이다. 관람객과 로봇이 1대1로 짝꿍이 돼 지정된 사람만 따라가는 것이 포인트다. 인간이 최소한 시간에 로봇에 대해 최대한 애착을 형성한다면 그 애착을 베이스로 팬덤이 만들어져 오랫동안 생존하겠다는 것이 전략이다. 바로 인간과 동물의 행동 패턴 사이 관계 형성에 주목한 ‘각인효과’를 차용했다. 동물과 동물 사이 유대감을 형성하는 행동 패턴을 추출해 로봇에게 응용해 입혔다. 아기오리가 엄마오리를 따라가는 원리다. 엄마 오리 입장에서 관점을 바꿔 그것을 로봇에 입혔다. 로봇은 관람객을 엄마오리로 보고 졸졸 따라다닌 점이 호응을 얻었다.”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우려가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동의한다. 로봇, 인공지능이 기존 산업을 바꾸는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당연히 발생한다. 다른 산업이 생기고 로봇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 관련 서비스분야에서 일자리가 무수히 생길 것이다. 거대한 변화 과정이다. 정부가 법과 질서, 제도를 통해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톨게이트 요금 징수원들이 대량 해고된 일을 보자. 정부가 하이패스로 일자리를 잃는 분들이 다른 직업으로 옮겨가거나 직업 사라지는 속도를 조절하는 등 안착시켜 사회 안전망으로 보완을 해야 한다. 로봇을 보유하면 로봇세 등 제도를 마련해 이 수입원으로 직업을 잃는 분들을 도울 수 있다.”

여성 후배들이 힘든 현실 때문에 결혼을 기피하고 있다. 일과 가정을 균형잡을 수 있을까.

”모든 것은 균형 문제다. 페미니즘, 미투, 페미니즘도 균형이 맞지 않아 응축됐던 힘이 터져 나온 것이다. 영화 ‘82년 김지영’을 보고 크게 공감했고 울었다. 사실 김지영과 다른 삶이다. 결혼했으나 아이 낳는 것을 거부한 케이스다. 유학 가기 직전 크리스마스 즈음 남편과 공연보러 간 일이 있었다. 남편이 데이트 중 ‘유학가서 빨리 아기 낳자, 한국에 돌아오면 5~6살 되니 엄 대표가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제가 ‘만삭의 몸으로 학교를 다니면서 젖먹이 안고 시험보라’는 생각에 ‘당신이 학교 때려치고 애를 봐라. 절대 못 한다’고 받아쳤다. 남편이 아이를 가지고 출산, 육아 후 일어나는 여성의 변화를 생각안 해본 영역이라 당황했다고 한다. 저 역시 출산, 육아 과정에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면 (아이를 낳지 않는)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주변 친구들이 결혼해서 아이 낳고 주저 앉은 경우를 너무 많이 봐서 무서웠고 두려웠다. 우리도 무섭고 두려웠기 때문이다. 부부가 짐을 어떻게 나눠 균형을 맞출지 지혜롭게 얘기해야 한다. 남편에게만, 아내에게만 짐을 씌우는 것은 굉장히 불합리하다. 순서를 정해 번갈아서 용감하게 육아휴직을 써서 아이를 키우시거나 대화와 협의,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향후 계획은.

”일단 생존해야 한다(웃음). 매달 월급날 25일 다가올 때마다 무섭다(웃음). 기업은 생존 뿐만 아니라 성장해야 한다. 할 수 있는 모든 역량과 노력, 시간 등을 투입해 회사를 어떠한 방식으로 성장시키는 데 집중하겠다. 생존해야 여성 후배들에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여성신문> 독자들에게 한 마디.

”지레 겁먹지 말자. 여성이라서 잘할 수 있는 부분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약점을 메꾸는 것만 생각하면 따라갈 수밖에 없다. 강점을 키우는 순간 앞서갈 수 있다. 특히 HRI(Human Robot Interaction) 분야는 사람의 심리를 깊이 파서 콘텐츠를 만든 일은 남성들의 시각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다. 꼼꼼하고 집요한 여성이 잘하는 분야다. 장점을 살려 집중하는 것이 빠르다. 결혼을 안한다면 커리어를 키워가는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있고 저도 그렇고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다. 저를 보고 희망을 가지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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