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비정규직 86만7000명 늘어
비정규직 두 명 중 한 명은 여성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임기 후반기를 맞이하면서 전반기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지난 2년 반은 넘어야 할 과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가는 전환의 시간이었다”고 했다. “무너진 나라를 다시 세워 국가를 정상화했고, 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사회의 전 영역으로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며 긍정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적으로 양극화와 불평등 경제를 사람 중심 경제로 전환해 함께 잘사는 나라로 가는 기반을 구축했다”고 했다.

이어 “한반도 정세의 기적 같은 변화도 만들어냈다”며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질서로 대전환하는 중대한 역사적 도전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향후 각오도 밝혔다. “국민이 변화를 확실히 체감할 때까지 정부는 일관성을 갖고 혁신, 포용, 공정, 평화의 길을 흔들림 없이 달려가겠다”고 강조했다. 혁신에 대해선 “더욱 속도를 내 우리 경제 전반의 역동성을 살리는 확실한 변화를 일궈야 할 것”, 공정과 관련해선 “제도 안에 숨겨진 특권과 불공정 요소까지 바로잡아 누구나 공평한 기회와 과정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 전 분야의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이 바라는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더욱 폭넓게 소통하고, 다른 의견들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이면서 공감을 넓혀나가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종합하면, ‘국민 체감’과 ‘폭넓은 소통’을 하겠지만 후반기에도 현재의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생각을 밝혔다고 본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발언은 다소 모순적이고 혼란스럽다. 가령, 정부가 일관성을 갖고 가면 정책 기조의 변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책 기조 변함없이 어떻게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만들고 폭 넣은 소통을 할 수 있을까? 남은 2년 반이 지난 2년 반과 똑같으면 그동안 겪었던 경기 침체, 고용 악화와 양극화 심화, 남북 관계 교착, 미·중·일 외교 악화 등의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은 집권 초기 80%대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40%대로 반 토막이 났다. 문 대통령의 임기 전반기 마지막 주에 리얼미터·YTN이 실시한 조사(11월4~8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44.5%인 반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52.3%였다. 이런 조사 결과가 주는 함의는 추후 민심 이반을 막으려면 대통령 통치 스타일과 정책 기조를 바꾸라는 것이다. 리얼미터(11월1일) 조사 결과, 문재인 정부가 임기 후반기에 집중해야 할 최우선 국정과제로 ‘경제 활성화’가 41.1%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권력기관 개혁’(24.0%), ‘국민 통합’(9.8%), ‘공정 사회 실현’(9.2%) 순이었다. 경제 활성화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이다. KBS․한국리서치 조사(6~7일)에서 문 대통령이 대선 때 공약으로 내세웠던 분야 중 가장 잘 못한 분야를 물었는데 국민의 일상생활과 가장 깊이 연결돼 있는 ‘일자리 마련 미흡’이 22.1%로 가장 많았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 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선 비정규직은 1년 새 86만7000명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비정규직이 임금 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6.4%로 2007년 이후 최대다. 2019년 6~8월 정규직 월 평균 임금은 316.5만원인 반면, 비정규직은 172.9만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비정규직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55.1%로 남성(44.9%)보다 10%포인트 이상 많았다.

단언컨대 경제 침체로 확대되는 비정규직의 최대 피해자는 여성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경제 문제이자 여성의 문제다. 문 대통령은 “임기 전반기에 씨를 뿌리고 싹을 키웠다면, 임기 후반기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만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서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해온 일방 통행식 국정 운영을 계속해서는 안 된다. 정책 변화, 인사 쇄신, 협치 강화를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여성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집권 후반기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페미니스트 대통령’의 명성이 유지될 수 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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