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미영 세계여성발명·기업인협회 회장
개도국 여성·청소년 돕는
창의성 개발 교육
‘Seed·Hope Project’

개인 명예 아닌
국가 위상 높이는 일

한미영 세계여성발명기업인협회 회장이 회원들 발명품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미영 세계여성발명기업인협회 회장이 회원들 발명품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여성발명협회 회장을 맡으면서 선진국에는 저와 같은 포지션이 이미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저는 이참에 한국이 지식재산권 분야에서는 주도국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여성이 리드하면 더욱 의미 있을 것 같아 저희 협회를 만든 것입니다”

한미영 세계여성발명·기업인협회 회장은 선진국과 같은 경우 특히 여성을 진흥하고 지식재산 분야이기 때문에 진즉에 여성발명과 관련된 협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제가 명함을 주고 인사하면 외국 사람들이 독특하게 바라보더라고요. 그때 저는 ‘외국에도 없는데 한국이 세계대회를 해서 주도국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실제로 IT·IP 분야는 한국이 강국이니까요. 그러면서 ‘특히 여성들이 리드하면 더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2008년에 여성발명대회를 개최했습니다. 대회 첫날 협회를 만들어보자는 의견을 수렴해 세계여성발명기업인협회도 만들게 된 것이죠”라고 했다.

발명이라고 하면 실험실에 있는 과학자나 유별난 사람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러나 한미영 세계여성발명·기업인협회 회장은 발명을 알고 보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 회장은 “당시 저희 협회에서 진행한 지식재산교육을 들어봤어요. 들어보니 발명은 누구나 할 수 있는데 너무 어렵게만 생각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도 변리사님께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알게 됐는데 ‘불편한 것을 개선한다’는 생각으로 하면 발명을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간장을 부을 때 입구가 뭉툭하면 확 쏟아지잖아요. 그걸 고안해서 입구를 뾰족하게 만들면 실용신안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 아이디어를 머리에만 갖고 있으면 안 됩니다. 이 아이디어를 출원시키는 것이 발명의 핵심입니다”라고 밝혔다.

세계여성발명기업인협회에서는 개발도상국 여성과 청소년들을 돕자는 취지로 2012년에 UN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서 먼저 프로젝트 제안을 해왔다. 그는 “프로젝트 이름은 ‘Seed Project’입니다. 개발도상국의 고위 공무원·대학 총장과 같은 오피니언 리더처럼 본인 국가에서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씨드 프로젝트에서는 창의성 개발을 주제로 2주 동안 교육을 합니다. 특히 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에게 창의성을 배운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인식에 박히게 하고 싶었어요. 세계여성발명·기업인협회 회장인 제 욕심은 한국이 창의성 분야에서는 세계 중심이 되는 것이니까요”라고 했다.

4일 서울 서초동에서 한미영 세계여성발명기업인협회 회장이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미영 세계여성발명·기업인협회 회장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인터뷰 중 그의 스카프에 올이 나갔고 그는 대답을 하면서 과감하게 뜯어버렸다. 그는 웃으며 “사람들이 저 보고 조신하다고 하는데 방금 보신 것처럼 꼭 그렇지마는 않습니다. 제가 이 일을 20년 가까이하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왜 힘들게 이런 일을 하세요. 편안하게 사시지’라고 자주 말하더라고요. 이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전제된 것 같아요. 하나는 여성이 하는 일에 대해 큰 기대감 없이 말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이 일을 하면서 망할 것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파고드는 성격이라 제 스스로는 자신 있었습니다. 열심히 노력한 끝에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온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아, 또 다른 의미로는 정말 힘들어 보여서 걱정의 차원으로 말한 것일 수도 있겠네요”라고 했다.

요즘 그는 중동 여성들의 교육에 관심 있다. 한 회장은 “UN과 개발도상국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그중 아랍권은 굉장히 보수적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 같은 곳은 잘 사는 나라이지만 남성 중심적 국가이기 때문에 ‘Hope Project’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Hope Project는 Seed Project의 축약형으로 2박 3일 동안 정부 인사들을 대상으로 창의성 개발 교육 프로그램의 핵심을 정리해주는 것입니다. 저희는 5년 동안 WIPO와 아랍연맹 담당자들과 함께 설득하고 회의하는 등 계속 문을 두드린 결과, 내년부터 프로젝트를 할 수 있게 돼서 보람찹니다. 아랍권 다음으로는 아프리카를 도우려고 하는데 그중 비개발도상국 같은 경우는 교육보다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그곳에 우물도 파고 학교를 짓고 좀 나아지면 개발도상국의 Seed·Hope Project를 전개하려고 UN과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영 회장은 자신과 UN이 하는 활동들은 단지 ‘한미영’이라는 개인의 명예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물론 외국에 나가면 한국이라는 이미지는 한미영 개인이 만들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저도 제가 좋은 레퍼런스가 되면 한국의 이미지가 저절로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행동합니다. 또 Seed·Hope Project와 같은 일은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홍보 수단입니다. 한미영이라는 개인 대 UN이 아니라 국가 대 UN이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정부가 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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