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은 ‘김지영’과 ‘설리’를 응원한다
여성들은 ‘김지영’과 ‘설리’를 응원한다
  • 진혜민 기자
  • 승인 2019.11.14 10:46
  • 수정 2019-11-14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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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가수 겸 배우 고 설리(25·본명 최진리)의 사망으로 무분별한 악성 댓글 관행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같은 달 사회연결망서비스(SNS)인 트위터에는 ‘여자 연예인 연검 정화봇’이라는 계정이 개설됐다. 트위터 @women_on_top__ 캡처
10월14일 가수 겸 배우 고 설리(25·본명 최진리)의 사망으로 무분별한 악성 댓글 관행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같은 달 사회연결망서비스(SNS)인 트위터에는 ‘여자 연예인 연검 정화봇’이라는 계정이 개설됐다. 트위터 @women_on_top__ 캡처.

여성들의 연대는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2016년 ‘여성 혐오에 대한 혐오(여혐혐)’를 표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를 위한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에서 티셔츠가 판매됐다. 이 티셔츠에는 ‘소녀들에겐 왕자가 필요치 않다(Girls do not need a prince)’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예초 모금 목표액은 925만원이었지만 1억 3천여만원의 금액이 모였고 1448% 성공률을 달성하며 프로젝트가 마무리됐다. 

최근에는 여성 연예인 연관 검색어 정화 운동이 일어났다. 지난달 14일 가수 겸 배우 고 설리(25·본명 최진리)의 사망으로 무분별한 악성 댓글 관행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같은 달 사회연결망서비스(SNS)인 트위터에는 ‘여자 연예인 연검 정화봇’이라는 계정이 개설됐다. 해당 계정은 현재 5천여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계정의 취지를 쓴 글은 4만6천 회의 리트윗과 1만6천 개의 하트를 받았다. 이 계정은 아이돌·배우·가수·모델 등 여성 연예인의 연관 검색어를 정화해 수많은 폭력과 위험에 노출돼 있는 이들을 사소한 것에서부터 보호하고 힘을 실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소개한다. 또한 연예인뿐 아니라 여성 운동선수도 가능하다. 

계정에 따르면 연관 검색어 정화는 일주일 단위로 진행된다. 한 주 동안 정화를 할 여성 연예인을 제보받고 매주 일요일마다 투표를 붙여 연관 검색어를 정화할 대상을 정하는 것이다. 연관 검색어 정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포털 사이트로 로그인을 한 다음 ‘OO가슴’, ‘OO몸매’ 등 여성 연예인에게 폭력적으로 느껴지는 연관 검색어 대신 ‘OO사랑해’, ‘OO팬사랑’ 등 긍정적인 단어를 검색하는 것이다. 계정주는 연관 검색어 집계 가이드를 공유하며 다소 시간이 드는 일이지만 자동 완성어 대신 직접 검색하기를 추천했다. 또한 해당 연예인과 관련 없거나 폭력적인 검색어들을 신고하는 방법도 공유했다. 그는 포털사이트에서 키워드 검색만으로 정화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성인/음란 등의 사유로 신고하면 즉시 접수가 된다고 설명했다.

여성 연대의 여파는 국내 포털사이트인 ‘다음’의 연예뉴스 댓글과 인물 관련 검색어를 폐지시켰다. 지난달 25일 여민수·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뉴스 및 검색 서비스의 개편 계획을 발표하며 설리의 사망 사건을 언급했다. 여 공동대표는 “연예 섹션의 뉴스 댓글을 잠정 폐지하고 인물 키워드에 대한 관련 검색어도 제공하지 않는다”며 “최근 안타까운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연예 섹션 뉴스 댓글에서 발생하는 인격 모독 수준은 공론장의 건강성을 해치는데 이르렀다는 의견이 많다”고 밝혔다.

82년생 김지영 영화 직접 본 솔직 리뷰. 유튜버 리나의 일상 영상 캡처.
82년생 김지영 영화 직접 본 솔직 리뷰. 유튜버 리나의 일상 영상 화면.

지난달 23일 개봉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두고 젠더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영화에 대해 별점 테러와 혐오성 댓글이 달리는 가운데 여성들 사이에서 ‘N차 관람’과 ‘영혼 보내기’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N차 관람’은 같은 영화를 보고 또 보는 다 회차 관람을 뜻한다. 특히 이 운동은 지난 8월29일에 개봉한 독립영화 ‘벌새’에서도 나타났다. 벌새는 국내 관객들이 N차 관람을 하며 자발적 홍보대사가 되면서 장기 상영에 돌입해 개봉 13주 차에 접어든 현재 누적 관람객 13만6000여명을 기록했다.

‘영혼 보내기’는 영화의 흥행을 위해 일부 관객들은 티켓 예매만 하고 실제 관람은 하지 않는 것이다. 영혼 보내기를 두고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영혼을 보내는 것보다 사람을 보내는 것이 낫다는 의견과 영화 내용이 너무 슬퍼서 어쩔 수 없이 영혼 보내기를 한다는 것이다. 트위터리안 c***는 “나는 한국 영화를 진짜 안 본다. 그런데 82년생 김지영이 흥행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며 “그래서 영혼 보내기를 하려는데 영혼 보내는 것보다 사람을 보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혹시 이 영화를 보고 싶었던 분은 멘션 주면 영화관 기프티콘을 보내 드리겠다”고 글을 올렸다. b***씨는 “(82년생 김지영) 책은 건조하게 볼 수 있는데 아무래도 영상은 요새 정신이 약해져서 자신이 없다”며 “도저히 못 볼 것 같으면 영혼 보내기라도 하겠다”고 주장했다.

여성들의 연대 행위를 자기 정체화와 언명의 과정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8월에 개봉한 영화 ‘김복동’에서도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인 옥주현씨가 팬들과 함께 보겠다고 한 회차 표 216장을 한꺼번에 구매했다”며 “예전의 연대 방식은 실제 집회에 참여하는 것으로 그쳤다면 이제는 나아가 소비를 통해서 실현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점은 아이돌 문화와도 연결돼 있다”며 “팬들이 아이돌들을 응원하기 위해서 착한 소비, 기부 등을 자처하는 것처럼 여성들도 이러한 방식으로 소비를 함으로써 자기 정체화와 ‘우리가 지지하고 있다’라는 언명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성들이 타인의 겪은 일을 본인과 연결해 공감했기 때문에 연대하는 것이라고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말했다. 정 사무국장은 “이번 설리 사망 후에 여성들은 복합적으로 자신과 연결하는 지점들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면서 여성 연예인들이 연예 산업 안에서 어떤 위치에서 일하고 있는지 등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연관 검색어는 이용자들이 만드는 것이므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이상한 기사 제목을 클릭하지 않는 것은 단순하지만 적극적으로 개인들이 할 수 있는 행위”라며 “소비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주체적으로 행위 하는 것이며 충분히 의미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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