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플러스 사이즈 모델 김지양
2019 양성평등문화상
‘신진 여성문화인상’ 수상

66100 의류 쇼핑몰 CEO 이자
외모 다양성 운동가

김지양 모델.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자 66100(육육일공공) 의류 쇼핑몰 CEO인 김지양씨가 서울시 동작구 부근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제가 들었던 모욕적인 칭찬 중 하나가 ‘넌 뚱뚱한데 예쁘다’입니다. 저는 크지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크고,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정한 규범 안에 있는 천편일률적인 기준만 아름답게 느끼는 것은 문제적입니다.”

김지양씨(사진)는 2019 올해양성평등 문화상 시상식에서 정장에 운동화를 믹스 매치했고 풀 메이크업에 안경을 썼다. “외모 다양성 운동을 하며 제 롤이 점차 변화했습니다. 모델인 저의 모습 반과 외모 다양성 운동을 하는 저의 모습 반을 섞게 된 거죠”

시상식에서 그는 수상소감 중 노브라로 참석했다고  밝혔다. “성인이 될수록 저에게 딱 맞는 브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어쩌다 사이즈가 맞는 브라를 발견해도 고가였고 디자인에 대한 선택권도 없었습니다. 기존의 속옷들이 명치를 조이기 시작할 때 ‘이제 한계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브라를 덜 입고 안 입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지양씨에게는 특별한 이력이 있다. 대학에서 외식조리학을 전공한 그가 돌연 패션모델이라는 분야에 뛰어든 것이다. 그는 외식 프랜차이즈 관련 회사에서 일하다가 “잘렸다”고 말했다. “이제껏 해보지 않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예능 프로그램인 ‘도전! 슈퍼모델’ 광고를 우연히 보게 되고 바로 1차 서류를 접수했어요. 2차에서 탈락했지만 멈추지 않고 미국 최대 플러스 사이즈 패션쇼인 ‘풀 피겨드 패션위크’(Full Figured Fashion Week)에 지원했어요.”

미국 플러스 사이즈 패션쇼에서 데뷔한 첫 한국인 플러스 사이즈 모델로서 국내에서 계속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자기 몸 긍정주의’ 흐름에 대해서는 고무적이라고 했다. 김지양씨는 “한국 사회가 어떠한 것을 받아들이는데 굉장히 빠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해외에서는 굉장히 오랜 시간 이룩한 일들을 한국은 10배 정도 빨라요. 외모 다양성에 대해서 유튜브·방송 등의 매체를 통해 많은 여성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게 됨으로써 밖으로 퍼져 나가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밝혔다. 

김지양 모델이 서울 사당동 66100 사무실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지양 모델이 서울 사당동 66100 사무실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66100(육육일공공) 의류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한국 패션이 유행을 버리지 못하면 사장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김지양씨는 “개인적으로 개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때 어떤 브랜드의 특정 옷을 교복처럼 입고 다녔을 때도 있었잖아요. 또 국내 패션쇼만 봐도 한국은 마른 몸에 굉장히 집착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다양성이 존중되지 않는 신(scene)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느꼈어요. 유럽은 오래전부터 깡마른 모델들의 건강권의 문제로 ‘제로 사이즈(가장 작은 몸매 치수) 모델 퇴출운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프랑스는 2017년 지나치게 마른 모델의 패션업계 활동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6개월 징역에 처하는 법안을 마련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 깊이 다루고 있는데 한국은 아직이죠”라고 주장했다.  

김지양씨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라서 겪었던 어려움을 말했다. 그는 “저는 제가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것에 대해 개인의 역량 부족이라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습니다. 내가  충분히 뚱뚱하지 않아서, 키가 크지 않아서, 개성 있는 얼굴이 아니라서 등 전부 제 탓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다양성을 온몸으로 발산하는 모델들을 기용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냐’고 제게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저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라 악플에 시달리고, 잠도 제대로 못 자기도 하고, 기존 모델들에 비해 아직도 충분하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악물고 정신없이 일하다가 이렇게 상을 받게 되면 더 버텨야겠다는 생각도 들기도 합니다. 이것의 반복이고 이 고리를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쉽지는 않습니다”라고 했다.

김지양씨는 자신을 워커홀릭이라고 했다. 그는 “마음이 급하다 보니 과로하고 무리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제는 페이스 조절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내년에는 휴간했던 독립 패션잡지 ‘66100’의 신간을 내려고 합니다. 또 ‘섭식장애 지지모임’을 진행할 수 있게 상담 센터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기도 하고요”라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나’로 살아보고 싶다고도 했다. “분명 제가 누군가를 위해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에게도 가치 있는 일인가 생각하면 요즘은 바로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 외모 다양성 운동가 말고 아무 수식어 없는 김지양로도 살아보고 싶어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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