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워킹맘이 출근 전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 시키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한 워킹맘이 출근 전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 시키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수습사원으로 입사한 워킹맘이 육아를 이유로 휴일 근무 등을 거부하자 회사가 정식 사원으로 채용하지 않은 것을 두고 법원의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부모의 ‘자녀 양육권’을 회사가 배려하지 않았다며 회사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봤다. 그러나 2심은 직원이 먼저 상황을 타개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사유로 판단을 뒤집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노태악 부장판사)는 고속도로 영업소 관리 업체인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판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사는 2017년 고속도로 영업소의 서무주임으로 만 1세와 6세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인 B씨를 수습 채용했다가 3개월간 5차례 무단결근했다는 이유 등으로 근로계약을 해지했다.

B씨는 애초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고 주휴일과 노동절에만 쉬는 조건으로 근로계약을 했다. 그러나 노동절 외에도 석가탄신일과 어린이날‧대통령 선거일‧현충일 등에 출근하지 않았다.

또 아침 7시에 출근해야 하는 초번 근무도 5월부터는 이행하지 않았다.

A사에서는 첫 달에 B씨가 초번 근무를 할 때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킬 수 있도록 외출을 허용했다. 그러나 공휴일 결근 문제가 불거지자 ‘외출 편의를 봐 줄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이에 B씨가 아예 초번 근무를 거부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이를 부당해고라고 판단하자 A사는 소송을 냈다.

1·2심은 모두 B씨가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할 수 없는 공휴일·초번 근무를 거부했다는 등 사실관계에 대한 A사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다만 A사가 이를 근거로 채용을 거부한 데 ‘합리성’이 있는가를 두고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회사가 수습평가 과정에서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나 노력을 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근로자로서의 의무’와 ‘어린 자녀의 양육’ 중 하나를 택일하도록 강제했다”며 “그 결과 A씨가 초번·공휴일 근무를 하지 못해 수습평가 근태 항목에서 절반을 감점 당했으므로 채용 거부는 사회 통념상 타당하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회사가 먼저 A씨의 근무 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검토하고 배려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1심은 이 과정에서 ‘자녀 양육권’이 헌법상 기본권으로 판시된 과거 헌법재판소 판례와 남녀고용평등법의 입법 취지 등을 거론하며 “회사가 B씨의 사정을 헤아려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B씨는 종전에 일하던 회사나 다른 직종 근로자의 근무 형태를 들어 공휴일 근무를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에 자녀 양육 때문에 공휴일 근무가 불가능하다는 사정을 설명하거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연차휴가의 사용 등을 요청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며 채용 거부에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휴일의 경우 배우자 등이 자녀를 양육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므로, A씨가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지 않는 이상 회사가 그런 사정을 먼저 파악하고 해결할 것을 기대하기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회사가 외출 편의를 봐줄 수 없다고 통보한 전후 과정을 두고 “B씨는 공휴일 무단결근을 시정할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곧바로 초번 근무지시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1심과 달리 회사가 B씨의 사정을 먼저 검토하기보다는, B씨가 먼저 사정을 알리고 상황을 풀어가려 노력했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B씨가 근무한 팀의 업무 속성 등도 고려하면,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를 회사가 전혀 하지 않아 일과 양육 중 하나를 택일하도록 강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1심 결론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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