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노동·불평등·고독사·난민… 여성작가 4인의 시선
저임금 노동·불평등·고독사·난민… 여성작가 4인의 시선
  • 김진수 기자
  • 승인 2019.11.05 13:32
  • 수정 2019-11-05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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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올해의 작가상 2019’
김아영·박혜수·이주요·홍영인
홍영인 작가의 ‘새의 초상을 그리려면’ ⓒ국립현대미술관
홍영인 작가의 ‘새의 초상을 그리려면’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어디선가 새소리가 들려온다. 동시에 관람객은 거대한 새장으로 접어들게 된다. ‘사당 B’이라는 주제로 한 홍영인(47) 작가의 설치작 ‘새의 초상을 그리려면’이다. 관객, 즉 사람이 새장 안으로 들어간 모양새가 된다. 관람객과 새의 위치가 바뀌면서 인간과 동물 사이의 달라진 위계에 대해서 묻는다.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올해의 작가상 2019’은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과 저임금 노동, 한국 사회의 고독사, 가족, 난민 등을 다룬 20여 점을 전시한다. 영상, 설치, 미디어, 퍼포먼스, 현장 제작 등 비전통적인 매체들로 관람들에게 선보인다. 김아영(40), 박혜수(45), 이주요(48), 홍영인까지 4인의 40대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다.

홍영인 작가의 그룹 퍼포먼스를 담은 영상 ‘비-분열증’은 여성의 저임금 노동을 표현한다. 10여 명의 남녀가 국립현대미술관 내부에서 한 퍼포먼스이다. 참가자들은 느릿하게 움직이면서 “항상 웃어야 했다”, “사람대접을 해다오” 등을 외친다. 참가자들의 멍한 얼굴과 미끄러지듯이 앞으로 나아갔다가 위를 바라보고 쓰러지는 장면에서 여성들이 처한 노동 현실이 엿보인다.

박혜수 작가가 가상으로 설립한 휴먼 랜털 주식회사 '퍼펙트 패밀리' ⓒ국립현대미술관
박혜수 작가가 가상으로 설립한 휴먼 랜털 주식회사 '퍼펙트 패밀리' ⓒ국립현대미술관

박혜수 작가의 작품이 있는 곳으로 건너가면 공간 한 편에 걸려 있는 300여장의 설문조사지가 눈에 들어온다. 신작 진행을 위해 진행한 설문조사다. ‘당신의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우리’의 정의에 대해서 묻는다. ‘당신의 우리에 국민은 포함됐나요’라는 질문에 응답한 507명 중 12.2%가 ‘아니요’라고 응답한 점이 흥미롭다. 비디오 영상물인 ‘후손들에게’는 유품정리사 인터뷰를 통해 한국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고독사가 일어나는 원인과 고독사 이후의 집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가상으로 설립한 휴먼 렌털 주식회사인 ‘퍼팩트 패밀리’는 피가 섞이지 않은 ‘가짜 가족’이 진짜 가족이나 친구보다 더 나을 수도 있다는 무서운 상상을 현실처럼 그려낸다. 장례식 역할 대행, 애인이나 친구 대행을 해준다는 서비스로 한국 사회의 가족 해체를 그려낸다. 결혼식 하객 대행 같은 서비스는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

이주요 작가의 전시 '랩'(Lab). ⓒ국립현대미술관
이주요 작가의 전시 '랩'(Lab). ⓒ국립현대미술관

이주요 작가의 전시장은 창고 같은 느낌을 준다. ‘Love your depot’(당신의 창고를 사랑하라)는 제목의 전시는 작품창고와 주차타워처럼 생긴 작품 보관 공간인 랩(Lab), 그리고 팀 디포(Team Depot·대규모 창고)라고 불리는 콘텐츠 연구소가 있다. 이주요 작품들 외에도 여러 작가들의 작품이 보관된다. 식탁이나 침대다리가 박스에 들어있는 채로 한쪽 방에 놓여 있다. 미술 작품은 팔리지 않으면 최종적으로는 버려진다. 세상에 탄생했다가 수도 없이 사라지는 물건들처럼 말이다. 이곳에 보관하는 작품들은 참여자들에 의해 전시기간 중 연구되고 기록된다. 현장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온라인으로 송출할 수 있는 플랫폼이 운영된다. 작품이 생산과 보관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김아영 작가의 '다공성 계곡2: 트릭스터 플롯' ⓒ국립현대미술관
김아영 작가의 '다공성 계곡2: 트릭스터 플롯' ⓒ국립현대미술관

김아영 작가는 영상작업 ‘다공성 계곡2: 트릭스터 플롯’을 통해 제주도 예멘 난민 이주 등 난민과 이주를 다루고 있다. 가상공간인 다공성 계곡 출신 광물이자 데이터 조각인 ‘페트라 제네트릭스’가 한순간 삶의 터전을 잃고 이주데이터센터에서 입국심사를 받는 모습이 나온다. 난민의 현실을 포착하면서도 데이터 이주 문제라는 한 발짝 더 나아간 상상력을 보여준다. 전시장 입구 한편에 놓인 네 명의 작가의 인터뷰 영상을 보고 입장하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전시는 내년 3월1일까지. 02-3701-9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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