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한영교 “페미니즘에서 끊임없이 영감 얻어”
[인터뷰] 서한영교 “페미니즘에서 끊임없이 영감 얻어”
  • 김진수 기자
  • 승인 2019.11.11 07:05
  • 수정 2019-11-10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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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작가 서한영교
2019 양성평등문화상
‘양성평등문화 지원상 개인부문’ 수상
성평등 가정 돌봄노동자이자
남성 페미니스트
24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서 『두 번째 페미니스트』 서한영교 저자가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기자
 『두 번째 페미니스트』 서한영교 저자는 남성들이 페미니즘을 접하기 위해서는 언어와 신체의 감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곽성경 여성신문 기자

“얼마 전에 한 지하철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탔어요. 푯말을 보는데 여성이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잘 못 잡는 역할로 나오더라고요. 여성은 치마를 입는 모습이기도 하고요. 어떤 식으로 디자인을 바꿀 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여성의 감각을 익힌다. 시인이자 에세이 작가인 서한영교(36) 씨의 이야기이다. 청소년기 시절 페미니즘을 접한 그는 결혼 후에는 ‘육아하는 남성’으로 살고 있다. 이러한 경험담을 녹인 책 『두 번째 페미니스트』(아르테)를 올해 출간했다.

서한영교 씨가 (사)여성·문화네트워크 주최, 여성신문사 주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2019 양성평등문화상’에서 ‘양성평등문화 지원상 개인부문’에 선정됐다. 국내 문화·예술·체육·관광 산업분야에서 양성평등문화 환경을 지원하는 데에 기여한 개인에게 주는 상이다.

창원대 철학과를 졸업한 그는 성평등 문화환경 조성을 위해 기여해왔다. 대학생 때는 총여학생회 활동을 했고 졸업 후에는 청소년 젠더 글쓰기 워크숍을 진행하고 남성과 남성성에 대한 강의 및 토크콘서트도 열고 있다. 결혼 후에는 자신을 성평등 가정 돌봄 노동자로 부르기도 한다.

『두 번째 페미니스트』 서한영교 저자. ⓒ곽성경 여성신문 기자
『두 번째 페미니스트』 저자 서한영교 씨. ⓒ곽성경 여성신문 기자

2018년 10월 『동시마중』 51호로 신인추천 등단했고 2009년 대안학교인 간디학교에서의 생활과 인도 여행, 붕어빵 판매 등을 담은 『붕어빵과 개구멍』을 펴냈다.

“페미니즘에 대한 남성들의 목소리를 듣기가 어려워요. 2016년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이후 페미니즘에 눈을 뜬 청소년을 많이 만났어요. 아직 그들은 어떤 흐름 안에서 자신의 언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서한 작가는 남성이 페미니즘을 공부할 때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하는 건 감각이라고 했다. “자기 몸 안에 있는 언어와 신체 감각이 바뀌어야 해요. 오랫동안 너무 익숙했던, 감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있잖아요. 화장실 ‘몰카’라던가 제 주변 여성들은 화장실 갈 때 모든 구멍이 막혀 있는지 확인하고 불안을 느끼더라고요. 이 감각은 남성들은 절대 모르는 거예요. 하지만 남성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감각이 스쳐야 다음이 있거든요.”

그가 쓴『두 번째 페미니스트』는 남성의 양육기이기도 하다. 페미니즘을 접한 서한 씨는 집안일은 엄마가 다 하고 부인이 남편의 아침밥을 꼭 챙겨야 한다는 인식이 불편했다. 아내의 출산 이후 가사 노동을 분담하고 낮에는 주로 자신이 아이를 돌봤다. 아이를 돌보면서 다른 엄마들과 교류했다.

“남성이 감각을 가장 빨리 익힐 수 있는 기술 중 하나는 돌봄이에요. 근대의 남성들은 가장 잘 돌보는 곳은 코인 셀프세차장이에요. 아기 돌보는 것처럼 자동차를 돌보죠. 남성들도 돌봄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평소에 텀블러를 챙기거나 텃밭을 돌보면서 대상과 섬세하게 교감하면 결국 페미니즘과 이어질 수 있어요.”

그는 인터뷰 중 감각이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썼다. 어떤 현상이나 학문에 대해 언어와 몸으로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시인이자 아버지인 서정홍 씨의 영향을 받았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용돈 500원을 받기 위해 시를 외우기도 했다. “그때 제가 외웠던 윤동주, 백석, 박노해의 시를 지금도 잊지 않아요. 아버지가 말씀하실 때 섬세한 단어를 고르셨던 것도 큰 영향을 받았어요.”

책 출간 후에는 인터뷰나 젠더 특강, 성평등 콘텐츠 문예지 심사위원, 관련 원고 청탁 등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저의 쓸모는 길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나의 쓸모가 다 할 때까지 기여하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내가 여성을 어떻게 감각하고 있는지 알게 됐어요. 여성은 훌륭하고 지혜로운 감각을 가졌어요.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감정적인 돌봄을 많이 받죠. 저에겐 페미니즘이 보통 학문이 아니에요. 저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동료예요. 매 순간 영감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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