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공약 이행 턱걸이 합격점

‘아이 맘 놓고 낳았는데, 누가 키워주나?’

5일로 출범 100일을 맞은 참여정부의 여성공약 이행 성적은 가까스로 합격점에 다가선 듯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아이를 키워 드리겠다”는 상징적인 약속으로 여심을 사로잡았으나, 많은 여성들이 보육서비스 등에서 살갗에 와 닿는 ‘변화’가 없다고 느끼는 탓이다.

물론, 최근 여성부 호주제폐지기획단이 활동을 시작한 데 이어 이미경 의원이 민법개정안을 내는 등 눈에 띄는 성과도 나오고 있다. 여성계 숙원이던 보육업무 여성부 이관작업도 더디지만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노 대통령은 2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여성인력 활용’이란 조건을 달긴 했지만 “보육프로그램이 곧 들어간다”며 보육관련 공약도 금방 실천할 계획임을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 5대 여성공약

호주제 올해 안 폐지

보육의 공공성 제고

여성 일자리 창출

여성부 확대 강화

여성 정·관계 진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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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참여정부 출범 100일 내외신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민원기 기자>

노 대통령은 여성계와 시민사회단체의 지원에 힘입어 여성공약 실천을 자신하고 있는 눈치지만, 문제는 수구세력의 ‘딴죽’이다. 호주제 폐지, 보육업무 여성부 이관 논의 과정에서도 드러났듯, 기득권을 지키려는 집단의 반발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본지가 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그가 낸 5대 여성공약의 이행 정도를 긴급 점검했다.

▲ 호주제 올해 안 폐지=여성부가 민·관 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호주제폐지기획단을 만들었고, 여성계가 ‘호주제폐지272’란 외곽 지원단을 꾸리는 등 일을 밀어붙일 ‘전열’은 완비한 상태. 민주당 이미경 의원과 여성계 대표들이 지난달 27일 호주제 폐지를 뼈대로 하는 민법개정안을 국회에 내, 법률적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왔다. 일단 합격점이다.

문제는 보수 세력의 반발과 법안 처리. 여성계 안에서만 밑그림을 갖고 있던 호주제 폐지 실무기구와 법안을 만드는 데 적어도 넉 달 넘는 시간이 걸린 것을 감안하면, 유림과 종친회 등의 ‘동의’와 국민 합의도 적잖은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

호주제·여성부 강화 진행중

국회 의사일정상 올해 안 처리가 과연 가능하냐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국회 김기춘 법제사법위원장은 지난달 여성계 인사들과 만나 “6월 내 법안제출은 힘들다”고 말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6개월 뒤에야 시행된다는 점을 떠올리면, 빨라야 내년 상반기나 돼야 호주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 여성계는 그러나 여성단체와 시민운동·진보진영을 모두 동원해 반드시 관철시킨다는 태세다.

▲ 여성부 확대 강화=보건복지부가 갖고 있는 보육업무를 여성부로 옮기자는 논의가 정부 안에서 이미 공론화된 상태. 작업은 시작됐다고 봐도 좋을 듯. 노 대통령과 주무 장관 2인이 국무회의에서 ‘암묵적인 동의’를 이뤘다곤 하지만, 실무적인 과정에선 갖가지 이견과 문제가 튀어나오고 있는 상태다.

노 대통령은 애초 여성가족부, 여성청소년가족부 등 여성부의 구체적인 ‘미래상’까지 제시했다. 덩치가 큰 보육업무를 갖고 오는 것이 먼저겠지만, 국무총리실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청소년 업무 이관 문제도 지금부터 공론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보육비 절반 국고 보조=노 대통령이 2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어린이 보육확대 프로그램’이 구체화돼야 밑그림이 보일 전망이다.

보육·고용문제 ‘백지상태’

노 대통령이 잡은 ‘보육구상’은 차등보육료제 도입, 국가 보육재정 50%로 증대(현행 36%) 등이다. 문제는 정부가 5개년 계획에 따라 재정부담을 늘린다는 방침만 세웠을 뿐, 여전히 돈을 어떻게 구할 것인지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

노 대통령이 100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라면, 보육프로그램 시행은 ‘여성인력 활용’을 위한 것이고, 여성인력 활용은 6%까지 내다본 경제성장률을 잡기 위한 ‘고육책’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결국 여성 일자리 창출, 공보육 서비스 질 제고, 경제성장이란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얘기다.

▲ 여성 일자리 창출=노 대통령은 지난해 여성에게 새 일자리 50만개를 만들어주고, 여기서 생기는 부가가치가 11조2500억원(임금의 1.5배)에 이른다고 계산했다. 다시 여기에 평균담세율(20.1%)을 적용, 3조7500억원의 세수가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일자리 창출이 보육예산까지 확보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낸다는 것. 하지만 이를 실천할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 여성 정·관계 진출 확대=여성 장관 4인 임명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상태. 더욱이 여성 장관 4명 모두 국정을 큰 차질없이 수행하고 있어 가산점까지 얻을 정도다. 정치쪽은 상황이 좀 다르다. 여야의 합의가 필요한 사안인데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신당 창당 회오리에 휩싸여 어렵게 마련한 여성관련 정치개혁안이 묻혔기 때문이다.

▲ 감점요인=청와대 안에서 여성정책을 총괄하는 여성정책비서관제를 없앤 것은 노 대통령과 참모들의 대표적인 ‘패착’으로 꼽힌다. 국무총리실 아래 여성정책조정회의와 업무가 중복된다는 이유였지만, 그렇다고 대안으로 세운 ‘차별철폐 태스크포스’가 지난 100일 동안 한 활동을 꼽기는 어려운 일이다.

송경희 참여정부 초대 대변인의 경질도 여성 중용을 내건 노 대통령의 호언에 흠을 만든 일. 정말 자질이 없었든, 주먹구구 시스템이 만든 희생양이든 ‘어설픈 인사와 조직관리’가 만든 실수임엔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취임 전 여성계의 요구가 거셌던 청와대 제2부속실의 제자리 찾기도 아직 드러난 게 없다.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과거 부인들이 그랬듯 아직 ‘보이지 않는 내조’에 더 신경쓰는 모습이다. 노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는 ‘시스템에 의한 관리’가 제2부속실 새 역할 찾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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