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사이트 운영자·이용자 고발 하니
“초범이라·어려서” 대부분 불기소

‘아동성착취 사이트 다크웹 문제와 대안 마련을 위한 긴급 토론회’이 10월30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이나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박찬미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피해지원국 활동가·정미래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이현숙 탁틴내일 대표·최종상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장·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인여성인권위원회 박예안 변호사 ⓒ탁틴내일
‘아동성착취 사이트 다크웹 문제와 대안 마련을 위한 긴급 토론회’이 10월30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이나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박찬미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피해지원국 활동가·정미래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이현숙 탁틴내일 대표·최종상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장·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인여성인권위원회 박예안 변호사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아동 성착취 사이트인 다크웹 ‘웰컴 투 비디오’의 운영자 손모(23)씨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운영자와 이용자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강력히 처벌 하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현장 활동가 등 전문가들은 아동 성착취에 대한 낮은 인식에 대해 문제 삼고 수사기관 적극적인 수사와 성인지감수성에 대해 강조했다.

10월21일 아동 성착취 사이트를 운영한 손씨와 이용자들의 합당한 처벌을 원합니다’ 제목의 국민청원을 올린 청원인은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학대하며 이윤을 만들었다는 반인륜적 범죄가 어째서 한국에서는 별것 아닌 것처럼 여겨지며 범죄자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10월30일을 기준으로 해당 청원은 27만3천435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10월17일 미국 법무부 보도자료에 공개된 ‘웰컴 투 비디오’ 이용자 처벌에 따르면 미국 매사 추세츠주에 사는 하이로 플로레스는 아동 음란물을 수취하고 소지한 혐의로 징역 5년에 의무 가석방(형을 복역한 뒤 추가로 보호관찰처럼 감시받는 제도) 5년을 선고받았다. 텍사스주의 리처드 니콜라이 그래코프스키(40)도 아동 음란물을 내려받은 혐의로 징역 70개월에 의무 가석방 10년을 선고받았다. 또한 7명의 피해자에게 3만 5천달러(한화 4천88만원 상당)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명령도 받았다. 아동 음란물을 제작·유포한 영국 국적의 카일 폭스(26)는 성폭행 혐의 등으로 징역 22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동 음란물 소지 및 유포 혐의에 대한 처벌이 경미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손씨에게 “피고인의 나이가 어리고 별다른 범죄 전력이 없으며 (해당 웹사이트) 회원들이 직접 올린 음란물이 많다”면서 불우한 성장과정, 가장이라는 이유로 형량을 감량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번 수사를 통해 서버 운영자인 손씨가 미국·영국 국적의 피의자들보다 훨씬 가벼운 처벌을 받게 됐다는 것이 드러났다.

아동·청소년과 관련된 국내법 또한 다른 나라에 비해 미약했다. 네덜란드는 형법에 18세 미만인 자나 18세 미만으로 보이는 자가 있는 성적 활동 이미지 또는 이미지가 있는 데이터를 전파·공개 전시·제작·수입·배포·수출 또는 소지하고 있는 자에 대해 최대 4년의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음란물 소지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제작하거나 수입·수출한 경우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 영리 목적으로 아동 음란물을 판매·대여·배포·제공가거나 이를 목적으로 소지·운반한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는 지난 2018년 고발한 해외 기반 포르노사이트 처분 결과를 분석하며 문제적인 불기소이유와 판결요지를 발견했다. 분석 결과, △초범인 점 △게시 횟수가 적은 점 △피해자의 얼굴/신상을 특정할 수 없다는 점 △가해자의 직업과 나이 등을 고려 △가해자가 유포로 얻은 이익이 없다는 점이 가해자들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이는 기소여부 및 형량의 결정에 중요하게 반영됐다.   

10월30일 열린 ‘아동성착취 사이트 다크웹 문제와 대안 마련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서 박찬미 한사성 피해지원국 활동가는 분석 결과에 대해 검찰과 재판부가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함을 명확히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박 활동가는 “검찰과 재판부는 성인지 감수성 및 현대 사회에서 사이버성폭력이 어떻게 자행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며 “수사기관은 서로 수사기법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등 보다 협력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외국 수사기관과 국내 법진행기관의 아동 성범죄에 대한 인식 차 개선이 필요하다고 의견도 있었다. 최종상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장(총경)은 “‘아동 음란물’로 통용돼 온 용어를 ‘아동 성착취물’ 혹은 ‘아동성적학대물’로 대체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며 “아동 음란물의 유포나 소지는 단순한 호기심 또는 성적 취향 등의 사유로 변명이 되지 않는 명백한 범죄 행위”라고 했다. 이어 “국내의 경우 아동 음란물 소지 자체가 범죄가 된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실제로 처벌도 경미하기 때문에 심각한 범죄로 인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아동 성착취를 목적으로 한 친분 쌓기 행위인 그루밍에 대한 처벌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인터넷을 통한 조건만남 등 청소년 성매매를 아동 청소년 성착취로 규정하고 이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아동의 권리 및 성착취 피해에 대한 홍보를 통해 아동안전에 대한 시민의식을 고취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장이 형성되지 않기 위해 수요를 차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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