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니까 괜찮다?” 죽어가는 모습마저 구경거리 된 동물들
“식재료니까 괜찮다?” 죽어가는 모습마저 구경거리 된 동물들
  • 김서현 기자
  • 승인 2019.11.01 08:00
  • 수정 2019-11-01 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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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도살하고 산 채로 먹는 장면
여과없이 게재 하는 유튜버 늘어
동물보호법 어긋나도 규제 안돼
왼쪽 위부터 소금에 튀어오르는 미꾸라지 떼, 잔인하게 매달린 뉴트리아, 개구리, 살아있는 산낙지. 영상들은 모두 제재받지 않았다. ⓒ유튜브 캡쳐

자극적인 유튜브 콘텐츠가 대중의 이목을 끌면서 식재료로 이용되는 동물들을 엽기적으로 도살하는 장면을 여과 없이 노출하는 혐오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지만 현행법으로는 제재가 쉽지 않아 논란이다. 

유튜브나 아프리카TV 등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 영상 조회수는 곧 돈이다. 손 쉽게 대중의 관심을 끌어 수익을 내려는 유튜버(영상 콘텐츠 제작자)들은 경쟁하듯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을 만든다. 자신이 키우는 개를 때리거나 고양이를 학대하는 모습을 인터넷 방송에 내보내는 경우는 흔할 정도다.  

지난 7월 유튜버 A씨는 스트리밍 방송 도중 반려견을 붙잡아 침대 위로 던지고 안면부를 여러 차례 때렸다. 방송을 보던 구독자들이 서둘러 경찰에 동물학대로 신고를 했으나 경찰이 출동하자 A씨는 “내 훈육 방식”이라며 경찰을 돌려보냈다. 이후 동물보호단체의 고발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고 A씨의 사건으로 시작된 ‘동물학대 처벌 강화 그리고 유해 유튜브 단속 강화’ 청와대 국민청원은 마감일 기준 20만1321명이 동의했다. 개와 고양이 등 일반적으로 반려동물로 여겨지는 동물 학대에 대한 경각심은 높다. 구독자들의 적극적인 경찰 신고와 유튜브 신고를 통해 학대 행위자가 경찰 조사를 받거나 동영상 자체가 삭제 된다.

반면, 반려동물로 여겨지지 않는 야생동물과 식재료로 이용되는 동물 및 어류에 대한 학대 경각심은 굉장히 낮다. 지난 9월 한 유튜버 B씨는 살아있는 미꾸라지 50마리 등에 소금을 뿌리고 칼과 손으로 휘젓고 장난치는 모습을 그대로 영상으로 올렸다. 해당 영상은 30일 현재 791만1923회 조회됐다. 해당 유튜버는 산낙지, 자라 등 또한 산 채로 씹는 모습을 방송해 논란이 일었다. 또 다른 유튜버 C씨 또한 산낙지와 개불 등을 썰거나 하지 않은 채 산 채로 입에 넣고 씹는 영상을 그대로 올렸다. 유튜버 D씨는 개구리를 직접 잡아서 썰어 먹는 영상을 올려 조회수 238만회 이상을 기록했다. 한동안 ‘괴물쥐’로 불리며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목됐던 뉴트리아 역시 유튜버들의 손에 잡혀 잔인하게 도살 당해 음식이 됐다. 

이러한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은 동물보호법의 허점 탓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에서 동물의 정의는 제2조를 따르는데 척추가 있는 동물과 더불어 파충류, 양서류, 어류를 포함하나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는 제외된다. 따라서 제8조 동물학대 등의 금지에 미꾸라지, 자라 등 식재료로 이용되는 동물들은 포함되지 않아 처벌이 어렵다. 그러나 제10조 동물의 도살방법에 는 혐오감을 주거나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해서는 안 되며, 도살과정에 불필요한 고통이나 공포, 스트레스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어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유튜브의 미온적인 제재 또한 문제적이다.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는 △과도한 노출 및 성적인 콘텐츠 △유해하거나 위험한 콘텐츠 △증오성 콘텐츠 △폭력적이거나 노골적인 콘텐츠 등을 제재한다고 명시한다. 앞서 유튜버들이 동물을 식재료로 이용하는 과정에서 잔인하게 도살한 사례들은 충격적이거나 선정적이거나 필요 이상의 유혈과 폭력이 난무하는 콘텐츠로 분류돼 △폭력적이거나 노골적인 콘텐츠로 제재될 수 있으나 어느 영상도 제재받지 않았다. 

1970년대 동물권 운동의 창시자인 호주의 윤리학자 피터 싱어는 “동물도 고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존재이므로 윤리적 고려의 대상”이라며 “동물도 고통에서 벗어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어류, 갑각류, 두족류 등 또한 고통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들이 발표됐다. 지난해 3월 스위스는 ‘바닷 가재를 산 채로 끓는 물에 삶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했다. 2016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주의 한 해산물 업체는 바닷가재를 마취 없이 띠톱으로 도살해 1500달러(한화 약125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뉴사우스웨일즈 주는 동물을 불필요하게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하는 것을 금지하며 소금을 첨가한 얼음물에 일정시간 담가 마취 후 도살할 것을 권장한다. 

이형주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법과 제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모두 단속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식용으로 이용되지 않지만 고통과 학대를 수반하는 낚시 카페 등인데, 불법으로 다툼의 소지가 있음에도 단속되지는 않는다”며 “동물에 고통을 주는 조리 방식과 살아있는 채로 고통을 주는 행위가 학대라는 인식 자체가 선행되지 않으면 설사 법이 있어도 낚시카페의 예처럼 사문화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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