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 패러독스』(잭슨 카츠 지음, 갈마바람 펴냄)
여성 향한 폭력의
많은 가해자가 남성
스스로 성찰하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먼저 침묵하지 않아야

ⓒ갈마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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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시(HeForShe)’는 성불평등 문제에 남성들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하는 유엔 여성(UN Women)의 글로벌 성평등 캠페인입니다. 앞으로 ‘히포시 컬처(HeForShe Culture)’ 코너를 통해 성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이야기가 담긴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한 강의에서 남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은 성폭행을 당하지 않기 위해 날마다 스스로를 지키는 자기만의 방식이 있습니까?” 남학생들은 웃고 넘긴다. 누군가가 “그런 건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라고 답했다. 똑같은 질문에 대한 여학생들의 대답은 달랐다. 비상시 호신용으로 쓰기 위해 열쇠를 손에 쥔다거나 휴대폰을 항상 지닌다거나 밤에는 산책이나 조깅을 삼간다는 이야기를 쏟아낸다.

성폭력 예방과 양성평등 실현에 헌신한 국제 활동가이자 문화비평가인 잭슨 카츠의 이야기이다. 그의 저서 『마초 패러독스』는 여성을 향한 폭력은 남성에게 있다고 짚는다. 그는 이유가 사회에 있다고 지적한다. 폭력적인 남성을 양산하는  문화와 여성을 성적 욕망과 결합시켜서 바라보게 만드는 미디어, 남성성이라는 것을 힘이나 권리로 바라보게 하는 대중문화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여성이 폭력이나 성차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것이 여성의 문제가 아닌 남성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숱한 사건과 경험들이 여성에 대한 폭력을 남성들이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 책에서 남성들은 비판하기 위해서만 쓴 것은 아니다. 침묵하는 남성들이 좀 더 여성을 향한 폭력에 대한 논의의 장으로 끌여들이기 위해서다. 결국 남성들이 나서야 지금의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저자는 남성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우선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여성이나 남성성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도와줘야 한다고 말한다. 피해자들의 진실성을 봐줘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들을 정서적이나 육체적으로 혹은 성적으로 학대한 남성들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저자는 전한다. 더 나은 사람으로 바뀔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친구들이나 동료들의 성차별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에 대해서 용납하면 안 되고, 성폭력이 청소년 폭력이나 노숙자 문제, 이혼, 에이즈 등 다른 사회적 문제와도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차별에 반대하는 남성들의 단체를 만드는 것도 제안한다.

결국 이같은 변화는 남성들에게 긍정적으로 돌아가게 된다. 저자는 남자들에게 성차별과 여성 학대를 거부하라고 요청하는 것이 진정한 남성성을 선사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또 남성이 남성과 여성의 편에서 똑같이 사회 정의와 비폭력, 기본 인권을 지지하면 더 나은 남성이 아니라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든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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