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곧 임기 반환점을 맞이한다. 문 대통령 집권 2년 반에 대한 평가는 다양한 관점과 기준에 따라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은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했던 것을 실제로 이뤄냈느냐 여부다. 이것은 정부의 능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소득주도성장은 현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이다. “국민들의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늘어나고, 소비가 늘어나면 투자가 늘어나면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경제가 성장한다”는 이론이다. 그래서 현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다. 정부는 국민들의 소득을 올리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재인 케어 확대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역설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소득 5분위 배율(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값)은 5.3배로 2003년 이후 가장 악화됐다. 통계청이 10월 2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정규직 근로자 수는 전년 대비 35만3000명 줄어든 반면 비정규직은 86만7000명 증가했다. 9월 신규 취업자 중 경제 허리인 30대와 40대 일자리는 1년 전보다 19만명 줄었다. 한국은행은 10월 24일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이전 분기보다 0.4%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경제 성장률은 1%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김대중 정부 때 평균 경제 성장률은 5.3%, 노무현 정부 때 4.4%, 이명박 정부 때 3.2%, 박근혜 정부때 2.9%와 비교하면 현 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초라하다. 우리 경제 성장률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3.0%)보다 훨씬 낮고, 미국(2.4%)보다 뒤처진 것은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 전쟁 등 글로벌 경기가 안 좋은 탓도 있지만 국내 경제 정책의 실패가 더 큰 요인일 수 있다.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민심은 지극히 차갑다. 한국갤럽(8월 20~22일) 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경제 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는 25%인 반면, 부정 평가는 60%였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면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더 나아가,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조국 사태에서 보듯이 나라는 두 동강이 났다. 진보와 보수는 서로를 향해 증오와 저주를 퍼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국민 통합보다는 자신의 지지층만을 위한 정치로 국론 분열을 방치했다. 문 대통령은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습니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습니다.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이를 맡기겠습니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런 인사 원칙은 사라졌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국내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정계 출신 임원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계 출신 기관장 10명 중 7명은 이른바 ‘캠코더(대선 캠프ㆍ코드ㆍ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로 확인됐다. 정의와 공정의 가치가 분출된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현 정부에서 특권과 반칙으로 점철된 조국 전 청와대 민정 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함으로써 촛불 정부의 정체성은 무너졌다. 이런 한계를 의식해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 연설에서 남은 임기 동안 '공정'을 국정운영의 목표로 삼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 대표도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향후 공정사회를 위한 4대 개혁으로 ‘검찰 특권 철폐’ ‘선거제도 전면 개혁’ ‘국회 개혁’ ‘입시와 취업의 공정성 회복’ 등을 제시했다. 그런데 대통령과 여권은 남성과 여성이 똑같은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불공정을 해소하는 것이 공정 사회의 핵심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 만큼 집권 후반기에는 ‘성평등 실현’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과 역사가 평가하는 ‘성공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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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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