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윤지영 교수
‘리얼돌, 지배의 에로티시즘’ 논문

리얼돌 판매 업체 사이트 캡처
리얼돌 판매 업체 사이트 캡처

여성 신체를 본뜬 남성용 성인용품인 리얼돌이 여성용 성인용품과 달리 여성 신체를 장악하고자 하는 지배의 의지를 내포한다는 취지의 국내 논문이 발표됐다.

10월28일 건국대에 따르면 해당 대학 부설 몸문화연구소 윤지영 교수는 지난 18일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과 공동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리얼돌, 지배의 에로티시즘’ 논문을 발표했다.

윤 교수는 리얼돌 수입 허가 판결 과정과 남성이 사용하는 리얼돌에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성용 성인용품은 남성 신체의 완벽한 재현을 목적에 두지 않지만 리얼돌은 여성 신체가 적나라하게 형성화됐다는 것을 꼬집었다.

논문에서 윤 교수는 리얼돌 수입 관련 재판을 언급하며 “1심은 리얼돌에 대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음란물’로 규정했지만, 2심에서는 ‘성기구’로 정의하면서 수입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1심에서 ‘사람의 존엄성’을 말할 때 말하는 사람은 여성을 가리키지만, 2심에서 성적 자유를 지닌 ‘개인’은 남성으로 한정된다”고 지적했다.

또 여성용 성인용품과 남성용 성인용품인 리얼돌에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평가한 윤 교수는 “여성용 성인용품은 남성 신체의 완벽한 재현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여성이 기구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신체가 느끼는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면, 리얼돌 등 남성용 성인용품은 여성의 신체를 지배하는 데 집중한다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리얼돌이 불러일으키는 성적 자극의 본질은 “수동적이며 언제든 침해 가능한 여성 신체에 대한 장악 의지”라고 윤 교수는 주장했다.

이어 “남성들의 치료와 성욕 해소를 위한 도구적 존재로 여성 신체가 형상화되는 일이 여성들에게 어떤 인격침해나 심리적·신체적 훼손을 유발하는지, 어떤 측면에서 트라우마적 요소가 될 수 있는지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다”고 대법원 판결을 지적했다.

한편 리얼돌 수입통관 보류 처분에 대해 1심과 2심의 판결은 엇갈렸다. 1심 법원은 “리얼돌은 노골적으로 사람의 특정한 성적 부위 등을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면서 인천세관이 적법한 처분을 내렸다고 판결했다.

반면, 2심 법원은 1심의 판결을 뒤집고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대법원이 2심의 판결을 받아들이면서 리얼돌 수입이 허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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