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몰래카메라) 등 불법촬영물에 의한 디지털 성범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몰카(몰래카메라) 등 불법촬영물에 의한 디지털 성범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버스 안에서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하반신을 스마트폰을 이용해 몰래 동영상 촬영한 남성이 무죄를 선고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의정부지법 형사1부(오원찬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 된 피고인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4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버스를 타고 가다가 하차하려고 출입문 앞에 서있던 B씨의 하반신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8초 가량 동영상 촬영했다. A씨는 현장에서 걸려 경찰에 검거된 뒤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촬영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판단,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2016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피해자의 옷차림, 노출 정도, 촬영 의도와 경위, 장소·각도·촬영 거리, 특정 신체 부위의 부각 정도 등을 살폈다. 

B씨는 당시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헐렁한 회색 운동복 상의와 레깅스 하의를 입고 있었다. 외부로 직접 노출되는 부위는 목 윗부분과 손, 발목이었다. A씨는 B씨를 촬영함에 있어 특별한 각도나 특수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고 엉덩이 부분 등을 부각시키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레깅스는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으로 활용되고, 피해자 역시 이 같은 옷차림으로 대중교통에 탑승해 이동했다”며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피고인의 행위가 부적절하고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준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해 파장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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