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존타, 창립 100주년 기념
제7차 지구대회서 워크숍
김도경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
청소년 미혼모 양육 지원 제도 제안

국제봉사단체인 국제 존타의 32지구인 한국 존타가 지난 10월 2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창립 100주년 기념 제7차 지구대회에서 ‘대한민국에서 청소년 미혼모로 살아간다는 것’이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마련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조종남 서울YWCA 전 회장, 허운나 채드윅국제학교 대외총괄교장, 김도경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국제 존타 32지구

국제봉사단체인 국제 존타의 32지구인 한국 존타가 지난 10월 2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창립 100주년 기념 제7차 지구대회에서 ‘대한민국에서 청소년 미혼모로 살아간다는 것’이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열었다. 십대 미혼모이 겪는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지원체계 등을 모색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워크숍은 한국 존타 회원 등 관계자 약 400여명이 참석했다.

워크숍에는 김도경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가 ‘청소년 미혼모의 전반적인 현황과 문제점’을 주제로 대표 발제를 하고 조종남 한국여자의사회, 서울YWCA직전 회장이 ‘산모의 건강현황과 건강유지대책’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어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청소년 미혼모를 위한 정책지원체계와 개선방안’을 주제로 설명하고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김도경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피임용품에는 구입 연령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고 성생활이 성인만의 전유물도 아니기 때문에 결국 미성년이어도 아이를 가질 수 있고 부모가 될 수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미성년자가 양육을 선택했을 때 문제점으로 입양을 권하는 병원과 입양기관의 관계, 미성년 미혼모는 출생등록, 구직활동, 집 계약과 보험계약 등을 부모 동의 없이 할 수 없는 점, 아이와 단절시키는 그룹 홈 등을 지적했다. 병원이나 입양기관에서 미혼모에게 입양을 권유한 뒤 미혼모가 입양을 거절하면 모욕적인 말과 욕설을 듣거나 출생등록 등을 스스로 할 수 없으며 아이를 맡기면 만나기가 어려워 영원한 단절로 이뤄지고 있다고 사례를 제시했다.

따라서 김 대표는 미성년의 임신부터 출산, 양육까지 현실적인 지원 정책과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비박스는 공적기관이 아니므로 출생등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병원이나 공적기관이 운영해 출생등록부터 임신, 출산, 양육, 주거에 이르기까지 상담과 지원이 연계된 시스템을 갖춘 센터가 필요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또한 김 대표는 기존 의료보험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의료보험 미납 시에도 임신, 출산에 대한 진료는 받을 수 있어야 하며 아이는 긴급의료지원으로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출생등록 등 가족관계등록법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출생 신고 시 혼외자라는 표시를 없애 미혼모가 신고과정에서 아이가 혼인과 무관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수치스럽고 주눅드는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주거제도도 시설보호 중심에서 재가 지원 강화로, 가정의 개념으로 접근해 시대에 맞게 권리와 자립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그는 역설했다.

김 대표는 “재가 거주자일수록 양육에 대한 정보가 많고 당사자간 교류와 사회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조사됐다”라며 “재가 지원은 미혼모 가정이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게 하고 자립을 앞당길 수 있다”라고 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2011년부터 한국미혼모가족협회는 긴급단기보호쉼터인 ‘희망을 찾는 터’를 운영 중으로 지난해 9월 두 번째 쉼터를 오픈했다. 이 센터는 간단한 입소조건과 이용조건을 거치면 장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열흘에 10만원씩 생활비, 공과금, 긴급지원비 등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아이를 가졌을 때 대처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양육비에 대한 부분을 꼭 함께 하는 것으로 같이 키우지 않고 낙태나 입양을 권유하거나 도왔더라도 부모의 의무는 회피할 수 없고 과거 양육비까지 청구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조 회장은 편견과 왜곡된 시선으로 입양과 낙태의 제한된 선택을 강요받는 청소년 미혼모들을 다양한 가족의 한 형태로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국제 존타 32지구

조종남 서울YWCA 직전 회장이 ‘청소년 미혼모 건강권 확보를 위한 의료적 접근’으로 사례 발표를 했다.

조 전 회장은 편견과 왜곡된 시선으로 입양과 낙태의 제한된 선택을 강요받는 청소년 미혼모들을 다양한 가족의 한 형태로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임신 사실을 늦게 인지한 뒤 임신 사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산전진료가 늦어져 기형아 검사 시기를 놓치거나 영양관리, 위생관리 조언 부족, 출산 과정에서 의료적 문제 등이 발생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청소년 미혼모의 건강과 관련해 조 전 회장은 “어릴 때 성적 호기심 때문에 성관계를 맺은 미혼모가 어릴 매독, 임질, 풍진 등 성병에 감염돼 적절한 조치가 없는 경우가 많다”라며 “매독은 20주 이후 출산 후에도 엄마와 아기의 치료가 각각 필요하며, 풍진은 임신 초 감염 시 기형아 출산 확률이 매우 높아 결혼 전 서로 건강검진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조 전 회장에 따르면, 2014년 통계를 보면 21만명이 낙태를 선택하며 입양 아동 중 90%가 미혼 부모의 자녀로 그 중 서울 지역이 69.7%를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조 전 회장은 해외 입양이 많았던 이유로 국내 입양이 조건이 까다롭다는 점을 지적했다. 40세 이하, 자가 거주 등이 필요 조건임에 따라 해외입양이 국내 입양보다 건수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여의사회는 미혼모가족지원회를 만들고 광주, 대구 등 미혼모 시설을 돕고 있으며 청소년 미혼모 건강권을 돕기 위해 미혼모가족협회와 연계해 미혼모 건강검진을 진행하고 있다.

조 전 회장은 “청소년 미혼모의 건강권은 시혜적 차원이 아닌 기본권으로 자신의 건강을 돌볼 권리, 건강하게 출산할 권리 보장을 위한 정책적인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라며 “위기임신 출산지원센터와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윈은 ‘청소년 미혼모를 위한 정책지원체계와 개선방안’을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이 연구원은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미혼모가 출산과 양육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 부족한 교육투자, 미혼모 자녀에 대한 차별적 시선 등 자녀가 경험하게 될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미혼모의 어려움은 크게 경제적 어려움, 자녀양육의 어려움, 가족 및 사회적 관계상의 어려움 등 3가지로 분류했다. 청소년 미혼모는 양육 역할과 학업 완성 등 어려움이 추가되는 상황에서 청소년 미혼모의 다수는 학업을 계속하기를 원했지만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이들이 공공 복지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겪는 어려움도 있다.

이 연구원은 “미혼모가 임신이나 출산지원을 문의하는 중 구청이나 주민센터 공무원의 전문성 부족이나 불친절함으로 차별을 받은 적 있다”라며 “최근 확대된 임신, 출산 및 신생아 지원 서비스에 대한 미혼모 인지도가 낮다”라고 지적했다. 국민행복카드 인지도와 이용률이 높지만 일부 임산부 및 산모를 위한 서비스는 이용 정도가 낮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청소년 미혼모의 학습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이 연구원은 “임신과 함께 학업을 중단하지 않도록 교정, 교사, 학교사회복지사 등 학교 현장에서 노력해 청소년 미혼모가 학업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도록 서비스가 지원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초중등교육법에 학생 미혼모 학습권 보장을 위한 조항을 신설해 임신,출산 시 휴학처리, 위탁교육, 출산 후 학교복귀 관련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청소년 미혼모 학업중단이 65.9%로 임신 이후 중단 34.1%라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0년 학생미혼모 학습권 보장 및 학생 임신과 출산에 따른 징계나 처벌을 근절할 것을 권고한 데 이어 2010년부터 학습권 보장을 위한 위탁형대안교육 기관은 2014년 기준 전국 18개가 운영 중이다.

그는 향후 과제로 △임신기 출산 후 미혼모 의료비 부담의 경감 △태아, 신생아, 산모 건강 보장을 위한 전달체계 개선 △미혼모부 초기지원 사업 접근성 확대 △청소년 미혼모 학습권 보장 △계획하지 않는 임신 예방 교육 실효성 제고 등을 언급했다.

이 연구원은 “청소년 미혼모는 어머니이자 청소년으로 공부해야 하며 부모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부모님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환경에 처한 청소년 미혼모가 더 많음에 따라 청소년이 도움을 받을 경우 임신을 계기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다”라고 했다. 미혼모가 방문할 경우 병원과 연계하거나 한부모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인 각 지역 주민센터 등에서 한부모 복지 서비스를 소개하고 컨택포인트를 늘려 지속적인 조언과 물품 지원이 늘어나야 함을 그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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