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순원 연출집단 여고(女GO) 대표 “여성연출가 네트워크, 더 확대할 것입니다”
백순원 연출집단 여고(女GO) 대표 “여성연출가 네트워크, 더 확대할 것입니다”
  • 진혜민 기자
  • 승인 2019.11.30 07:25
  • 수정 2019-11-29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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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출집단 여고 백순원 대표
2019 양성평등문화상
‘문화예술특별상(을주상)’ 수상

씨어터 백 대표이자
연출집단 여고(女GO) 대표
연출집단女GO 백순원 대표.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연출집단女GO 백순원 대표.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 상을 우리 연출 집단 여고가 받게 됐다고 했을 때 여성연출가전 활동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어요. 여태 ‘잘하고 있어’, ‘수고했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처음으로 칭찬을 듣는 순간 같았어요.”

백순원 대표(46)는 15년째 연출집단 ‘여고(女GO)’를 이끌고 있다. 연출집단 여고(女GO)는 2005년 당시 여성 연출가들끼리 한자리에 모여 대화를 하며 자연스럽게 결성됐다. “2004년 한 페스티벌에 참여했던 연출들이 연말에 모이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기획전 차원으로 우리끼리의 페스티벌을 만들어보자고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온 것입니다. 한 기획 팀원이 ‘여성 연출들이 모였으니 여성연출가전이라고 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해서 타이틀도 즉석 해서 갖게 됐습니다. 다만 규모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기획회의를 다 같이 하고 스태프도 저희끼리 공유했습니다. 처음에는 제작 여건도 어려워 서로 도울 수 있는 동료를 만들자고 시작했는데 여기까지 올 것이라고는 예상도 못 했습니다.”

여성연출가전을 하면서 고비도 많았다. “그렇게 모인 6명의 연출자들이 ‘식스섹스’(Six Sex)라는 주제로 성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연극을 2005년에 처음 올렸어요. 아무래도 작품 타이틀 때문인지 남성 관객분들이 많이 왔어요. 회차를 거듭하며 공연을 올리다가 중간에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한 해는 쉬자고 해서 공백기가 잠깐 있었습니다. 그래서 15년 동안 15회가 아닌 14회가 됐죠. 여고(女GO)는 10회 때 재기했지만 13회 때 미투 등 사회적으로 여러 일들이 있었어요. 이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그럼에도 공연하자’라고 생각하며 서로 많이 기댔던 것 같아요. 그때 완전하지 않은 내가 타인을 만나면서 채워지고 저도 마찬가지로 채워주고 의지와 격려가 되는 힘을 받았어요. 그런 힘이 모여서 각자 작품을 하고, 그것이 또 사회로 확장됐습니다.” 

백순원 대표는 여성연출가전을 통해 다양한 여성들을 만났다. “현재는 신진 연출가들도 늘어 여성 연출가들도 남성 못지않게 많아졌습니다. 다만 연출가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게 되면 경력단절이 생겨 10년 정도 연출계를 떠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일부 여성 연출가들은 육아를 하다가 북받쳐서 다시 나오기도 하고 아이를 낳고 3개월 만에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점을 반영해 저희는 12회 때부터 참여하는 여성 연출가들의 연령대와 경력 제한을 하지 않았습니다. 여고(女GO)는 연출가들의 육아·공연 경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지’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연출집단女GO 백순원 대표가 25일 서울 대학로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연출집단女GO 백순원 대표가 10월25일 서울 대학로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연출가전을 이끄는 대표로서 속상했던 일도 있었다. “한 페스티벌에서 한 남성 연출가가 제 앞자리에 앉았는데 ‘(여성연출가전) 그런 것을 왜 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이 말이 마음속에 계속 남았어요. 왜 우리의 페스티벌을 ‘그런 것’이라고 표현했을까, 비하였을까 곱씹을수록 불쾌했어요. 일부 남성 연출가들은 저희가 오히려 역차별 했다고도 해요. ‘왜 너희가 성별을 가르냐’라는 것이죠. 그럴 때마다 저희는 해명 아닌 해명을 매번 해야 했어요. 성별을 가른 것이 아니라 모인 사람들이 여성이었고 그래서 여성연출가전이라고. 그런데 다른 상징적 단어를 사용했어도 저희는 또 설명했을 것 같아요. 물론 여성 연출가 중에서도 ‘여성’이라는 단어 때문에 부담스러웠다고 말한 분도 있어요. 저는 오히려 그런 시선이 페미니즘이라는 어떤 프레임 속으로 자꾸 넣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페미니즘은 현재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 우리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있잖아요.”

백 대표의 작품에는 사회 속 인간의 존재에 대한 탐구들로 가득하다. “저희끼리 모여서 얘기를 하면 아무래도 사회에서 일어나는 것들이 화두가 됩니다. 그러다 보니 연출도 그렇게 흘러가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정치극뿐 아니라 작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부터 사회까지 점차 시각을 넓히며 여성연출가전을 진행했습니다. 초기에는 ‘나’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그다음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그 이후는 신화 속 이야기까지 발전시켰습니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여성연출가들끼리의 네트워크를 더 단단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고(女GO)가 결성됐던 그 해를 떠올리며 여성연출가전의 초기 멤버분과 지금 연출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을 마련해보려고 합니다. 우리의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논의해보고 싶어서요. 더 나아가서는 국제 교류에 대해서도 주제나 연출 등을 공유하는 아시아 연출가전을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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