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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규 / 민주노동당 정책부장

“급식이 맛없고 지저분해서 점심은 매점에서 빵이나 라면으로 대충 때운다”, “밥에서 수세미와 담배꽁초가 나온 적이 있었고 식사 후 속이 자주 메슥거렸다.”

학생들은 학교급식을 맛없고 비위생적이라고 말한다. 지난 3월 서울 중·고등학생 약 1600여명이 학교급식 후 집단 식중독에 걸리는 사고가 발생했고, 그 이후 최근까지도 경남 창원, 경기도, 서울 영등포에서 학교급식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사실 학교급식 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식중독사고의 상당부분이 학교급식으로 발생해 식중독 환자 중 학교급식을 통해 발생한 환자 비중이 1996년 19.4%에서 2001년 76.3%로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해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올해 이미 지난해의 사고발생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우리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학교급식 식중독 사고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당국과 정치권의 무능함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학교급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우선 정부가 학교급식에 대한 목표가 빈약하며, 그로 인해 학교급식에 지출되는 전체 비용의 약 80%를 학부모가 부담하는 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고작 20%만을 부담하고 있다는 점이다.

급식사고 구조적 원인

게다가 정치권은 필요한 예산을 배정하지도 않은 채 학교급식의 양적인 확대라는 성과에만 급급한 나머지 위탁급식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학교급식의 질을 떨어뜨렸다. 그렇게 해서 결국 학교급식은 값싸고 질 낮은 수입 농축산물 또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식재료를 사용하는 일이 다반사며, 위탁급식의 경우는 학생들의 밥상을 영리업체의 투자비 회수와 이윤추구의 장으로 전락시켰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위생상태는 물론이고 급식의 영양에도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장병징집과정에서 대공황기에 어린 시절을 보낸 청년들의 영양결핍을 확인하고 1946년 학교급식법(NSLA) 제정과 함께 점심급식을 시작했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농무성이 학교급식을 관리하고 있는 미국은 국공립 학교는 물론 사립학교에서 직접 구매하는 식재료까지 자국산 농산물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그 일부는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영양의 개선 및 건강증진을 도모, 식량의 생산, 배분 및 소비에 대한 올바른 이해 등을 목표로 교육과정 및 건강교육의 일환으로 학교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일본은 학교급식을 교육과 연계한 모범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학교급식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급식법 개정을 통해 학교급식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과 역할을 구체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우선 무상교육 차원에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무상급식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선진국, 자국 농산물 의무사용

학교급식시설의 설치와 운영을 국가 및 사립학교당국의 책임으로 정함으로써 위탁급식을 학교직영급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정부조달에 의해 안전성이 검증된 국산농산물의 학교급식 식재료 사용을 의무화함으로써 학교급식의 질을 높이고 학부모의 식품비 부담을 대폭 낮추어야 한다.

학교급식을 담당하는 전문 영양교사의 교육과 양성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예산심의와 위생관리 등 학교급식운영의 전반에 대한 심의권한을 학교운영위원회에 부여함으로써 학부모들의 참여 속에 학교급식의 위생과 질에 일상적인 점검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급식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체계화함으로써 그들에게 영양관리 및 건강한 신체성장의 기회가 제공되도록 해야 한다.

인스턴트 식품에 대한 지나친 선호 때문에 학생비만이 심각하다고 한다. 그리고 한 보고에 따르면 아이들의 약 30%가 아토피성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데 식생활이 주된 문제라고 한다.

또한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약 40만 명으로 추산되는 저소득층 자녀의 균형있는 영양섭취도 중요한 문제이다. 이제 학교급식제도는 국민건강의 밑천이며, 모든 학생들에게 성장의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복지의 기본영역이다.

‘학교에 가면 식중독 걸리는 나라’라는 오명을 씻는 길은 정부당국이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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