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사, 학교·병원·위탁 업체 급여·업무 특성 달라

국민의 영양을 책임지는 영양 전문가에서 ‘급식 아줌마’, 비만 컨설턴트까지. 대표적인 여성직종 가운데 하나인 영양사의 업무 영역은 다양하다. 현재 우리나라 2년제, 4년제 대학에서 배출되어 나온 영양사 면허증자는 9만3,000 여명. 학교와 산업체로 진출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은 가운데 학과 개설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점점 그 공급량은 늘어날 전망이다.

실무 경험으로 영업, 운영 분야에서 자리매김해

다른 여성직종에 비해 적은 수요는 직종 내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요인. 노동력이 과밀 집중된 여성직종의 특성상 낮은 급여 또한 문제다. 90년대 들어 자리잡기 시작한 위탁 운영 시스템은 인건비 절약 차원에서 전체적으로 대졸여성 초임을 낮게 책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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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영양사들의 주 고객은 아이들, 직접적인 수혜자는 학부모다. 사진은 초등학교 아이들이 자체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장면. <사진·민원기 기자>

그러나 열악한 환경과 대우에 안주하지는 말자. 찾아보면 여성전문직으로 대우받고 자리매김 할 수 있는 길은 열려있다. 병원, 산업체, 학교. 급여와 대우는 다르지만 각각 장단점을 수용하며 일하고 있는 현장 영양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고객의 영양 책임은 물론 회사의 이익까지 생각해야 하는 위탁업체의 영양사들. 6개월 인턴 과정을 거친 뒤 각 지점의 지점장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고객과 고객사, 본사와의 관계를 조율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마케팅, 위생 파트, 메뉴개발 파트 등 업무 지원 쪽으로 진출하는 것은 산업체 영양사들의 넓어진 활동 영역.

(주)동원홈푸드 마케팅팀의 이연실(39) 과장은 “업체에 들어 올 경우 관리자이지만 이익을 남겨야 하는 일인 만큼 편안함, 친근감 등으로 고객을 응대하는 서비스 마인드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경력자를 많이 안 뽑으려는 경향도 직영에서 10년 한 사람은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인턴만 못하다는 생각을 해요. 서비스 쪽 마인드가 떨어지고 손익에서 접목이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죠.”

위탁업 시장이 과열되고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대졸 초임 연봉은 그리 높지 않다.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 가장 연봉이 높은 업체는 1,800 만원. 중소 업체의 경우 1,200 만원까지 내려간다. “4년제 출신자들은 기대 급여 적다고 생각해요. 반면 일의 강도는 꽤 높죠. 전문직이면서 전문직이 아닌 듯,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과장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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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양한 활동 영역으로 진출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대학원에서 급식경영학을 전공하는 이 과장은 “위탁과 직영을 포함한 일반 업체, 학교, 병원 모두 ‘경영’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실무 경험을 토대로 영업, 운영 쪽에서 자리매김 해 나갈 수 있는 시장이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의학적인 부분 공부해 전문성 발휘하기도

상담, 급식, 교육 등을 맡는 병원의 영양사들. 상대적으로 대우는 물론 전문성을 발휘하기에 좋다. 병원에서 일하길 원할 경우 6월부터 제도화된 임상 영양사 자격증을 따두면 금상첨화. 식품영양학 석사 학위를 가졌거나 1년 병원 경력 후 대한영양사회 교육 과정을 마치고 나면 각 병원에 응시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의 박미선(41) 임상영양계장은 “임상 영양 과정의 경우 의학적인 지식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며 “보통 1, 2개의 전문 모임에 참여해 임상 업무 담당자들끼리 지식과 현장 경험을 공유하는 편”이라 전한다. 임상 영양사의 대졸 초임 연봉은 2,100 만원 정도.

김승희(40) 급식영양계장은 “학생들이 임상 쪽을 선호하고 유학을 가거나 영양과 상관없이 좋은 대우를 받는 회사로 가는 경우가 있어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우수한 인재 확보가 어렵다”며 “경영, 위생 쪽에도 우수한 인력이 오고 이를 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급식 관리의 특징을 무시하고 바로 가기는 어려우며 3년 정도 급식 경력을 쌓고 임상 쪽으로 가는 것이 좋다는 부가적인 설명. 일이 돌발적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흐름을 가지고 바라봐야 최종 급식대상자에 대한 오류가 나지 않는다고 김 계장은 덧붙인다.

중식 한끼 제공, 오후 3시 반이면 대충 업무를 마치는 초등학교 영양사. 식품위생직 9급 공무원에 속한다. 서빙고 초등학교의 최숙희(34)씨는 “병원, 산업체가 두세 끼 준비하는 것 보다 부담감 적고 당일 제고관리 염려도 없지만 예산 관리, 중식 지원 관리, 제반 관련 서류들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업무 부담이 만만치는 않다”고 전한다.

주 고객은 아이들, 학교 밖 정보에 밝아야

“학교 영양사가 공채로 뽑힌 지 12년밖에 안됐기 때문에 아직 안정적인 상태는 아니에요. 다른 직렬에 비해 승급이 열려 있지가 않죠.” 연봉은 초임 1500만원 가량. 9급 공무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최숙희씨는 얼마 전부터 급식경영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일을 하다보니 안주하기가 쉬워요. 학교 밖 정보들은 늘어나고 학부모들은 질문을 해오는데 급식 업무를 너무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 편식을 교정하다보니 일이 인간 관계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고 최씨는 전한다. 평소엔 편식하는 아이들도 직접 만들면 남김없이 먹더라는 것.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현재 일의 동력이라는 설명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전문가로서의 위상을 잃지 않으려는 영양사들. 적절한 급여, 업무 조건은 여성인력에 대한 대우, 여성직종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 철폐와 같은 선상에 놓여있을 것이다.

임인숙 기자isim123@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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