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시 컬처] 『여혐, 여자가 뭘 어쨌다고』(서민 지음·다시봄 펴냄)
남성도 피임에 신경쓰고
연인 간의 이야기 둘만 간직해야
성평등 사회되면
공정한 경쟁 가능해져

ⓒ다시봄
ⓒ다시봄

 

[‘히포시(HeForShe)’는 성불평등 문제에 남성들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하는 유엔 여성(UN Women)의 글로벌 성평등 캠페인입니다. 앞으로 ‘히포시 컬처(HeForShe Culture)’ 코너를 통해 성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이야기가 담긴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서민 교수는 2017년 자신의 저서 『여혐, 여자가 뭘 어쨌다고』(다시봄)에서 “남성으로 태어난 건 여성에 비해 최소한 3억 이상 더 갖고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3억 원의 의미는 이렇다. 남녀 월평균 임금격차가 40%에 이르렀고(2014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 채용 뒤에도 여자라는 이유로 승진에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서민 교수는 늦은 밤 남성들은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지만 여성은 온갖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고 말했다. 현실이 이 정도인데 서 교수는 남성이 생수통 하나 갈아 줄 수 없냐고 말한다.

단국대 의과대학에서 기생충학을 가르치는 서민 교수는 여성 차별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졌다. ‘메갈리아’를 다룬 팟캐스트에 출연했고 젠더 문제를 다른 교양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서민 교수는 책에서 남성들이 여성을 더 배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여자 친구의 임신을 걱정하면서 왜 남성은 피임에 신경 쓰지 않느냐고 한다. 왜 여자 친구하고 있었던 소중한 이야기를 왜 남자친구들 앞에서 마치 ‘영웅’인 것처럼 말하고 다니냐는 것이다. 여성들이 남성을 배려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임신에 대해 함께 걱정하고, 연인만의 비밀을 둘만 간직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한쪽으로만 기울어져 있다 보니 나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남성들은 배려와 양보가 적을까. 여기에는 오랫동안 지속된 가부장적인 집안 분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 집에서 대접받았던 상황에 익숙해진 남성들이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집 밖에서도 고위직에 오른 남성들이 권력을 행사하게 되면서 배려를 갖추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민 교수의 제안한 해법은 교육이다. “어려서부터 혹독할 정도로 배려 교육을 받게 한다면 닭다리는 어렵다 해도 닭 날개 하나쯤은 양보할 줄 아는 남성을 만들 수도 있지 않겠는가.”

기업이나 정치권에서 여성 할당제에 대해서 남성들이 반발하는 것도 사회가 성평등하면 성별 구분 없이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성공한 여성 리더들에게는 남성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집에 가면 평범한 가정주부가 된다”는 말이다. 출세한 남성들에게는 “집에 돌아가면 평범한 아버지다”라는 말이 없다. 그렇다면 성평등의 시작은 어디서부터일까? 서민 교수는 남성들이 가사와 육아를 절반씩 분담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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