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도시 예찬

~17-2.jpg

도대체 우리 나라 도시도 예찬할 구석이 있단 말인가? 멋대가리 없는 도시 모습에 질렸던 터라, 황당하지만 한 편으론 고개 주억거린다. 몰라서 그렇지 나름대로 즐길 구석이 있기 마련이다. 저자는 건축가이자 ‘서울포럼’대표로 전문가다. 조선일보에 연재했던 글 반에 새로 쓴 글을 보탰다. 온갖 동네에 대한 소개서이자 예찬기다. 글맛부터 깔끔하다. 잘 담근 피클 맛 같다. 보수적인 한국에서 이상하게 하고 다녀도, 맘껏 괴짜여도 좋은 동네 서울 홍대 앞이나 공인된 허영의 공간 청담동 같이 노는 물이 좋아 찾게 되는 동네부터 전통이 주는 문화 자존심 충만한 동네 진주의 남가람이나 인사동까지, 우리나라 멋진 동네가 다 모였다.

김진애 지음/ 안그라픽스 간/ 12,000원

마녀에서 예술가로 오노 요코

@17-3.jpg

오노 요코. 이 이름이 상징하는 단어는 하나다. 존 레논의 마누라. 비틀즈를 아는 이들에겐 하나 더 보태진다. 비틀즈를 해체시킨 주범이자 마녀 혹은 존 레논의 뮤즈. 하지만 존 레논을 만나기 전부터 오노 요코는 예술가였다. 도리어 존 레논이 반전 평화와 자의식 강한 아티스트로서 눈을 뜨게 만들어준 것도 오노 요코였다. 그 오노 요코 풀 스토리다. 자신의 예술적 야망과 여성이라는 위치 사이에서 갈등하던 한 여자 이야기다. 그렇다고 그녀는 눈물을 훔치진 않았다. 뛰쳐나갔다. 그리고 반전을 노래하고 여성을 노래하고 작품을 만들었다. “여성은 세상의 깜둥이다.…그래 여성은/ 당신이 내 말을 믿지 않는다면 옆에 있는 여성을 쳐다보라. 여성은 노예 중의 노예다. 예.”

클라우스 휘브너 지음/ 솔 간/ 18,000원

엄마, 외로운 거 그만하고 밥 먹자

~17-4.jpg

딸 은혜가 물었다. “간장이 뭐야?”저녁 반찬으로 두부부침을 준비했다. “은혜야 두부 먹어라”맛 맹숭. “이번엔 간장에 찍어서 먹어봐”“와, 맛있다.”“간장을 그냥 찍어서 먹어봐”“으∼ 짜.”“그게 간장 맛이야. 간장은 짠맛이 나지만 다른 음식들의 맛을 더 좋게 해준단다.”우리 모녀에겐 겪어야 될 어려움들이 있다. 은혜에게도. ‘장애인이래.’나에게도.‘내 사람을 찾기란 정말 힘드는구나.’‘간장’이란 만화 하나로도 많은 게 설명된다. 다운증후군인 딸과 한부모 가정을 이루며 사는 이야기를 속속들이 만화로 그리는 장차현실 만화 모음집이다. 홍승우의 ‘비빔툰’이 남편 눈으로 바라본 생활 속 잔재미의 만물상자라면, 장차현실 만화는 여자로, 한 아이 엄마로, 장애아로 사는 모든 현실의 다큐 코믹스다. 간간이 실린 일기는 경쾌한 만화와 다른 모습으로 가슴을 후빈다.

장차현실 글, 그림/ 한겨레신문사 간/ 8,500원

엄마의 길

@17-5.jpg

신현림 시인이 옮긴 블루 데이 북 시리즈 5편이다.“아이의 꿈은 내일의 현실이에요. 이 세계는 아이들의 작은 손 안에 있어요. 그럼 아이들은 누구의 손 안에 있죠? 물론, 한없는 인내와 너그러운 이해, 끝없는 사랑을 베푸는 사람, 바로 엄마들이죠.”이 문장이 도막도막 잘려서 왼쪽에 조금씩 써있으면 그 바로 옆에 붙어있는 동물 사진들은 저절로 씨익 미소를 짓게 만든다. 한 사람이기 전에 엄마라서 또 우울한 날, 보기 딱 좋다. 장난꾸러기 아이처럼 귀여운 책.

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 지음/ 바다출판사 간/ 7,500원

남자는 섹스를 모른다

~17-6.jpg

제목 참 시원하다. 섹스 지침서다. 남자, 여자란 무겁고 칙칙한 옷을 훌러덩 벗고, 같이 즐거운 섹스를 위해 갈 길을 알려준다. 찬찬히. 즉각 사정만이 목적인 섹스만으로는 만족한 성생활을 할 수 없다. 여자나 남자나. 사정이 곧 오르가슴은 아니다. 남자가 성적으로 만족하기 위해서는 먼저 여자를 만족시켜라. 뭐 이런 이야기가 잔뜩이다. 저자에 따르면 육체의 느낌은 훈련이 필요하고, 이런 훈련이 곧 사랑이다. 저자는 인터넷 마이클럽에 섹스 칼럼을 연재했던 전력의 소유자로, 현재 ‘아더의 부부 성클리닉’상담을 맡고 있다.

아더 지음/한겨레 간/ 9,000원

조은미 기자cool@womennews.co.kr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