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진리 악플에 스러졌다
진실과 진리 악플에 스러졌다
  • 김서현 기자
  • 승인 2019.10.24 10:42
  • 수정 2019-10-24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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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배우 최진실의 죽음 이후
더 심각해진 악성 댓글
여성연예인에 더 가혹해

 

JTBC2 ‘악플의 밤’에 출연한 설리는 평소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 자신을 향한 악성 댓글에 대해 “브래지어는 건강에도 좋지 않고 액세서리일 뿐”이라고 말했다.  ⓒ JTBC2 ‘악플의 밤’
JTBC2 ‘악플의 밤’에 출연한 설리는 평소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 자신을 향한 악성 댓글에 대해 “브래지어는 건강에도 좋지 않고 액세서리일 뿐”이라고 말했다. ⓒ JTBC2 ‘악플의 밤’

설리(25·본명 최진리)의 죽음을 촉발한 것은 악성 댓글이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유독 가혹한 여성 연예인에 대한 악성 댓글을 ‘범죄’로 간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설리는 ‘탈코르셋’을 외치며 브래지어를 입지 않는 소신을 밝히거나 대학에서 여성학 수업을 듣는 모습을 공개했다가 악성 댓글들이 덧붙었다. 네티즌들은 설리의 죽음에서 11년 전 역시 악성 댓글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최진실을 겹쳐보며 ‘진실부터 진리까지 모두 악성 댓글이 죽였다’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지난 2008년 10월 일어난 배우 최진실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악성 댓글에 대한 큰 경종을 울렸다. 경찰조사 결과 근거 없는 소문과 이로 인한 네티즌들의 악성 댓글이 원인이 죽음의 원인이라고 알려지며 파장이 커졌다. 당시 여당은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뼈대로 한 일명 ‘최진실법’ 도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할 수 있다는 비판으로 실제 도입은 되지 못 했으며 2012년 헌법재판소에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판결까지 받았다. 대신 정보통신망법에 사이버모욕죄 조항이 신설됐다. 

11년이 흐른 현재 또다시 악성 댓글에 대한 여러 논의가 오가고 있다. 23일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혐오성 악성댓글을 플랫폼 사업자가 자동삭제하거나 해당 IP를 차단 조치하는 이른바 ‘설리법(악플방지법)’을 일주일 내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악성 댓글의 관리 책임을 플랫폼 사업자에게 부여함으로써 이전의 인터넷실명제 등 보다 훨씬 강도높고 실효성 있는 법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 또한 아이디와 IP를 공개하는 인터넷 준실명제 법안 입법을 추진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규제 법안 마련에 우려를 나타낸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미 인터넷 실명제는 2012년 위헌 판결이 났고 악성 댓글에 대해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등 형사처벌 조항이 마련되어 있다”며 “사태의 근원은 여성 연예인을 악플의 시스템으로 밀어넣은 상업적 문화”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여성 연예인이 자신과 성을 상품화 하는 과정에서 겪는 사회적인 시선과 압력, 그로 인해 겪는 심리적 압박감에 대해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악성 댓글은 유명인들에게는 필요악처럼 존재하지만 여성 연예인에게는 더욱 가혹하게 따라붙는다. 특히 전통적인 규범을 따르지 않은 여성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악성 댓글과 루머들은 악질적인 성희롱과 추문을 함께 동반한다.  

가수 보아는 14세의 어린 나이로 데뷔한 후 당당한 소녀가수의 모습을 보였다는 이유로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돼 오랜 시간 악성 댓글과 루머에 시달렸다. 배우 하연수는 SNS 활동 중 팬의 질문에 ‘딱딱하게’ 답변을 했다는 이유로 태도 논란에 시달렸다. 섹시 콘셉트 가수였던 유니, 이혼 후 자녀들에게 최씨 성을 갖게 한 배우 최진실, 당당한 여성으로서 행보를 보였던 설리 모두 우리 사회 전통적 여성상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악성 댓글의 포화를 맞았다. 

황진미 문화평론가는 여성연예인과 남성연예인이 겪는 악성 댓글은 전혀 다른 층위라고 비판한다. 황 평론가는 “여성 연예인들 중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여성상에 부합하지 않는 이들이 악성 댓글의 주 공격 대상이 되며 성적인 공격이 수반된다. 반면에 남성 연예인의 경우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 악성 댓글의 타깃이 된다. 사회의 여성혐오와 가부장제적 위계가 악성 댓글에도 작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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