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창립된 지 60주년이 되었다. 부침의 세월 동안 한국여성운동사에서 이정표가 될 만한 여성운동을 이끌어 왔으며, 여성의 권익신장 및 지위향상에 관한 법과 제도를 구현해 왔다. 지난 60년 여협의 의미있는 여성운동의 역사를 돌아보고, 향후 60년을 향해 내딛게 될 여성운동의 바람직한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차별정년 무효확인소송을 계기로 본 여성차별문제’ 근로여성문제 좌담회. 1983년 10월 31일.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차별정년 무효확인소송을 계기로 본 여성차별문제’ 근로여성문제 좌담회. 1983년 10월 31일.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한국여성단체협의회(이하 여협) 여성노동운동의 역사는 60여년의 긴 세월 동안 진행되어왔다. 여협은 창립(1959.12) 초기부터 근로여성문제를 주된 활동으로 여겨 1963년 건립된 부녀회관(여성회관으로 개칭)에 직업여성을 위한 숙사를 마련하는 한편, 1964년 ‘여성문제상담실’을 개설해 남녀차별 철폐를 위한 활동을 본격화했고, 특히 직장에서의 여성지위향상 운동에 집중했다. 여협은 1966년 ‘여차장’의 인권보호문제와 ‘간호원’의 처우개선문제에 관한 좌담회를 수차례 개최하고, 잇달아 관계부처에 건의문을 발송해 교통부로부터 “여차장인권보호에 관한 건의문”처리에 대한 회신을 받기도 했다. 당시 버스 승무원인 여차장들은 장시간(하루 18시간) 근무하는 것에 비해 낮은 급여와 수입금(요금) 관리라는 명목으로 차주 측의 몸수색 등 비인도적이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1960년대 여협은 근로여성의 처우개선을 위한 좌담회, 근로여성문제 세미나 개최, 건의문 발송 등을 통해 관계부처의 시정을 이끌어냈다.
 

1970년대 여협은 여성문제상담실에 들어온 진정이나 상담을 통해 여성근로자의 노동권침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아 이를 이슈화했다. 1960년대~1970년대 우리나라 경제개발계획에 따른 급속한 산업화과정에서 근로여성의 문제점이 축적되어 왔다. 이 시기 낙후된 복지정책과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취업여성의 수는 나날이 증가했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등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졌다. 여협은 1975년 ‘불우근로여성의 당면 문제와 국가개발 세미나’를 개최했고, 1976년에는 전국여성대회 주제를 ‘산업사회와 여성’으로 정해 “취업문제에 있어서 남녀 기회균등 실현을 위하여 노동법이 철저히 시행될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또 여협은 1977년 ‘근로여성문제연구위원회‘를 설치해 근로여성문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공론화했다. 이는 ‘UN 여성10년(1975~1985)'의 영향 아래 여성의 취업관련 문제에 대해 국제적으로 논의되는 상황과 국내적으로는 급속한 산업발전의 그늘에서 부당한 처지에 놓여있는 여성근로자의 상황과 맞물렸다(이 10년간 한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가족법개정을 비롯한 남녀차별적 법률규정의 개정이 있었음을 이전 호에서 기술).

근로여성문제 세미나" 개회식: 리숙종회장 개회사

 

1980년대 여협은 활발한 여성노동운동을 펼쳤는데, 특히 ‘여성근로자의 직장내 차별문제’해결전략 마련에 힘썼다. 여협의 근로여성문제연구위원회는 매년 모집·채용·배치·정년에서의 남녀차별문제와 관련한 주제를 걸고 세미나, 토론회 등을 개최했다. 1982년 여협은 ‘근로여성의 인력개발과 그 활용’이라는 근로여성문제 세미나에서 ‘불우근로여성’문제로 한정시켰던 문제를 ‘취업여성’으로 확대해 그 대안을 모색했다. 1983년 대표적 사례인 ‘한국통신공사 교환원 김영희씨 사건’을 계기로 남녀차별 정년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크게 대두되었다. 1983년 1월 김영희씨는 한국통신공사의 정년퇴직(당시 43세 정년) 처분에 불복해 ‘차별정년 무효확인소송’을 했고, 이에 여협은 1983년부터 1989년 승소하기까지 여성차별정년문제를 통해 우리사회의 남녀차별문제를 재조명하고 시정을 촉구하는 좌담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했다. 당시 여성단체들이 나서서 소송당사자들을 적극 지원했는데, 여협은 ‘근로여성문제가 해결되면 여타의 여성문제가 해결된다’는 신념으로 이들을 후원했다. 6년여에 걸친 법정투쟁 끝에 승소했고, 이에 여협은 1989년 4월 26일 여성차별정년무효확인소송 승소 축하회를 열었다. 여협은 1986년 ‘근로여성고발창구’를 개설해 직장내 여성근로자들의 침해사례를 상담하고 그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 협력했다.
 

1990년대 여협은 구체적인 여성노동이슈를 가지고 운동을 펼쳤는데, 남녀고용평등법, 근로기준법 등 여성관련 노동법규정 개정 청원, 의견서 제출, 성명서 발표, 정책토론회(각종 세미나) 개최 등을 이어갔다. 여협은 1993년 남녀고용평등법 개정방향에 대한 세미나를 열어, (1)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의 벌칙 통일에 의한 처벌강화, (2) 여성고용할당제, (3) 육아휴직의 남녀공유, (4) 모성보호기능의 공공부담원칙, (5) 기혼여성 재고용 요구, (6) 직장내 성희롱 금지, (7) 비정형 여성근로자의 법적 보호 등을 주장했다.

동식 기자 부당해고 사건승소" 축하 간담회

 

또한 여협은 1997년 여러 단체들과 함께 ‘여성노동자 고용안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구성했으며, 1999년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제정 환영 성명서를 발표했다. 특히 1997년 여기자 정년차별문제인 ‘서울신문사 신동식 심의위원의 부당해고(중앙노동위원회의 해고 부당 판정)’사건에 대해 1998년 여협은 공동변호인단을 구성하는 등 법적 지원과 고등법원 승소를 위한 여성운동 기금마련 등의 활동을 펼쳐 승소했다.

2001년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개최한 모성보호관련법 시행촉구 기자회견

 

2000년에 발족된 여성노동법개정연대회의(여협을 비롯한 여연 등 8개 단체)를 통해 2001년~2002년‘모성보호정책 강화와 모성보호비용 사회분담화’시행 촉구 및 모성보호관련법 제·개정 등의 운동을 해왔다. 여협은 2000년부터 ‘고용평등상담실’운영을 통해 직장내 성차별과 성희롱에 대한 상담을 해주고 있으며, 2015년부터는 여성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권리보장, 여성의 경력단절 해소, 중장년여성의 인력 활성화 등의 노동운동을 강화해왔다. 최근 여협은 2018년 직장내 #MeToo운동을 계기로 미투지원본부를 발족해 이를 위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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