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국민주권 완성 위해
여성·남성의 등등한 정치 참여
보장하는 헌법 조항 신설해야

 

민주주의의 이상은 공적 이성을 가진 개인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정치적 삶을 결정하는 자기지배이며, 민주주의의 핵심원리인 국민주권에 담겨진 이상일 것이다. 그러나 국민국가체제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개인들이 스스로의 정치적 삶을 결정하기에는 장애물들이 너무나 많다. 영토가 넓고 인구가 많아 모든 국민들이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없을뿐더러 복잡한 이해관계와 욕망의 정치 속에서 공적 이성은 제대로 발현되지 못한다. 그리고 이미 현실은 소수에 의한 다수의 지배체제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대의제는 국민 모두가 국가의 정치적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민주주의의 이상을 가장 근접하게 구현해낼 수 있는 제도이다. 국민이 대표자를 선출하여 그들에게 국민을 대신하여 국가의 중요한 정치적 의사를 결정하게 하는 제도가 대의제이다. 따라서 이러한 대의제 속에서 국가의 최고의사를 결정하는 권한, 즉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국민주권을 얼마나 구현해내는 가가 민주주의의 성패를 가르는 일이 된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국민들의 다양한 의사가 양적 질적으로 공평하게 대의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개혁해나가야 한다.

87년 민주항쟁이후 우리의 정치과정이 그러했다. 민주주의의 이상인 국민주권을 구현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개혁하는 일이었고 지금도 서초동과 여의도에서 검찰개혁과 정치개혁을 외치며 촛불을 들고 있는 이유이다. 민주주의의 이상은 끊임없는 민주주의 제도의 혁신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와 함께 했던 국민주권의 절반의 담지자인 여성들의 의사는 얼마나 공평하게 대의되고 있는 것일까?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의원은 17%에 불과하다. 33%의 여성은 대표되지도 대의되지도 못하고 있다. 이제 87년 체제를 넘어서는 제도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지난 30년 동안 변화한 만큼 아니 평등한 대의제를 만들기 위해 운동해온 여성들의 걸음만큼 우리의 체제를 이동시켜야 한다.

우리 헌법 제1조는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한다.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가진 이 나라는 민주공화국을 지향하며, 이는 국가의 최고의사결정권한인 주권이 왕이나 군주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있으며, 따라서 국가의 모든 통치행위의 정당성을 국민이 부여한다는 국민주권에 의해서 운영되는 국가임을 천명한 것이다. 헌법 제1조는 이렇게 두 개의 항으로 구성되어 있을 뿐 ③항은 없다.

국민주권을 담고 있는 ②항은 주권의 소재로서 국민과 모든 국가권력 및 통치권행사의 정당성의 근거로서 국민을 호명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주권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권력의 행사자로서의 국민 즉 국민의 참여가 빠져있다. 헌법 제1조 ①항에서 천명한 민주공화국에 부합하는 국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두 국민 ‘사이’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국가권력의 행사자로서 국민의 양적 질적 차원에서의 광범위한 참여를 보장하는 헌법적 규범의 신설이 요구된다. 국민의 선출에 의해 구성된 정부와 의회를 통한 국민의 지배라는 대의 민주주의의 이상은 대의제가 국가 구성원의 다양한 차이를 공평하게 반영할 수 있을 때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완의 국민주권을 완성하기 위해선 헌법 제1조 ③항의 신설이 필요하다. 국가권력의 행사자로서 국민들이 보다 평등한 대의제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국민은 여성과 남성의 집합일 뿐이므로 대의제에 대한 국민의 참여도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대표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국가는 선출 공직에 대한 여성과 남성의 등등한 참여를 보장한다”는 헌법 제1조 ③항의 신설은 평등한 대의제를 위한 선언으로서 87년 체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시대를 이끌어 가게 될 것이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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