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나눔, 더불어 행복] ② 조현욱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대학 재학 중 사시 합격 뒤
법률구조공단서 공익변론
사랑의 열매 등에 고액 기부
식당하며 지역 소녀들 돌본
어머니의 ‘착한 오지랍’ 영향
‘빚진 자’로서 받은 혜택 환원

[일상에서 나눔을 실천하고 어려운 이웃과 행복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 기부와 후원을 통해 나눔 문화 확산에 앞장서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조현욱 회장.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여성변호사회 조현욱 회장.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착한 오지랖’. 한국여성변호사회를 이끄는 조현욱(55) 변호사에게 따라 붙는 수식어 중 하나다. 판사를 마다하고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10년 가까이 공익변론을 하고, 구금된 피고인들에게 ‘좋은생각’을 사서 영치품으로 넣어주고, 요가강사 자격증을 따려는 수감자의 딸을 위해 학원비를 대신 내주는 그에게 사람들은 “착한 오지랖이 넓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2008년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원을 나선 뒤 변호사를 시작하며 “의뢰인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고, 그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변론 활동을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는 어려운 이웃을 챙기는 선한 오지랖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었다.

조 회장은 일상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일과 함께 2016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의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하고 서울대 등에 기부했다. 전문직이라도 수억 원을 선뜻 기부하는 일은 쉽지 않다. 조 회장은 스스로를 ‘빚진 자’라고 표현하며, 사회에 진 빚을 갚는다는 마음으로 기부를 한다고 말했다.

“전북 순창 시골마을의 농사꾼 부모님 밑에서 나고 자란 제가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만으로도 사회로부터 너무나 많은 혜택을 받았지요. 주위에도 늘 저를 도움을 주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있었고요. 신앙인으로서 제게 허락된 모든 것이 늘 ‘감사하다’고 생각해왔어요. 그러던 지난 2016년 단기선교로 갔던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고려인 3세 목사님의 ‘빚진 자’라는 설교 말씀을 듣고 마음에 ‘쿵’하며 다가오더라고요. 내가 받은 혜택이 빚을 진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이었어요. 빚을 꼭 갚고 싶었어요. 그래서 바로 그 해 가을 사랑의열매에 기부를 했지요.”

서울대 법대 4학년 재학 중인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에 최연소로 합격하며 법조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로 소외계층 법률구조에 힘쓴 뒤 판사가 됐다. 2008년 인천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원을 떠난 뒤 대한변협 장애인법률지원 변호사, 여성가족부 성폭력 피해자 무료법률구조지원 변호사, 대한변협 일·가정양립위원회 위원장, 법조 공익모임 ‘나우’ 이사 등으로 일했으며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되며 그동안의 경험들을 인권정책에 반영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을 맡아 여성·아동·청소년 등 사회적 소외계층의 인권 신장인권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조현욱 회장.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여성변호사회 조현욱 회장.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조 회장의 ‘착한 오지랖’은 집안 내력인 듯했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를 그대로 닮아가고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시골에서 도시로 이사를 했는데 농사만 지으신 부모님은 참 가난했어요. 어머니가 작은 식당을 운영하시면서 아버지와 가계를 꾸리셨어요. 당시 식당 주위에 공장이 많았는데 공장에 취업하려고 시골서 올라온 여성들이 많았어요. 어머니는 아직 어린 소녀들을 식당에 데려와 먹이고 입히며 뒷바라지했어요. 홀로사는 노인들과 집 나온 아이들도 데려오셨죠. 어릴 때는 딸은 챙기지 않고, 다른 사람들만 챙기는 어머니를 원망도 하고, 때로 투정도 부렸어요. 그런데 저도 모르게 어머니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형편이 나아진 지금도 어머니는 비싸고 좋은 것에 욕심이 없으세요.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제가 늘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어떤 환경에서든지 즐거움으로 최선을 다하고, 허락하는 한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사시는 부모님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여성 변호사인 고 이태영 변호사가 소외된 여성들을 위해 상담소를 열었다는 소식을 책으로 접하고 변호사 꿈을 키우던 중학생 조현욱은 꿈을 이룬 지금 소외된 여성과 청소년을 돕고 있다.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나눔이라는 게 그의 나눔 철학이다.

“나눔은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내 손을 내밀어 옆에 있는 사람의 손을 잡고 함께 가는 것입니다. 나눔은 내게 없는 것을 무리해서 억지로 나누는 것이 아니에요. 나눔은 지금 내게 있는 것, 물질적인 것이 아닐지라도 시간, 지식, 기술, 심지어 미소, 따뜻한 말, 위로하는 손길로 더 큰 나눔을 할 수 있습니다.” 그에게 나눔은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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