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자기 삶을 주장하던 여성의 죽음
설리, 자기 삶을 주장하던 여성의 죽음
  • 김서현 기자
  • 승인 2019.10.16 22:42
  • 수정 2019-10-17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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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악성 루머로 활동 중단도
비보 기사 댓글, 동료 애도 글에도
성희롱·조롱 하는 악플 달려
‘악플 추방’ 자성 목소리 확산
JTBC2 ‘악플의 밤’에 출연한 설리는 평소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 자신을 향한 악성 댓글에 대해 “브래지어는 건강에도 좋지 않고 액세서리일 뿐”이라고 말했다.  ⓒ JTBC2 ‘악플의 밤’
JTBC2 ‘악플의 밤’에 출연한 설리는 평소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 자신을 향한 악성 댓글에 대해 “브래지어는 건강에도 좋지 않고 액세서리일 뿐”이라고 말했다. ⓒ JTBC2 ‘악플의 밤’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25)가 14일 숨진 채 발견됐다. 생전 설리는 2014년 악성 댓글과 루머로 고통을 호소하며 연예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가 활동을 재개했고, 지난해 10월 방송에서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를 앓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맞서며 가장 ‘나답게’ 살고자 노력했다. 온라인상에는 악성 댓글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추모의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여전히 설리를 향한 악성 댓글도 이어지고 있다.  

 “노브라 사진을 올리고 말들이 많았다. 이때 무서워하고 숨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던 이유는 편견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JTBC,‘악플의 밤’) “2019년 4월 11일 낙태죄는 폐지된다. 영광스러운 날! 모든 여성에게 선택권을.”(인스타그램) 설리는 ‘예쁜 인형’으로서 웃기만을 원하는 대중의 기대를 배신하고 거침 없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해 나갔다. 당당하게 속옷을 착용하지 않은 사진을 게시하고 꾸준히 페미니즘적인 행보를 보였다. 

설리의 행보에는 ‘논란’이라는 수식어가 계속 따라붙었다. 지난 6월 설리는 JTBC ‘악플의 밤’에서 “(노브라에 대한) 틀을 깨고 싶었고 이거 생각보다 별 거 아니야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며 소신을 밝혔지만 방송 이후에도 수많은 언론매체들이 ‘노브라’를 헤드라인에 달고 논란을 부채질했다. 심지어 한 매체는 ‘설리, 대체 언제까지 ‘노브라’로 이슈몰이 할까’라며 설리가 그동안 입은 옷까지 모두 논란이었다며 보도했다. 루머 유포지(지라시)도 끊임없이 따라붙었다. 2014년과 2016년 설리는 두 번에 걸쳐 응급실행과 관련된 루머로 고통 받았다. 다이나믹 듀오의 멤버 최자와 공개 연애를 하고서는 최자가 공개하는 노래의 주인공이 설리라는 의심까지 받으며 성희롱의 대상이 됐다. 

설리가 숨지고서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설리의 비보를 전하는 기사들의 공감을 가장 많이 받은 댓글들은 그동안 설리를 힘들게 한 악플러(악성댓글 작성자)들을 꾸짖거나 조의를 표하는 댓글들로 채워졌다. 그러나 댓글을 최신순으로 살펴보면 “복에 겨워 주기애를 포기 못 하고 죽은 거지, 연예인 하려면 이런저런 소리 듣기 마련이다”, “속옷 안 입는 자신감으로 살았음 될 일”, “그럴 줄 알았다” 등 악성 댓글 수십 개가 달렸다. 심지어 폐쇄되지 않은 설리의 인스타그램에까지 “관종의 끝은 자살, 역시 관종 끝판왕 답다”, “죽기 전에 노출해주고 가서 고맙다” 등의 악성댓글이 달렸다. 악성댓글에는 많은 네티즌들이 꾸짓는 댓글을 달고 있지만 삭제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간다운 삶을 위해 최진리법을 만들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16일 오후 5시 기준 9620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연예계 종사자 상당수가 악성댓글로 고통받고 있고 연예인이 아니라도 특정 누군가를 표적으로 삼은 후 마녀사냥으로 인권을 훼손하거나 일상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네이버, 다음 등 대형 포털 사이트 댓글에 실명제를 적용하고 무책임한 기사를 쓰는 언론인의 자격을 정지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으로 설리와 관련된 자극적인 연관 검색어를 바꾸기 위한 연대와 추모제 등이 준비됐다. 15일 오후 ‘설리 사랑해’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그동안 설리를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며 따라붙던 자극적인 연관 검색어를 고치기 위해 팬들과 여성들이 나선 것이다. 현재 SNS에는 ‘설리 사랑해’, ‘설리 수고했어’, ‘설리 고블린(설리 마지막 노래 앨범)’, ‘설리 복숭아(친구 아이유가 설리를 생각하며 만든 곡)’ 등을 검색해서 연관 검색어를 바꾸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16일 오후8시 신촌 현대박화점 유플러스점 앞에서는 ‘설리를 위한 검은 추모제’가 열렸다. 설리의 극단적인 선택을 여성혐오로 인한 사회적 타살로 규정하는 이번 추모제는 여성들과 설리의 팬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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