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이 임명 35일만에 전격 사퇴했다. 조 전 장관은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면서 물러났다. 조 전 장관의 사퇴는 그야말로 전격적이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조 장관이 책임져야 할 일이 있는지는 사법절차에 의해 가려질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조 전 장관 뿐만 아니라 배우자 정경심 교수에 대한 사법 절차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사퇴했기 때문에 그 배경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여권은 조국 장관이 “검찰 개혁의 적임자”이며 “검찰 개혁의 완수자”라는 것을 명분으로 ‘조국 지키기’에 나섰다. 하지만 “개혁 불쏘시개”와 “개혁 완성자”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 의미에서 진짜 사퇴 이유가 궁금하다. 단언컨대, 조국 사태는 보수와 진보 진영 간의 갈등이 아니다. 도덕과 상식, 정의와 공정의 문제였기 때문에 국민들이 저항한 것이다. 그리고 국민이 승리했다.

애초부터 각종 의혹이 불거진 조 전 장관을 임명한 것은 잘못이었다. 어떻게 반칙과 특권, 위선과 비리 의혹으로 점철된 사람을 법과 규범을 세우고 정의를 실현해야 할 법무부 장관 자리에 임명할 수 있는가?

여하튼 조국 사태로 문 대통령의 리더십에 큰 상처를 남겼다. 일단 두 달 넘게 이어진 조국 사태가 외형상 일단락됐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를 제기했다. 무엇보다 국정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의 인식적 오류의 위험성에 대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전문성과 개혁성을 갖춘 조국 전 민정수석이 검찰 개혁의 적임자로 인식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8월 9일 조 장관을 지명하는 브리핑에서 “법학자로 쌓아온 학문적 역량과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능력, 청와대 민정수석으로서의 업무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법무부 장관으로서 검찰 개혁, 법무부 탈검찰화 등 핵심 국정과제를 마무리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법질서를 확립해 나갈 것으로 기대 한다”고 했다. 그런데 도덕적 권위를 상실하면 어떤 개혁도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불순하게 대통령의 인사권과 검찰 개혁에 저항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윤석열 검찰총장은 인사 청문회에서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나 국회에서 거의 성안이 다 된 법을 검찰이 틀린 것이라는 식으로 폄훼한다거나 저항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검찰은 특수부 축소, 심야 조사 및 공개소환 금지. 직접 수사 최소화와 전문공보관 도입 등 자체 개혁안도 발표했다. 더구나,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을 엄정하게 수사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충실히 준수하고 있다. 이 정도면 검찰이 개혁을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개혁을 잘 이끌어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조국 낙마가 야당과 언론의 비정상적인 공격 때문이라고 인식한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 사퇴를 겪으면서 “언론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조국 사태의 근본 원인은 대통령의 잘못된 선택 때문이다. 따라서 성찰은 언론이 아니라 대통령이 해야 할지 모른다. 상황과 민심을 정확하게 분석해야 옳은 처방이 나올 수 있는 데 대통령의 치명적인 인식적 오류가 사태를 악화시켰다. 여기서 우리는 큰 교훈을 얻는다. 변화와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올바른 사유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여기서 신문의 핵심 역할이 부각된다. 신문은 올바른 정보와 지식, 그리고 정확한 팩트를 전달해 독자들이 상황을 올바르게 인식해 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여성신문 31년의 찬란한 역사가 이를 입증해 준다. 여성신문은 무엇보다 고품격 정론을 통해 왜 독자들이 편견과 차별을 없애 진정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지에 대해 성찰하고 인식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E. H. Carr)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며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정신이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여성신문의 역사는 단지 수집된 사실들의 집합이 아니라 세상의 많은 일들을 여성의 눈으로 해석해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정신이다. 그래서 여성신문은 희망이고 미래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