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82년생 김지영' 언론시사회
육아와 직장 사이서 좌절하고
다른 사람으로 빙의하는 여성 담아내
정유미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 하고 싶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배우 정유미. ⓒ뉴시스·여성신문
영화 '82년생 김지영' 배우 정유미. ⓒ뉴시스·여성신문

"용기 있는 캐스팅이요?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함께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배우 정유미는 14일 언론시사회에서 '용기 있는 작품 선택'이라는 한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극중에서 그는 육아를 도맡아서 하고 다시 직장에서 일을 하고 싶으나 좌절에 부딪히는 30대 여성 김지영을 연기했다. 결국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은 그는 자신의 엄마, 남편의 첫사랑 등으로 빙의하게 된다. 관객은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김지영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조남주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 100만 부 이상이 판매된 베스트셀러다. 정유미는 시나리오를 통해 작품을 먼저 접했다. 연기를 할 때 소설이 도움이 되기도 했다. 그는 "어려운 부분에서는 소설에서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부분을 읽어가며 촬영을 했다"고 했다.

소설 속 내용이 페미니즘적 요소가 담겨 있다보니 영화도 자연스럽게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응원의 글도 있었지만 수많은 악플을 피해갈 수 없었다. 정유미는 "다양한 반응이 있는 것에 놀라기도 했지만 이 영화를 선택하고 난 뒤 이야기는 하나 밖에 없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 느낌이 그대로 느껴진 것 같아서 다행이다"라고 했다.

그는 “제가 30대 여자이긴 하지만 지영이와 같은 삶을 살아보진 않았다”며 “캐릭터에 대한 공감보다는 이 캐릭터를 잘 표현해냄으로써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컸다. (영화를 찍으면서) 주변 분들에게도 많이 물어봤다. 제 주변에도 (지영이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더라”고 했다.

김지영의 남편 정대현을 연기한 공유는 “영화를 찍으면서 공감 간 부분이 너무 많았다. 엄마에게 ‘날 어떻게 키웠느냐’고 질문을 했는데 엄마가 웃었다”고 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원작 소설과 비슷하게 흐르지만 김지영에게 조금 더 희망을 안기는 장면이 등장한다.

연출을 한 김도영 감독은 “사실 어떠한 인물도 특별히 나쁘게, 좋게 그려질 필요가 없다. 화목해 보이는 가정 안에서도 아픔이나 상처가 있다”며 “개인의 캐릭터로 상처받기보다는 사람이 살고 있는 풍경에서 그런 부분을 짚고 싶었다. 원작이 말하고 있는 의도와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설정했다”고 했다.

그는 “저의 첫 관객이 되어준 조남주 작가가 소설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것 같다고 칭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영화를 통해서 주변의 엄마, 누이, 여동생, 후배들, 동료들이 어떤 풍경 속에 있는지 한 번 둘러보면 좋겠다. 이 땅의 김지영들이 '이런 길을 걷고 있구나', '우리 엄마는 이런 강을 건넜구나'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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