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90/00 여성 온라인 설문
탈코르셋·비혼·비출산 등 선택
“페미니스트는 만들어진다”

20대 사업가인 안진선 우노어 케이터링 대표(왼쪽 두번째)를 중심으로 20대 여성인(왼쪽부터) 오승연(대학생), 문아영(대학생), 최연경(대학생), 박하연(여성신문 인턴)이 14일 마포구 상수동 우노어 스튜디오에 모였다. 안진선 대표는 젋은 여성 CEO로서 사업 경험을 나누며 서로의 미래를 응원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20대 사업가인 안진선 우노어 케이터링 대표(왼쪽 두번째)를 중심으로 20대 여성인(왼쪽부터) 오승연(대학생), 문아영(대학생), 최연경(대학생), 박하연(여성신문 인턴)이 14일 마포구 상수동 우노어 스튜디오에 모였다. 안진선 대표는 젋은 여성 CEO로서 사업 경험을 나누며 서로의 미래를 응원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존경하는 여성리더십 모델? 없다.
예쁘게 꾸미기? 안 한다.
결혼, 출산, 연애, 섹스? 글쎄....
여성 이슈는 ‘채용 및 노동현장에서의 평등’(77.2%), ‘여성 안전’(75.5%), ‘성폭력’(64.8%), ‘결혼제도 및 가족’(61.8%)에 관심이 많다. 

1990-2000년 10년 사이 태어난 20대 페미니스트 여성들은 상당수가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을 계기로 여성주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성차별·성평등에 관한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페미니즘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성신문(대표 김효선)이 창간 31주년을 맞아 지난 10월1일부터 8일까지 구글 설문조사를 통해 전국의 20대 여성 가운데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여기는 1169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페미니스트 의식을 조사한 결과, 90/00 페미니스트 여성들은 ‘탈코르셋(꾸밈노동을 거부하는 움직임)’, ‘4B(비혼·비출산·비연애·비섹스)’ 등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내고 혜화역 등에서 시위로 결집하며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나영 중앙대학교 교수의 자문을 받아 실행된 이번 설문조사는 △결혼 여부 △페미니스트가 된 계기 △우리 사회의 성평등 수준 △최근 여성 이슈 중 가장 관심을 가진 것 △성차별을 심화시키는 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실제로 경험해본 성차별 경험 △롤모델로 삼고 있는 인물 등 15개 설문을 통해 90/00 페미니스트 여성들을 들여다봤다. 

이들은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었을까? 응답자의 61.2%인 716명이 ‘페미니스트가 된 계기가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302명 42.17%가 ‘2015년 강남역 살인사건 전후’라고 답해, 전체 응답자의 25% 안팎에 달하는 사람들이 이 사건을 ‘여성 안전’에 대한 직접적 위협인 동시에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건을 통해 인지했음을 보여주었다. 다음으로 많은 응답은 ‘2014년 메갈리아 탄생’(178명·24.86%)이며, ‘대학 교육을 받던 중’(121명·16.8%), ‘2018년 미투 운동 전후’(105명·14.6%)이 뒤를 이었다. 페미니스트는 타고 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형성되는게 아니라, 특정 사건, 사안을 계기로 만들어진다. 그만큼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존재라는 것을 확인시킨다.

90/00 페미니스트 여성들은 우리 사회의 성평등 수준을 불평등하다고 보았다. ‘평등한 편’ 등 평등하다는 문항을 선택한 경우는 단 27표로 전체의 2.3%에 불과했다. ‘대체로 불평등하다’(31.5%) ‘불평등하다’(30.4%), ‘많이 불평등하다’(28.7%)는 답이 나와 응답자의 90.6%가 불평등을 인식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러한 성차별을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언론 미디어’(24.5%)와 ‘뉴미디어(SNS/유튜브 등)’(22.6%), ‘교육(13.7%)’을 꼽았다. 기존 매체와 교육이 남성중심적인 콘텐츠를 갖고 성 이분법적 구도를 답습해온 데에 대한 비판으로 이해된다. 기존 제도라고 할 언론 못지 않게 유튜브 등 뉴미디어가 심화시키는 존재라는 점이 주목된다. 이는 이들 세대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서 뉴미디어를 익숙하게 다루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의 경계를 못 느끼는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한편 교육(26.5%)과 뉴미디어(15.4%)는 성평등을 촉진시키는 데도 주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를 모아 이들 매체의 이중적 성격을 드러내보였다.

관심을 갖는 분야는 주로 여성 당사자가 현실에서 맞닥뜨린 불평등한 요소들에 치우쳐있었다. 여성 이슈 가운데 관심을 갖는 것(복수응답)은 ‘채용 및 노동현장에서의 평등’(77.2%), ‘여성 안전’(75.5%), ‘성폭력’(64.8%), ‘결혼제도 및 가족’(61.8%)으로 나타났다. 앞서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심화시키거나 성평등 사회에 영향을 준다고 지목한 ‘미디어 매체’에 대한 관심은 46.4%로 다른 항목에 비해 평이한 수준이었다. 이와 어울려 ‘실제로 경험해본 성차별 경험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80.08%가 ‘성희롱/성폭력’을 선택했다. ‘가정 내 남자형제와의 차별’이 53.37%로 뒤를 이었으며 ‘채용 및 노동현장에서의 차별’이 50.98%에 이르렀다. 실제로 일상적으로 경험한 차별이 곧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셈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