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주최 여성정치개혁 좌담 의미와 전망

여성정치 연대회의 1차 합의사항

① 총선 연대기구 구성

② 할당제 입법 추진

③ 비례대표 의석 증원

④ 여성 후보군 발굴

⑤ 2차 회의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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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을 본격 준비하기 위해 여성들이 모였다. 왼쪽부터 조현옥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 김금래 한나라당 여성국장, 이오경숙 여연대표, 이춘호 여성유권자연맹 회장, 최현숙 민노당 여성위원장, 오정례 개혁당 집행위원, 김민정 시립대 교수, 고은광순 여성정치인 경호본부 운영위원, 유승희 민주당 여성국장. <사진·민원기 기자>

흙먼지 날리는 한국 정치판에 단비가 내린다. 빗줄기는 내를 이뤄 오아시스를 만들고, 샘물은 젖줄이 되어 황무지를 옥토로 가꾼다. 구태로 갈라선 여의도와 새 정치에 목마른 국민을 적실 단비는 바로 ‘여성정치’. 여성들이 드디어 비 뿌릴 차비에 나선다. 여성계 인사들이 내년 17대 총선을 대비, 여성단체와 정당을 망라한 연대기구를 띄운다. 여성들은 또 총선 후보 여성 할당제를 법으로 강제하고, ‘실전’에 나갈 여성 후보군을 찾는 데 힘을 합치기로 했다. <여성신문>은 그 일을 줄기차게 돕기로 했다.

이춘호 한국여성유권자연맹 회장, 이오경숙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김금래 한나라당 여성국장 등 여성단체 대표와 정당·학계 여성 9명은 지난달 23일 본지가 ‘정치개혁과 17대 총선, 여성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연 특집좌담에서 이같은 결론을 냈다.

참석자들은 이날 “내년 총선에서 여성의 진출을 늘리려면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며 “오늘 좌담을 계기로 총선을 준비하는 여성연대기구를 만들자”고 입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이날 오지 못한 여성단체와 여성 국회의원 등을 ‘규합’하기 위해 이달 11일 다시 좌담을 갖기로 했으며, 연대기구의 몸집을 가능한 한 키우자는 데 합의를 봤다.

여성들은 또 정당이 지역구 30%, 비례대표 50% 여성 할당을 강제성이 없는 당헌당규에 명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정당법 등 법률로 못 박아야 한다고 한 목청을 냈다. 여성 할당을 지키지 않은 정당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아예 접수를 거부하거나, 정당에 주는 국고보조금을 확 깎는 방식이다.

이날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제안하고 뜻을 같이 한 주요 내용을 간추린다.

제안① 총선 연대기구 결성

이춘호 회장은 이날 좌담에서 “내년 총선에 대비할 여성단체와 정당 인사, 여성언론 공동 연대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오늘 좌담을 계기로 기구를 만드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참석자들은 이 제안에 바로 동의했고, 다음 일정(11일 2차 좌담)까지 잡았다.

이오경숙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연대기구 결성에 찬성한다”며 “여성 국회의원을 참여시킬 협의체 같은 것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김금래 여성국장은 “당 안에선 여성문제 관철이 매우 어렵다”며 “바깥 여성단체들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환영했다.

참석자들은 연대기구 결성 제안에 모두 뜻을 같이 했다. 좌담에 오지 않은 다른 여성단체는 물론, 여성 국회의원들도 동참토록 하는 방안을 계속 고민하기로 했다.

제안② 할당제 입법 추진

귀가 닳도록 들어 온 국회의원 지역구 후보 30%, 비례대표 후보 50% 여성 할당. 하지만 정치권이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왜일까. 강제조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당의 당헌당규에(한나라당 확정) 들어 있지만, 막판에 ‘배 째라’ 식으로 안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당법 등 관련 법규에도 ‘권고조항’으로 돼 있다.

민주당 유승희 여성국장은 이날 “영국이나 프랑스가 여성 할당을 잘 지키는 이유는 두 나라 모두 법으로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할당제를 지키지 않는 정당은 보조금을 깎고, 선관위 접수를 거부하는 등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격려’보다 ‘일침’이 효과적이란 점. 김민정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프랑스에선 여성 할당을 지키는 정당에 보조금을 더 주는 식으로 했는데, 다수 정당은 안받고 만다며 포기하기도 했다”며, 보조금을 깎는 ‘페널티’가 낫다고 귀띔했다.

제안③ 비례대표 의석 증원

지금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276명. 이 가운데 비례대표는 46석이고, 여성 의원(전체 15명)은 11명으로 23%다. 현행 의석을 유지하면서 내년 총선을 치르면, 여성 비례대표는 많아야 23명(50%). 사실상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좌담회 참석자들은 국회의원 의석을 크게 늘려,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춘호 회장은 “전체 의석을 299석으로 늘린 뒤, 비례대표 100석을 여성에게 주자”고 제안했다. 이오경숙 대표는 “전체 의석을 320∼340석으로 해도 상관없잖느냐”며 “지역 대 비례 의석 비율을 적어도 2대 1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좌담에서 전체 의석을 둘러싼 의견은 분분했으나, 지역 대 비례 의석 비율을 2대 1 정도로 해 여성 의석을 늘리자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몇몇 참석자는 지금부터 1대 1을 요구, 여성 의석을 최대한 확보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제안④ 여성 후보군 발굴

정당 쪽 참석자들은 이날 ‘선거에 나갈 여성을 찾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할당제를 명시해 여성을 찾고 있지만, 실제 마땅한 여성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는 얘기다. 김금래 국장은 “지역에서 대의원 50%를 여성으로 채우느라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현옥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는 “여성 후보를 찾는 일은 정당이 주력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비례대표 절반을 여성으로 하기 위해 여성계가 여성 후보군 목록을 만드는 일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당이 내는 여성 후보가 여성계의 기대에 미치지 않는 일이 많아 여성 후보의 자격기준을 함께 마련하자는 지적도 함께였다.

최현숙 민주노동당 여성위원장은 “우리 당은 여성의 진출을 보장하는 제도가 완비됐다”며 “이젠 여성 후보들이 스스로 나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안⑤ 2차 회의 개최

이날 좌담에 참석한 이들은 모두 대표급 인사들이어서 회의를 마냥 할 수 없는 처지. 2시간 토론을 마친 참석자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2차 회의에 동의했다. 여성 후보의 자격기준, 할당제 입법 추진 방안, 신당 논의 등 아직도 각론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김효선 본지 부사장은 “애초 오늘 여성 후보의 자격조건 같은 것도 의견을 나눌 예정이었다”며 “좌담을 다시 열어 깊이 있는 토론을 하는 게 어떠냐, 고 제안했다. 모두들 한 목소리로 찬성. “계속합시다”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2차 모임서 합의 할 쟁점들

‘새 정치 일굴 여성 모델을 찾아라’. ‘여성성’이 새 정치의 바람으로 나온 만큼, 새 정치를 일굴 여성 후보군의 전형을 찾는 일이 급하다. 23일 좌담회에 참석한 여성계 인사들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조현옥 여세연 대표는 이날 “여성계가 여성 후보 목록을 만들어야 한다”며 “당이 내는 여성 후보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있는 만큼, 여성 후보군의 자격기준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돈과 그 돈으로 움직이는 사조직,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남성 정치’와 거리를 둔 여성 정치인 ‘모델’을 만들자는 것.

비례대표 의원정수를 얼마로 할 것이냐도 이날 마무리 짓지 못한 것 중 하나. 지역 대 비례 의석 비율을 1대 1로 하느냐, 2대 1로 하느냐도 당위와 현실 사이에서 조율해야 할 사안이다. 전체 의석수를 늘리는 것도 여성계 안에서 공론화된 만큼, 11일 2차 좌담에선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기타 단체, 여성 의원 참여 촉구

여성정치인 자격기준 마련해야

여성 할당제를 입법화하는 방안은 일단 민주당 쪽이 추진하고 있다. 여야의 합의가 관건이어서 한나라당의 동조와 여성계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여론이다. 상향식 공천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 여성전용구제는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도 과제다.

여권의 신당 창당 움직임도 여성들의 화제 가운데 하나. 지금까지 신당 논의 과정에 여성이 주체로 참여하지 못했다는 반성과 함께, 신당 창당이 여성에게 주는 의미를 두고 토론이 예상된다. 오정례 개혁당 집행위원은 이날 “여성이 신당 창당에 어떻게 참여할지 토론회도 열 계획”이라며 “여성의 참여문제도 토론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연대기구 결성 논의도 진전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참석자들이 모두 기구 결성을 찬성했고, 다른 여성단체와 정치권의 참여도 고려하자는 의견이다. 총선을 대비한 여성들의 움직임은 연이은 좌담을 계기로 활기를 띨 전망이다.

배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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