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국내외 여성감독 약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국내외 여성감독 약진
  • 김시무 영화평론가
  • 승인 2019.10.12 09:36
  • 수정 2019-10-12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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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섹션 10인 중 6인
'용서하기·기억하기'
아시아 여성감독 3인전도

한국영화 백주년 기념영화
'100x100' 특별상영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에 초대된 10편 중 6편이 여성 감독의 작품이다. (왼쪽부터) ‘경미의 세계’의 구지현 감독,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김초희 감독, ‘비밀의 정원’의 박선주 감독, ‘남매의 여름밤’의 윤단비 감독, ‘하트’의 정가영 감독, ‘은미’의 정지영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에 초대된 10편 중 6편이 여성 감독의 작품이다. ‘경미의 세계’의 구지현 감독,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김초희 감독, ‘비밀의 정원’의 박선주 감독, ‘남매의 여름밤’의 윤단비 감독, ‘하트’의 정가영 감독, ‘은미’의 정지영 감독.(왼쪽부터) ⓒ부산국제영화제

올해 24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3일부터 12일까지 10일간의 대장정을 펼쳤다. 개막작은 카자흐스탄과 일본이 공동제작한 ‘말도둑들. 시간의 길’. 대평원을 무대로 말도둑들에게 살해당한 의붓아버지의 복수에 기여하게 되는 한 소년의 모험담이 서부영화의 스타일로 펼쳐진다. 폐막작으로 선정된 임대형 감독의 ‘윤희에게’는 어머니와 딸의 연대를 보여주었다. 여고생 딸이 어느 날 엄마(김희애)의 첫사랑인 일본여성의 존재를 알게 되고 방학 때 해외여행을 구실로 두 사람의 해후를 주선한다는 스토리다. 개막작이 부자 관계를 토대로 이야기를 이어갔던 것에 대조적으로 폐막작은 여성 서사에 기초했다는 점에서 아주 적절하고 재미있는 선택이었다.

올해는 마침 한국영화 백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1919년 10월 27일 김도산의 ‘의리적 구토’라는 영화가 제작되어 개봉한 해를 우리는 한국영화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영화제에서는 영회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와 공동으로 백주년 기념행사도 함께 열렸다. 영화제에서 선정한 ‘한국영화 100년사, 위대한 정전 10선’ 상영과 영진위가 주관한 한국영화 100년 기념영화 ‘100×100’의 특별 상영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부산국제영화제탯자리인 남포동 커뮤니티 비프(Community Biff)에서 ‘리스펙트 시네마’의 일환으로 상영된 ‘100×100’은 현역감독 100명이 각각 100초 분량의 초단편 영화 100편을 연출하여 100년의 의미를 되새겼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영화의 허브’를 내세우고 있는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정평이 나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거장들의 작품들을 개봉 이전에 볼 수 있는 월드 프리미어의 장이기도 하다. 올해에도 대만 웨인 왕의 감독의 ‘커밍 홈 어게인’을 비롯하여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등과 같은 거장들의 신작들이 대거 선보였다.

3일 개막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뉴시스·여성신문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렸다.어 ⓒ뉴시스·여성신문

이번 영화제에서는 유독 여성감독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올해 가장 뛰어난 독립영화들을 선보이는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에 초대된 10편의 작품들 가운데, ‘은미’의 정지영, ‘하트’의 정가영, ‘경미의 세계’의 구지현,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김초희, ‘남매의 여름밤’의 윤단비, ‘비밀의 정원’의 박선주 등 6명이 여성감독이었다. 이 가운데 내가 본 작품은 ‘경미의 세계’인데, 실종된 엄마 경미를 둘러싸고 그녀의 딸 수연과 경미의 모친 사이에 생긴 갈등과 불화, 그리고 화해의 고리를 풀어가는 과정이 무척이나 섬세하게 펼쳐진다.

프랑스의 여성감독 쥐스틴 트리에의 신작인 ‘시빌’도 무척이나 흥미로운 작품이다. 정신분석학 의사인 시빌이 의사를 때려치우고 소설가로 변신하는 과정을 매우 적나라하고 코믹하게 펼치고 있는 이 작품에서 감독은 자기의 인생은 마치 소설을 쓰듯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것임을 설파하고 있다. 캐나다의 소피 데라스페 감독의 ‘소녀 안티고네’도 주목할 만한 영화였다. 그리스의 고전 희곡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이 영화에서 감독은 현대도시 몬트리올에서 살고 있는 한 여성의 고단한 삶을 통해서 정의의 문제를 탐구하고 있다. ‘영화제의 발견’이라 할 만한 작품이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특별기획 프로그램으로 ‘용서하기와 기억하기’란 주제로 ‘아시아 여성감독 3인’을 집중 조명하기도 했는데, 인도의 디파 메타, 말레이시아의 야스민 아흐마드, 베트남의 트린 민하가 그 주인공이었다. 특히 트린 민하는 페미니즘 영화의 정전인 ‘그녀의 이름은 베트남’과 ‘베트남 읽기’ 등과 같은 작품들을 통해서 일찍부터 국제적인 여성감독으로 부상한 인물이다. 소수의 열혈 영화 매니아들이 특히 좋아했던 섹션이었다.

일본의 니시하라 다카시 감독의 ‘자매 관계’는 동경에 거주하는 젊은 여성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접근한 일종의 실험영화다. 극중 남성감독이 실제 여성 가수, 누드모델, 그리고 여대생들을 인터뷰하면서 여성들이 생각하는 성적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들을 접하면서 여성과의 연대를 추구한다는 애용을 담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해마다 300여 편에 이르는 작품들을 선정하여 상영하고 있다. 영화제 전 기간을 체류해도 한 개인이 소화하기에는 벅찬 편수이다. 내가 접한 열댓 편의 영화들 가운데, 여기 언급한 영화들은 그러므로 나의 페이버릿(favorite) 영화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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