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나눔, 더불어 행복] ① 이민재 엠슨 회장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
‘W아너 소사이어티’ 총 리더
30년 넘게 소외 아동 돕고
탈북 여성 위한 장학금 지원도
여성 기부자들 ‘W행복기금’ 조성
“가진 것 행복하게 나눌 수
있어야 나눔도 지속 가능”

[일상에서 나눔을 실천하고 어려운 이웃과 행복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 기부와 후원을 통해 나눔 문화 확산에 앞장서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이민재 엠슨 대표.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민재 엠슨 회장.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이 여성 도와야죠.” 이민재(75) 엠슨 회장은 여성의 자립과 자활을 돕는 이들을 위해 여성들이 나선 까닭을 이같이 말했다. 1988년 창업에 뛰어들어 탄탄한 무역회사를 일군 이 회장은 여성 고액기부자 모임 ‘W아너 소사이어티’(이하 W아너)의 총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W아너는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고액 기부자 그룹인 ‘아너 소사이어티’(이하 아너) 중 여성 회원들의 모임이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1억원 이상을 기부했거나 5년 이내 기부를 약정한 개인 고액 기부자들의 모임이다. 사회지도층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수 있도록 참여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 2007년 12월 설립됐다.

전체 아너 소사이어티 2151명 중 여성은 약 20.1%(432명)로 가수 윤아, 인순이, 하춘화씨, 프로골퍼 최나연, 박성현 선수도 W아너 회원이다. 이 회장은 W아너 17개 전국 지회별 리더들과 리더 모임을 꾸려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금해 ‘W행복기금’을 조성하고 지난해 10월 여성의 자립·자활을 지원하는 사회복지법인 W-ing에 지난 4월에는 위기 청소녀들에게 임시 쉼터와 관련 교육을 지원하는 ‘좋은세상을만드는사람들’(공동대표 윤용내‧박현서)에 기부금을 전달했다. 모두 현장에서 소리 없이 여성들을 돕는 시민단체다.

W아너는 기부금 전달에서 그치지 않고 현장을 직접 찾아 활동가에게 여성 문제 현황을 듣고 의견을 나누며 복지현장 참여형 기부와 여성을 위한 복지현장 지원기금 마련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 이 회장은 “W아너는 지속적으로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여성 복지 특화 사업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살면서 받은 도움 되갚을 뿐

이 회장의 나눔 활동은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업을 시작한 직후부터 아이들 옷가지와 먹거리를 장만해 경기도 파주의 한 보육원을 찾아갔다. 소외된 아이들에게 따뜻한 옷과 밥이라도 직접 대접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당시에는 가진 것이 많지 않았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개인적으로 후원하던 그는 지금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통해 20년 넘게 기부하고 있다.

이후 이 회장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이던 2014년 여성 CEO 4인과 함께 아너에 동반 가입했다. “당시 협회 차원에서 ‘여성행복 아너 릴레이 캠페인’을 추진했어요. 여성 기업인들의 작은 나눔이 어려운 환경에 놓인 여성들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데 보탬이 되길 바라며 시작한 일이었어요.”

“고객들의 도움으로 수익을 내는 만큼 사회에 환원은 당연하다”는 게 이 회장이 30여년 간 마음에 품고 실천해 온 나눔 철학이다. 그는 1988년 창업 당시 경영 경험이 전무한 44세의 전업주부였다.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잠시 직장생활을 한 그는 25세에 결혼을 하고 18년 동안 전업주부로 살았다. 두 아들을 키우던 어느 날 남편의 갑작스런 명예퇴직으로 당장 아이들의 학비와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경력단절 여성이던 그는 특수종이, 펄프, 사료 등을 수입해 판매하는 광림무역상사(현 엠슨)를 설립하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여성이 사업을 한다는 이유로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사회였다. 여성이 드문 업계에서 여성 사장이 살아남기란 쉽지 않았다.

“당시에 술 접대나 같이 사우나를 하면서 업체들과 친분을 쌓는 남성들과 경쟁을 해야 했기 때문에 판로를 확보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집에서 살림이나 하지 돈 몇 푼 벌어보겠다고 나왔느냐’는 비아냥도 들어야 했죠. 굉장한 비애를 느꼈지만 굴하지 않았어요. 거래처 담당자와 소통하면서 교감하며 저만의 영업 방식을 만들어갔어요. 세심함과 따뜻한 말 한마디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때도 있잖아요. 거절 당해도 오히려 웃으며 ‘다음에 또 찾아 뵙겠다’고 인사했어요. 그렇게 신뢰를 쌓아가자 저를 보는 눈빛도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 회장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에 오르며 여성 기업인 지원 뿐만 아니라 경력단절 여성 우대 채용, 여성 일자리 창출, 일·가정 양립에도 적극 동참했다. 이 회장은 2014년 양성평등과 여성지위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나눔은 삶의 가장 행복한 일

이 회장은 나눔을 통해 얻는 행복이 지속적으로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고 강조했다.

“몇년 전 탈북 여성들을 위한 장학금을 직접 전달한 일이 있어요. 적은 금액이었는데도 장학금을 받은 분들이 함박 미소를 지으시더라고요. 반달로 접히는 눈을 보면서 저도 함께 행복해졌어요. 반드시 여유가 있어서 나눔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주위를 둘러보면 많지 않아도 자신이 가진 것을 내주는 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주고 받는 사람 모두가 행복해요 지속가능한 나눔도 가능해진다고 생각해요.”

그는 스스로 “운이 좋은 여자”라고 했다. “많이 배워서 실력이 있는 것도, 배경이 좋아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어요. 맨땅에 헤딩하듯 하나씩 일궈 가다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죠.”

최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 회장은 이전보다는 조금 편안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평생 바쁘게 살아오다보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고 했다. 최근 새로운 일을 구상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최근 저의 기도 제목은 ‘제가 벌어 봉사할 수 있는 능력을 주세요’ 예요. 앞으로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뒤에서 묵묵히 약자를 돕는 분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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