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간이 탐지기
‘몰가드’ 만든 손수빈 대표

세살 딸 키우는 20대 엄마
불법촬영 범죄 예방법 찾다
붉은빛에 반응하는 렌즈 착안
휴대전화에 몰가드 대고
영상 촬영하면 렌즈 포착

몰가드 프로젝트 개발자 손수빈씨는 “몰가드 기부를 통해 ‘불법촬영 없는 세상 만들기’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본인 제공
몰가드 프로젝트 개발자 손수빈씨는 “몰가드 기부를 통해 ‘불법촬영 없는 세상 만들기’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본인 제공

이연주(24)씨는 공중화장실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지금도 뉴스에서는 불법촬영 범죄 사건이 끊이지 않는데 내가 그 피해자가 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며 “범행 수법도 다양해서 일반인이 (불법촬영을) 잡아낼 수도 없다. 마음 같아서는 ‘불법촬영 탐지기’ 같은 기계를 들고 다니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모르는 게 약이라는 생각도 가끔 든다”고 덧붙였다. 김수린(26)씨도 “화장실뿐 아니라 여행에 가서도 숙박시설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편”이라며 “이전에 들었던 에어비앤비를 통한 불법촬영 범죄도 실제로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일부 여성들은 공중 화장실이나 숙박업소 등을 이용할 때 불법촬영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 스타트업인 와디즈에서는 카드 한 장으로 불법 촬영을 잡아낼 수 있는 ‘몰가드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다.

몰가드는 ‘몰래카메라를 막아준다’는 뜻으로 신용카드 한 장의 크기로 손쉽게 불법촬영 카메라를 탐지할 수 있는 간이탐지기다. 이는 적외선탐지기의 원리와 비슷하다. 몰가드와 휴대전화 플래시를 사용해 비춘 LED 빛은 600~700nm 파장을 낸다. 빨간 빛에 민감한 휴대전화 렌즈의 특성 상 이 파장대의 빛을 반사해 휴대폰 화면 속에서 흰색 점으로 반짝이게 나타나 불법 촬영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몰가드 사용법은 휴대전화 카메라 렌즈와 플래시에 몰가드 대고 플래시를 켜서 영상 촬영하면 불법촬영을 탐지할 수 있다. 보다 자세한 사용법은 카드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하면 영상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카드 하단에는 불법촬영을 신고할 수 있는 경찰 신고 번호(112)·여성가족부 긴급전화 번호(1366)·디지털성범죄피해자 지원센터 번호(02-735-8994)가 적혀있어 바로 신고와 상담하기에 용이하다. 

몰가드를 통해 본 불법촬영 카메라 렌즈. 와디즈
몰가드를 통해 본 불법촬영 카메라 렌즈. 와디즈
몰가드를 통해 본 불법촬영 카메라 렌즈. 와디즈
몰가드를 통해 본 불법촬영 카메라 렌즈. 와디즈

 작년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범죄 구성비 중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가 지난 8년간 6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4-2018) 전국 지방청에 총 3만 1821건의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가 발생했다. 최근 5년간 발생한 범죄를 장소별로 보면 역·대합실이 16.2%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노상(13.3%) △지하철(9.7%) △아파트·주택(12.3%)과 기타 교통수단(10.9%)이 뒤를 이었다.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는 불법촬영에 해당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 의해 카메라 등의 기기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이나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성범죄다.

몰가드 프로젝트 개발자 손수빈씨(27)는 여성이자 세 살 난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늘어나는 불법 촬영 범죄에 대해 분노와 안타까움을 느꼈다. 손수빈씨는 유독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많았던 2018년을 보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우연히 생활의 달인에서 몰카 탐지의 달인이 나오는 방송을 봤다”며 “달인은 빨간색 셀로판지 탐지법을 소개했고 방송이 끝난 후 직접 빨간색 셀로판지를 오려보기도 하고 사용해보며 몰가드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와디즈
경찰서·구청 등 공공기관과 협업 중인 몰가드 프로젝트. 와디즈

몰가드는 1차 펀딩에서 5000%가 넘는 성공률과 함께 약 3700명의 서포터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후 진행된 2차 펀딩에서도 2147% 성공률을 달성하며 1101명의 서포터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손수빈씨는 “상상치도 못한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며 “1차 펀딩이 성공하면서 서울시교육청에 몰가드를 1만 장 기부하게 됐다. 이후 더 많은 기부를 하기 위해 2차 펀딩에서는 1장을 펀딩하면 3장을 기부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그는 “서포터들에게도 응원의 메시지가 많이 왔다”며 “그럴 때마다 이 일에 대한 사명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부를 기획하게 된 배경에는 파급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몰가드팀은 기부를 통해 성장하는 학생들에게 불법촬영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고 같이 행동하는 힘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부를 하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손수빈씨는 “학교에서는 함부로 물건을 기부 받기 어렵다. 아무래도 민감한 사항의 제품이다 보니 대부분 기부를 거절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가 아닌 서울시교육청에 직접 문의해 다행이 1만 장을 기부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서울시교육청 산하 중고등학교 716교에 공문을 시행해 선착순 80교가 선정됐다. 인기가 많아 3시간 만에 접수가 끝났다”고 했다.

현재 몰가드는 개인 프로젝트를 넘어 경찰서·구청 등 공공기관과의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손수빈씨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지속적인 프로젝트 운영과 기부를 통해 ‘불법촬영 없는 세상 만들기’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며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는 “세상에는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존재하지만 그 중 하나인 불법촬영 없는 세상을 만들기에 일조해 딸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몰가드는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현재 몰가드 홈페이지(https://www.molguard.co.kr/)에서 5장에 1만원으로 살 수 있다. 몰가드에 인쇄된 설명문은 날카로운 물체나 거친 표면에 지워질 수 있다. 또한 카드가 휘어지면 원상태로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사용 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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