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방지법 시행 15년] 14세 넘으면 성매매할 수 있다고?
[성매매 방지법 시행 15년] 14세 넘으면 성매매할 수 있다고?
  • 김서현 기자
  • 승인 2019.10.16 07:30
  • 수정 2019-10-16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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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방지법 시행 15주년] (중) 청소년 성착취로 번진다

아청법, 청소년 주체적
성매매 행위자로 간주
미성년자 의제강간죄 역시
13세 이상 청소년 보호 못해
한 남성이 한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살펴보고 있다.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아동 청소년 대상 성매매가 급증하고 있지만 현행 법으로 이를 제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한 남성이 한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살펴보고 있다.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아동 청소년 대상 성매매가 급증하고 있지만 현행 법으로 이를 제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17세 A양은 심각한 가정폭력을 저지르는 아버지를 피해 가출했다. 갈 곳이 마땅치 않았던 A양은 가출 커뮤니티에서 숙식을 제공하겠다는 30대 남성을 만난다. 30대 남성은 숙식을 제공하는 대신 잠자리를 요구하며 불응하면 당장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성폭력이 이루어진 후 용돈을 하라며 3만원의 돈을 주었다. 쉼터에 입소한 후 A양은 남성을 ‘강간’으로 신고했으나 ‘성매매 사건’으로 수사가 진행됐다. A양이 숙박과 금전적 대가를 받았다는 이유였다. 

아동·청소년을 주체적 성매매 행위자로 보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개정과 더불어 미성년자 의제 강간죄 연령을 상향이 시급하다. 

지난 3일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법률 개정을 통해 성착취 아동·청소년의 지위를 범죄자가 아닌 피해자로 분류할 것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13세 이상 아동이 성행위에 동의할 수 있다고 간주돼 성착취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은 일부 아동·청소년을 성매매 범죄의 주체적인 행위자로 보며 대상 청소년으로 지정해 감호위탁,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까지 포함된 보호처분에 처한다. 

아청법은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과 ‘대상 아동·청소년’을 구분한다. 대상 아동·청소년은 성매매에 주체적으로 나선 것으로 판단 될 경우 인정되는데, 이 경우 변호사 선임, 상담과 치료 등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이 성착취로 유입되는 과정에는 △가족 해체 △가정 내 학대 경험 △학교 생활 부적응 등 주거·생존의 불안정을 겪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성매매로 유입되어 폭행·협박 등을 경험한다. 실제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처음 성매매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 물은 결과 ‘잘 곳이 없어서(35.0%)’, ‘다른 일자리가 없어서(26.2%)’, ‘배가 고파서(25.2%)’로 나타났다. (아동·청소년 성매매 환경 및 인권실태 조사,2016).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 7월 아청법이 일부 개정됐다. 가출 청소년 등 궁박한 상태에 놓인 16세 미만의 아동·청소년과 성관계를 맺으면 합의한 관계라 해도 처벌받게 됐다. 그러나 ‘궁박한 상태’의 기준이 애매하고 청소년이 의사결정 능력을 갖고 동의 하에 성매매에 나선다는 전제가 있다는 점에 비판을 받고 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와 관련한 처벌 규정에는 형법 제305조 미성년자 의제 강간도 있다. 미성년자 의제 강간은 폭행·협박이 없더라도 13세 미만인 점을 알고서 간음·추행하면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이 때문에 만 14세를 넘은 경우 서로 합의하고 성관계를 했거나 13세 미만인 점을 몰랐다고 우기면 처벌이 어렵다. 아동·청소년 성착취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성착취 경험을 한 아동·청소년 중 만 15세 이상 89.3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아동·청소년 성매매 환경 및 인권실태 조사,2016)

지난 9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성착취에 노출 된 아동·청소년을 연령 제한 없이 피해자로 보는 방향으로 아청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국회에 촉구했다. 인권위는 “아청법은 성매매 아동·청소년을 '대상 아동·청소년'으로 규정해 실질적 처벌로 인식되는 보호처분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피해 아동·청소년은 성매매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려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일부에선 13세 이상, 16세 미만과 고등학생인 16세 이상, 19세 미만을 분리해 상대방을 처벌할 것을 제안한다. 현행 처벌 조항에 더해 13세 이상 16세 미만에 대해서 ‘미성년자가 양육·교육 기타 보호를 받는 대상인 경우 또는 장애가 있는 경우’ 합의 성교한 상대방을 처벌하고 나머지는 범죄로 처벌하지 않은 채 성인에 행정제재만 가하자는 것이다. 16세 이상 19세 미만의 경우 상대방이 교사·강사인 경우에만 행정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는 아동·청소년이 성인을 대상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명백하게 실현시킬 수 있는지, 또 만약 양육·교육 기타 자기의 보호를 받는 대상이 아니거나 관계가 종료된 이후 처벌은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 공동대책위원회)는 “미성년자 의제 강간죄 연령 상향과 아청법 개정을 촉구하는 것은 아동·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 그들을 착취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라며 “모든 권리를 갖춘 성인과 그렇지 못한 아동·청소년을 동등히 바라보며 대등하게 거래를 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 자체가 잘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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