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하라 칼럼] 어린이 인권 위해 나섰다, ‘삐삐’와 ‘그레타’
[반하라 칼럼] 어린이 인권 위해 나섰다, ‘삐삐’와 ‘그레타’
  • 반하라 인류학자·작가
  • 승인 2019.10.11 07:35
  • 수정 2019-10-10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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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작한
스웨덴 10대 그레타 툰베리
그레타 툰베리 ⓒAP/뉴시스.여성신문
그레타 툰베리 ⓒAP/뉴시스.여성신문

 

“불이야!” 동네에 불이났다고 소녀가 외치자 아이들도 함께 외친다. 어른들이 불을 끄자며 이웃들을 소집하긴 했다. 하지만 단호히 나서는 어른들이 없다. 소녀는 곧 덮치려는 무서운 불길을 본다. 이 불길을 피해 도망갈 다른 동네는 없다. 소녀는 아이들과 결사적으로 외친다. ‘시간이 없다’고, 당장 모두 불을 꺼야 한다고 소녀는 절규한다.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며 세계적 기후운동가로 떠오른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의 활동을 위와 같이 비유해봤다. 현재 기후위기는 집에 불이 난 ‘비상 사태’라면서 그레타는 어른들에게 긴급 행동을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구는 계속해서 위기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기후위기를 부정하거나 외면하는 무책임은 회복불가능 지점으로 치닫게 하고있다.

빙하가 빨리 녹으면서 북극곰이 살 수 없어지는 것뿐 아니라 그곳에 매장된 막대한 메탄가스가 녹은 빙하 위로 배출될 위협도 있다. 해수면은 상승되어 섬과 해변도시가 바다에 잠길 위험이 있다. 인도네시아가 두달 전 수도를 자카르타에서 다른 안전한 지역으로 옮긴다고 발표한 이유이다. 극심한 폭염으로 노약자들이 목숨을 잃어가고 건조해진 토양이 사막화되어 농지를 잃은 농민들은 점점 난민이 될 것이다. 고온건조해지는 산림에는 화재가 자주 나고 소실된 숲으로 인해서 탄소 배출이 증가하면서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태풍이 잦아지고 폭설과 폭우는 빈번해져 간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협의체’ (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 기온이 앞으로 0,5도 이상 상승하면 지구위기는 통제불가능해 진다. 수많은 생물이 멸종되면서 균형과 평화는 깨지고 인류의 생존마저 시간문제일 수 있다.

그레타는 이대로 간다면 어린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없다고 확신했다. 생명의 대멸종이 시작되고 지구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데 어른들은 ‘경제 성장’과 ‘돈’ 걱정만 한다. 무지하거나 욕심 사나운 어른들에게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감히 우리의 미래를 파탄 낸다는 말인가!

작년 8월, 15세의 그레타는 학교에 가는 대신 스톡홀름의 의회 건물 앞에서 정치인들에게 ‘기후대책’을 촉구하는 단독 시위를 시작했다. 그의 기후 시위는 소셜미디어를 타고 전세계에 급속히 확산되었다.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공부만 하다간 파탄 난 미래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세계 학생들은 ‘미래를 위한 금요일’ 등교 거부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학생들만이 아니었다. 점차 노조와 시민단체도 시위에 동참했고 전 세계 시민들이 ‘기후 비상사태’를 자각하기 시작했다.

그레타가 1인 시위를 시작한 지 갖 일년이 지난 9월 20~21일, ‘기후 파업(climate strike)’시위에 163개국 400만명이 동참했다. 국제 기후 파업 주간(9월 20~27일)에 총 185개국 700만 학생들과 어린이들, 노동자와 시민단체들이 기후 시위에 참여했는데 이같은 세계적 시위는2003년 반 이라크전쟁 시위 이후 처음 벌어졌다.

정치인들에게 정책행동을 요구하는 한편 그레타는 개인들에게도 기후의식행동을 요청한다. 예를 들면 탄소배출량이 훨씬 많은 비행기 대신 기차이용을 바란다. 스웨덴에선 ‘비행수치’의식이 일어나면서 기차이용이 9%나 증가했다고 한다. 또 탄소배출의 주요인이 되는 축산을 줄이기 위해서 채식을 하는 등,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생활습관을 권한다. 점점 그레타의 기후운동에 감화되어 기후대응 환경정책이 각광받게 되면서 세계는 ‘그레타 효과’에 놀라고 있다. 지난 9월 29일 오스트리아 선거에서 녹색당이 이전 선거보다 4배 가까이 득표하자, 이 또한 ‘그레타 효과’ 였다고 언론은 대서특필했다. 지난 9월 23일, 미국 뉴욕애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 에서 세계를 감동시킨 그레타 연설의 파급력을 본 거다. 그레타는 어른들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아직 미비한 희망이 남았다, 지구를 구할 수 있는 시점 까지 시간이 촉박하다면서 곧 행동으로 우리들의 미래를 구하라는 호소에 어른들이 무조건 등을 돌릴 수는 없었겠기 때문이다.

9월 24일 그레타와 세계 청년 기후운동가 15명은 탄소배출을 많이 하면서 기후위기를 가중시킨 독일, 프랑스, 브라질, 아르헨티나, 터키 등 5개국을 유엔의 ‘어린이 인권 위원회’(유엔협약에서 ‘어린이’는 18세 이하로 본다)에 제소했다. ‘어린이 인권 협약’ 선택의정서에 서명한 국가들을 선정해서 탄소배출이 더 심한 나라들이 제외되기 했지만, 기후위기를 가중시키는 탄소배출 책임을 어린이들의 인권침해로 부각시킨 역사적 행동이었다. 1989년 출범한 유엔 어린이 인권위원회에선 전세계 아동인권 보호를 감찰하는 기구인데 이젠 기후위기의 책임국들을 감찰하게 되었다.

아동인권 운동가이자 기후운동가인 그레타를 보면 동화 『말괄량이 삐삐』의 주인공인 행동파 소녀 ‘삐삐’의 이미지가 겹쳐지곤 한다. 힘이 센 삐삐는 어른들의 무지, 위선, 거만, 권위 따위를 멋지게 박살낸다. 힘 없는 아이들에게 ‘정의’를 찾아주고 자유롭고 독립적인 아홉살 소녀다. 평생 아동인권 운동가였던 ‘삐삐’의 스웨덴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 은 그레타의 산파였을까? 어린이 인권 만세! 기후비상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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