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책과 문화 수준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책과 문화 수준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19.10.05 08:00
  • 수정 2019-10-02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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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작품성과 함께
독서클럽수·도서열람 수·
독서 습관과 함께 평가

 

가끔 기차여행을 하거나 장거리 비행을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책을 펼치고 보는 것을 목격한다. 요즘은 주로 전자책이나 스마트폰으로 관심을 빼앗기기는 했어도 여전히 책을 손에 쥐고 있는 승객들이 꽤 있다. 스마트폰이 생기고 나서부터 점점 사라지고 있는 현상이기도 해 그 때마다 자세히 들여다 보는 습관이 생겼다. 주로 중장년이나 노년층이 책을 손에 쥐고 있기도 하지만, 20~30대 젊은이들도 독서에 몰두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종이없는 세상을 예견하기도 했지만 책은 읽기가 가장 편하고 종이에 인쇄된 글을 읽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종이책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직 이른듯하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오로지 책만을 이야기 하는 곳이 있다. 유럽에서 프랑크프르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예테보리 도서전이 스웨덴에서 매년 9월 마지막 주에 열린다. 매년 10만명 이상이 방문하고, 900개 이상의 전시장이 모여 그야말로 책의 축제라 할 만한 이 행사는 유럽에서 가장 ”핫한” 문화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도서관 및 문학교사들을 위한 행사로 시작해 고작 5000명 정도가 참가했지만 지금은 세계의 출판사, 도서관, 독서클럽 등의 다양한 주체가 모여 장사진을 이룬다. 세계의 유명한 작가와 노벨문학상 수상자, 그리고 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참가해 문학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볼 거리를 제공해 주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행사에는 유럽 뿐 아니라 세계적 출판사들이 대거 참여해 각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책들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큰 특징이기도 하다. 10월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항상 열리기 때문에 올해는 누가 노벨상을 타게 될 지 중요한 이슈로 떠 오른다. 이와 관련한 세미나와 후보자들 초청 강연회는 구름떼를 몰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많은 청중이 모여든다.

1986년부터 매년 주제를 정해 다양한 강사와 작가, 그리고 정책 담당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예를 들어 2009년 스페인, 2010년 아프리카, 2014년 브라질 등을 올해의 주제로 선정해 행사를 개최한다. 그런데 올해는 한국이 선정되었다. 한국과 스웨덴의 외교 6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이기도 했지만,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책의 판매부수, 독자수, 번역작품수에 따라 문학의 수준을 평가하는 세계문학계에서 한국은 후진국가에 속한다. 그래서 한국이 주제로 선정된 것 자체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한국의 작가협회, 출판사 협회, 한국번역원 등이 함께 참가해 준비한 특별전시관은 작가와의 만남, 문화행사, 음식체험 등이 행사기간 동안 방문객의 발이 끊기지 않아 K-컬처(K-Culture)의 가능성도 엿보이는 듯 했다.

행사기간 동안 스웨덴의 국영방송 9시뉴스는 전 국민이 시청한다고 할 정도로 인기있는 방송으로 통한다. 뉴스의 일부로 문화산책이라는 코너가 있다. 다양한 문화인들과의 인터뷰로도 잘 알려진 이 프로그램에 많이 눈에 익은 한국의 작가가 등장했다.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의 아픔, 갈등, 소외, 고뇌 등이 작품에 담겼다는 작가의 말과 함께 한국의 역사 및 민주화, 산업발전 등의 역사를 간략히 소개하면서 한국은 가난과 독재를 냈지만, 아직도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분단의 아픔을 가진 나라로 소개되었다.

노벨문학상이 그 나라의 문학수준을 결정짓지는 못한다. 하지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국가들에게는 문화국가라는 특별한 대우를 해 주는 것이 사실이다. 영국, 미국, 독일, 스페인, 스웨덴 등이 가장 많이 수상한 국가들이고, 일본도 두 번이나 노벨상의 영예를 안는 동안 우리는 번번히 후보까지만 오르고 고배를 마셔야 했다.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클럽수, 도서관의 도서열람수, 국민의 책 읽는 습관 등도 후보 작가들의 작품성과 함께 평가된다고 노벨위원회에서 발표한 적이 있다. 이런 기준이라면 노벨문학상 발표장에서 ”코레아”의 외침을 듣기까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올해 천고마비라는 가을의 뙤약볕이 드리운 서재에서 핸드폰은 꺼 넣고 책을 한번 잡아보면 어떨까?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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