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만들고 여성 등장하고
여성의 눈으로 본 영화 소개
관객과 영화인의 연대의 장

©제주여성영화제
9월 26일 메가박스제주에서 열린 제주여성영화제 스페셜 토크 행사에서 윤홍경숙 제주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고은영 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김상애 페미니스트 연구 웹진 Fwd 필자가 페미니스트 창당 도전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제주여성영화제

 

‘변함없이 변화하다’ 슬로건을 내건 제20회 제주여성영화제(제주여민회 주최)가 지난 9월 24일부터 29일까지 6일간 메가박스 제주점에서 치러졌다.

제주여성영화제는 1999년 제주여민회가 변영주 감독의 다큐영화 ‘낮은목소리2’를 상영한 것이 제주사회에 뜨거운 반향을 불러 일으키면서 불씨가 피워졌다. 이듬해 제주학생문화소극장에서 ‘여성이 만든 세계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첫 영화제가 열렸다. 이후 20년간 단 한 해도 빠짐없이 매년 10~50여 편에 이르는 여성영화들이 제주도에 소개되었다. 첫 해 3백여만 원 예산으로 7편의 영화를 상영한 것이 스무살 성년을 맞이한 올해는 ‘올해의 특별시선’, ‘여풍당당 그녀들’, ‘그래도 삶은 지속된다’, ‘요망진 당선작’, ‘앵콜, 다시 보는 여성영화’로 로 나뉘어 5개 섹션 총 53편의 영화를 상영할 만큼 성장했다. 더불어 행사 전까지 수차례에 걸친 여성영화 특별상영회가 이루어졌고, 영화제 기간 동안은 스페셜토크 5회, 감독-관객과의 대화 11회, 20주년 기념 아카이빙 전시회와 ‘스무살, 지평을 넓히다’ 집담회까지 다채로운 각종 부대행사들이 가득했다. 여성감독에 의해 여성주의 시선이 담긴 한국 단편영화 경선 ‘요망진 당선작’에는 총 141편의 작품이 응모했고 이중 11편이 본영화제에 상영되어 최종 작품상은 ‘해미를 찾아서’(감독 허지은, 이경호), 관객상은 ‘기대주’(감독 김선경)이 수상했다. 초창기 장마철인 7월 첫째 주 여성주간에 맞춰 진행하면서 비가 새는 상영공간에 양동이로 빗물을 받으며 진행했어야 했던 시작의 순간과 지금도 서울의 25개 자치구 중 하나인 송파구 인구 정도인 69만 명 가량의 도서지역임을 감안하면 결코 쉽지 않은 저력이다.

©제주여성영화제
©제주여성영화제

여타 다른 16개 지역 여성영화제와 같이 제주여성영화제 또한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영화라는 대중매체로 소개하면서 상대적으로 문화컨텐츠 접촉기회가 제한적인 도민들과 소통폭을 넓히고픈 여성운동의 바램에서 시작되었다. ‘여성이 만들고, 여성이 등장하고, 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우리가 사는 세상에 기발하고 뜻깊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을 찾아 나섰다. 물론 예산도 경험도 없던 초창기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점차 서울지역 영화 호응도와 제주 지역 호응도가 상이한 경우들이 많음에 따라 동 영화제를 비롯한 국내 다채로운 주제별, 지역별 영화제들을 꼼꼼히 누벼왔다. 그 결과 지금까지 총 532편의 영화들을 선정, 초청했고, 매년 도전적인 단편영화 작품을 접수받으며 여성영화인 발굴과 지원에 힘을 보탰다. 700여 회 이상의 영화 상영으로 누적관객 2만6000명 이상을 만나오면서 제주의 관객 지평도 넓히는 중이다. 자원봉사자 ‘요망지니’들은 매년 영화제 스탭 활동을 통해 제주지역의 여성주의 문화 생산·매개 인력으로 성장했다. 그 결과 2016년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문화예술특별상’을 수상했던 것도 기쁜 성과 중 하나였다.

제주여성영화제 20주년 기념 아카이빙 전시회. ©제주여성영화제
제주여성영화제 20주년 기념 아카이빙 전시회. ©제주여성영화제

 

제주여성영화제는 조직 운영 자체가 어려워져 잠시 소강상태였던 2년 여 시간에도 변함없이 매년 개최되어 20주년이라는 역사를 썼다. 여기에는 여성영화에 대한 끝없는 애정을 지닌 활동가들의 열정에, 영화제 취지에 공감하여 흔쾌히 상영공간을 내준 여러 기관들과 제주특별자치도 공공예산의 든든한 지원 또한 영화제의 가장 현실적인 밑받침이었다. 지역기업들의 잇따른 후원도 뜻 깊은데, 올해는 연초 각 주점에 부착된 포스터 광고에 대한 제주여민회의 문제제기를 긍정적으로 수용하여 전 기업 성인지교육 진행과 함께 소주병 뒷면에 영화제 광고를 실어 후원한 한라산소주가 특히 주목해볼 만했다.

한라산소주 뒷 면에 제주여성영화제 광고가 실려 있다. ©제주여성영화제
한라산소주 뒷 면에 제주여성영화제 광고가 실려 있다. ©제주여성영화제

이렇게 기반 속에서 귀한 발걸음을 함께 한 관객들과 함께 성장해온 제주여성영화제지만 여전히 숙제도 상당하다. 조직 안으로는 1년 내내 근무가 가능한 영화제 전담인력을 배치해 안정적 연속성을 확보해야 하며, 상영공간의 불안정성 제거를 위해서 광주처럼 지역 안의 다양한 주제 영화제들간 네트워크로 전용상용공간을 만들 필요도 있다, 또 현재 결성되어 있는 17개 지역여성영화제들 간의 네트워크로 우리 사회 나아가 아시아와 세계의 여성영화인들의 무대를 계속 키워내 여전히 여성주의 영화에 목마른 관객들과 이를 지지하는 모든 이들이 영화로 울고 웃으며 서로 공감하고 연대하는 기쁨을 확장시키는 고유의 책무는 당연히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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