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의 젠더 폴리틱스] 무엇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가?
[김형준의 젠더 폴리틱스] 무엇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가?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19.10.03 17:50
  • 수정 2019-10-03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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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장관 임명 이후 여론 양분
검찰 개혁 국민 요구 커지는데
사회 정의와 윤리는 어디로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27일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에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검찰은 성찰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아마도 문 대통령은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단순한 법질서 확립 차원이 아니라 검찰개혁을 막기 위한 불순한 음모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여하튼 진행 중인 수사와 관련해 대통령이 자신이 임명한 검찰에 이런 경고 메시지를 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더구나, 문 대통령이 7월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당부한 말과는 크게 상충된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기 바란다. 그래야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 국민이 체감하게 되고 권력 부패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당부했다. 이렇다보니 항간에는 문 대통령이 조국에게 무슨 약점이 잡혔거나, 아니면 조국 수사를 막아야 할 무슨 절박하고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니냐”라는 말까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과 관련된 의혹들에 대해 “엄정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며 “사실 관계 규명이나 조 장관이 책임져야 할 일이 있는지도 검찰의 수사 등 사법절차에 의해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조 장관이 기소되더라도 확정판결 이전까지 사퇴시키지 않겠다는 해석과 검찰 수사 결과 조 장관과 가족의 위법 사실이 드러난다면 문 대통령도 과감하게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지난 9월 30일 청와대에서 조 장관으로부터 첫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지시한 내용을 보면 전자에 가까운 것 같다.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에게 지시한다”며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검찰 내부의 젊은 검사들, 여성 검사들, 형사부·공판부 검사들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총장이 없는 자리에서 법무부 장관을 통해 지시 사항을 전달한 것은 조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고 앞으로 검찰 눈치 보지 말고 검찰 개혁을 주도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검찰 개혁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대통령 지시를 받아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 대통령 최측근인 조 장관을 수사하는 검찰이 검찰 개혁의 걸림돌이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여론은 윤 총장 편이다. KBS 여론 조사(9월 26~27일) 결과, 조 장관 가족 수사와 관련해 ’지나치지 않다’(49%)가 ‘지나치다’(41%)보다 훨씬 많았다.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과정에서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것에 대해 ‘허용돼야 한다’(64%)가 ‘금지돼야 한다’(24%) 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리얼미터․YTN 조사(9월 27일)에서는 57.8%가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이 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해당 고위공직자는 공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본인이 법을 위반하지 않았으면 공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37.5%에 그쳤다.

조 장관은 2017년 1월 자신의 SNS에 조윤선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이 장관직을 내려놓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 수사를 받는 것에 대해 “무슨 낯으로 장관직을 유지하느냐”며 비판했다. 민심을 살피고 과거 자신의 발언을 성찰한다면 조 장관은 더 이상 버티지 말고 퇴진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산문이 문득 떠오른다. 작금의 조국 사태와 결부시킨다면, 장관 한 명이 임명되면서 나라가 두 동강 나는 현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범죄 혐의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그를 검찰 개혁의 적임자로 주장하는 것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모든 의혹에 조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가 있고, 조 장관은 ‘모르고 상관없다’는 주장이 우리를 아주 슬프게 한다. 윤리와 정의는 실종되고 거짓과 선동이 지배하며 미쳐 날 뛰는 사회가 우리를 정말 슬프게 한다. *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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