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뒤 고용유지율
대기업 87.4%, 중소 69.5%
인력 난 겪는 중소기업서
대체인력제도 유명무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신보라(자유한국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기업 규모별 육아휴직 고용유지율을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출산휴가 후 복직 비율이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은 출산휴가 후 93%가 복직한 반면 중소기업(우선지원대상기업)은 80.9%에 불과했다. ⓒ픽사베이

 

육아휴직과 출산휴가 등 모성보호제도가 법적으로 보장돼 있음에도 육아휴직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여성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신보라(자유한국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기업 규모별 육아휴직 고용유지율을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출산휴가 후 복직 비율이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은 출산휴가 후 93%가 복직한 반면 중소기업(우선지원대상기업)은 80.9%에 불과했다. 육아휴직 뒤 고용유지율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차이가 두드러졌다. 대기업은 87.4%였으나 중소기업은 69.5%에 그쳤다. 다시 말해 중소기업에서 약 31%가 육아휴직 후 일자리에서 쫒겨난다는 얘기다. 법적 제도를 시행하지 못하는 후진적 고용 문화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육아휴직과 관련해 사용하지 못하거나 육아휴직 뒤 불이익을 주는 위법 행위 건수도 늘었다. 육아휴직 후 복귀한 근로자가 임금 삭감, 해고, 동일업무 복귀 위반 등 불리한 처우를 받는 비율이 증가한 것이다. 2016년 101건에서 2017년 137건, 지난해 265건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7월 128건이었다.

실제로 기업 행태별로 큰 차이가 존재했다.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은 지난 5월 기업 971개사를 대상으로 ‘육아휴직 사용 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여성 직원이 있다고 답한 기업은 48.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대기업은 85.6%가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42.4%에 그쳤다. 이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평균 휴직 기간은 9.5개월이었다.

반대로 기업들은 직원들의 육아휴직에 10곳 중 7곳(68.3%)가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 ‘기존 직원들의 업무 과정’이 50.4%(복수응답)로 가장 높았다. ‘대체인력 채용에 시간과 비용이 들어서’ (48.3%), ‘복직하지 못하는 경우 때문에’(24.6%), ‘대체인력의 낮은 숙련도 (20.2%) 등 순이었다.

육아휴직 후 3개월 이내 직장을 그만두는 근로자가 압도적이었다. 지난달 3일 국회 김학용 환경노동위원장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육아휴직 후 올해 1~5월 퇴사한 1382명 중 96%인 1321명이 복귀 후 3개월 이내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확인됐다. 6개월 이내 퇴사 수까지 더하면 98%(1361명)에 달했다. 특히 6개월 이내 퇴사 시 육아휴직 급여의 25%를 받지 못하면서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표를 내는 것이다. 육아휴직 후 복귀 시 은근한 차별로 그만두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신보라 의원실
ⓒ신보라 의원실

 

ⓒ신보라 의원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여성 A(29)씨는 육아휴직을 신청하자 상사가 “복직을 보장할 수 없다. 남편이 돈을 잘 버는데 육아에 전념하고 승진은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등 말을 들었다. 사실상 육아휴직을 신청한 근로자에게 “네가 없으면 그 업무는 누가 대신 해주냐”며 신청 철회를 종용하거나 퇴사를 부추기는 등 위법행위를 당당히 자행하며 현실이 법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하는 여성들이 직장을 그만두는 주된 이유로 직장 문제가 컸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8 한국의 워킹맘 보고서‘를 보면 워킹맘 중 직장생활(58%)로 회사를 떠나는 비중이 가정생활(42%)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등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국내 여성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이루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각종 모성보호제도가 보장되려면 직장 내 배려가 필수적으로 관련 기관을 육성함으로써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육아휴직자를 대놓고 차별하거나 퇴사를 종용하는 회사는 줄었지만 아직도 은근히 차별하거나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지 않아 스스로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대체인력이 필요할 때마다 기업들이 원활하게 수급받을 수 있다면 더 많은 기업에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다만 그것만으로 육아휴직을 사용을 늘릴 수 있는 방안으로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체인력 지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라며 "대기업과 달리 대체인력이 신규 채용과 다름 없는 중소기업의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 인력 부족으로 인한 경영난을 보완할 제도가 추가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남성들이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에 참여하는 방법을 통해 남녀가 동등한 위치에 서게 되면 ’잠재적 육아휴직 사용 근로자‘인 여성 채용을 기피하는 암묵적 관행을 깰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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