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 지원으로 5개 대학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 운영

실력은 같아도 얻기 힘든 취업 자리. 상대적으로 선후배 네트워크와 리더십 훈련, 취업 지원이 체계화된 여자대학과 달리 남녀공학대학에서 여자가 성장하기란 용이하지 않다.

올해 초 여성부가 지원하고 5개 대학이 시범적으로 시행하는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사업. 26개 대학이 지원한 가운데 남녀공학대학들의 참여가 돋보이는 측면은 여학생의 취업 상태 개선과 졸업생의 사회 진출 확대, 여성인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에 학교가 적극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이상 여성인력을 활용하지 않고 21세기 대학의 발전을 이야기 할 수 없다는 시대적 요청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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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7일, 여성부가 지원하고 전국 남녀공학 5개 대학이 참여한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 개소식이 지은희 여성부 장관, 아주대 오명 총장이 참여한 가운데 아주대에서 열렸다.

담당자인 여성부 양현순씨는 “여대를 포함해 콘텐츠 중심으로 선발했지만 선례가 없어 힘든 사업이 될 것”이라며 “2, 3년 후에도 학교를 확대해 가며 계속 지원할 계획”이라 전한다. 사업 선정의 기준을 살펴보면, 여대생들을 위한 특화 서비스와 진로, 직업에 관한 과목 개설, 동문, 인턴십 등 외부 세계와의 네트워크, 입학에서 취업까지 DB 구축.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의욕에 가득 찬 프로그램들이 눈에 띈다.

양현순씨는 “여대생들의 순수 취업률이 매우 낮고 비정규직, 임시직에 유입되는 비율은 높아 여성의 고용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데 착안해 이 같은 사업을 시행하게 되었다”고 사업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취업은 여전히 넘기 어려운 벽. 대학 내 여학생 취업담당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여학생들의 경우 적극성이 부족하고 커리어 의식이 빈약하다는 점이다. 동시에 학내에 성평등적인 문화가 정착되고 센터와 같은 제도적, 체계적인 취업 지원이 필요하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지적된다.

한양대 장기영 센터 전담 연구원은 여대생들의 취업이 어려운 이유로 적극성의 부재와 정보의 부족, 빈약한 네트워크를 지적하면서 활동적인 부분과 능력 표출이 약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이 빈곤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문제는 준비된 여대생들을 채용하는 수요가 부족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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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인 환경에 전략적으로 대응하자는 입장입니다.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것들에 맞게 학생들을 만들자는 거죠” 수요자들이 요구하는 조건은 무엇인가, 남녀를 떠나 일을 시키기 쉬운가, 근무를 오래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 결혼 후 직장에서의 생활 문제 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여전히 취업을 준비하는 여학생들에게 던져진 과제다.

한양대 경영학과 이혜진(24)씨는 “지원한 회사의 1차 면접이 끝나고 받은 면접 클리닉에서 놓치기 쉬운 세세한 부분들을 컨설팅 받아 많은 도움이 되었다”며 “노동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운 탓인지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지만 적극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5월 27일 첫 개소식을 가졌던 아주대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장 이선이(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직도 여학생 모임에 간다고 하면 이상하게 보는 분위기가 있다”며 “남성 중심적인 환경일수록 여성들이 주체 의식을 갖기가 어렵고, 그래서 더욱 센터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막상 ‘강 건너 불 구경하는 듯한’여학생들의 무관심, 무반응도 만만치 않은데. 이 교수는 “시작이 좋아도 학생들의 참여가 없으면 무효나 마찬가지”라며 “센터의 홍보에 주력할 것이니 지켜봐 달라”고 포부를 밝혔다.

아주대 총여학생회 박은진(23)씨는 “학교의 지원으로 보다 체계화되고 구체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며 “일반 여학우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되었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각 대학이 의욕적으로 준비한 프로그램들. 커리어개발센터가 지역과 학교의 특성을 반영하고 여대생들의 실질적인 취업 지원 시스템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향후 효과를 기대해 본다.

임인숙 기자isim123@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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