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인 모금 사업 펼치기

기업연계마케팅 신경 쓸 때

시민단체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더 이상 ‘속된’ 말로 치부되지 않는다. 오히려 각 시민단체가 스스로 ‘돈’을 벌기 위한 몸부림을 하고 있다. 떳떳하게 재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후원금’. 그러나 단체에 따라 전체 재정에서 후원금 비중이 10∼80%를 선회하는 현상은 단체마다 모금 전략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시민단체. 과연 그들은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까.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모금 사업의 핵심이다. 한국여성재단 김정린 팀장은 “모금이 진행됐을 때 어떤 좋은 결과가 나오게 될지 구체적으로 알려서 그 기대 효과를 팔아야 한다. 이 때 모금하는 이유를 단체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경우를 피할 것”을 요구했다. 월드비전 박준서 본부장도 “우리가 내건 상품이 후원자들 요구에 맞는지를 가장 먼저 생각한 뒤 그 상품을 팔 시장을 골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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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향미>

그 다음은 홍보. 이른바 회원 늘리기 전략이다. “소외된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사람들 가슴에 다가갈 수 있도록 자기만의 색깔로 포장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자기 단체가 갖고 있는 목표를 정확하게 알고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실무진들이 필요하다” 한국여성재단 강경희 사무총장이 전하는 홍보의 첫 번째 요건. 홍보는 바로 회원 모집으로 이어지는데 이 때 개미군단과 큰손 회원을 함께 가져가는 게 좋다. 김정린 팀장은 “1억을 모금한다고 가정할 때 10만원 낼 사람은 천명을 모아야 하지만 천만 원 낼 사람은 10명이면 족하다. 최고 기부금액과 사람 수를 정하고 다음 단계에는 그 액수는 반으로 줄이고 사람 수를 두 배로 늘리는 공식이 가장 적절하다. 특히 최고 기부자를 선정할 때는 낙관적인 모험을 감행하자”고 제안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개인 기부자 확대. 단체가 가장 어려울 때 든든하게 버틸 수 있는 힘은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영업 방식을 도입해보면 어떨까. 박준서 본부장은 “교회, 언론, 학교, 금융권, 잡지 등 여러 채널을 확보한 뒤 각 채널에 실무자들을 따로 배치하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각 모금상품을 채널 별로 팔아 실적이 나오게 한다면 조직적이고 효과적인 모금이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대상회계법인 권오형 공인회계사는 “한 어린이 전도협회는 후원금을 가져오면 20%를 본인 월급으로 주고 있는데 성과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질적인 수당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또 “기부자의 유언장에 이 단체에 재산 중 얼마를 주겠다는 내용을 받아내는 것도 시도해 볼 만 하다. 부모가 했던 기부 활동을 자식들에게 물려준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제안도 내밀었다.

고객관리로 평생 기부자 확보해야

‘눈물’ 쏙 빼고 기부를 하게 만드는 형식이 아닌,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재미있는 모금 행사도 필요하다. 아름다운재단 이경현 모금팀장은 “가족·이웃끼리 과자를 만들어 팔고 그 돈을 기부하는 형식은 나누기를 즐기는 한국인 정서에 적합한 사업”이라고 제시했다. 아름다운재단에 따르면 올 스승의 날, 재단에 기부한 영수증을 선생님께 선물로 드리는 행사를 추진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아름다운재단은 이 사업을 밑거름 삼아 추석·연말이나 생일에도 기부를 선물의 한 형식으로 시도할 생각이다. 대상에 따라 다른 전략도 필요하다. 돈이 좀 있는 사람들일 경우 그들의 입맛에 맞춘 사업을 진행해야 사람들 호주머니를 열기 쉽다.

충성도 높은 기부자는 ‘고객관리’에서 비롯된다. 기부금이 아니라 평생 기부자와 친구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박준서 본부장은 “실제 후원자가 될 지 여부는 5개월 안에 결정 난다. 5개월 안에 이들을 실 후원자로 끌어들이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기부자가 된 뒤도 중요하다. 감사편지는 기본이며 이 때 좀 색다른 방식을 써볼 수 있다. 월드비전의 경우 여성에게는 탤런트 박상원, 남성에게는 탤런트 김혜자씨가 보내는 감사편지 형식으로 보내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고. 후원 받는 쪽 사진이 담긴 감사편지도 좋은 방법이다.

후원금의 가장 큰손은 기업. 특히 최근 들어 사회공헌팀을 따로 만들 만큼 사회공헌 사업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기업후원금은 액수도 크지만 정부지원처럼 까다롭지 않고 비교적 자유로워서 선호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기업연계마케팅을 할 때는 기업이 홍보를 목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시도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시민단체가 기업 이상으로 경영 마인드를 가질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김정린 팀장은 “기업 후원금에는 경영자 개인이 하는 순수한 기부, 한국여성민우회가 했던, 단체를 통해 보험회사에 가입하면 그 돈의 일부를 그 단체에 기부하는 형식의 마케팅적 교환활동, 기업이 단체가 하는 사업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경영적 교환활동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연구는 ‘필수’

아름다운재단 이경현 모금팀장은 “기업이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유는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만족도와 기업 이미지를 함께 높이기 위해서다. 그렇기에 직원들도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아름다운재단이 한솔교육과 진행하는 ‘희망 특공대’사업은 한솔교육 직원들이 기부를 할 뿐만 아니라 직접 공부방 시설 개조 작업에 참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업연계 마케팅에는 기업 연구가 필수. 강경희 사무총장은 “기업 매출현황을 파악하고 기업이 갖고 있는 상품이나 기업이 내건 이미지를 미리 알아놔야 접근하기 쉽다”고 조언했다. 한 예로 보험회사는 생명과 관련된 기업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전경련 1% 클럽 사이트(www.fki.or.kr)에서 대략 어떤 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하나의 준비작업이 될 것이다. 도전할 업체를 정했다면 그 기업과 일해본 단체·개인에게 물어보거나 그 회사 사원에게 기업정보를 얻는 등의 작업으로 가능성 여부를 미리 확인해보는 작업을 거쳐야 실패율을 줄일 수 있다.

기업들이 영리를 목적으로 사회공헌에 접근하기에 이들을 끌어들이는 과정은 신중해야 한다. “기업들 입맛에 맞는 사업에 따라가다가 자칫 기업의 기획사처럼 전락할 우려가 있다. 단체가 생긴 목적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기업과 연대해야 한다” 강경희 사무총장의 마지막 말에서 그 이유가 드러난다.

혜원 기자nanca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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