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무기계약직 공개채용 시
여성 지원자들 면접 점수만
50점 아래로 고의로 조정
합격권이던 여성 6명 탈락
감사원,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수사 요청

서울메트로는 10월 말부터 지하철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탈출에 방해가 되는 1~4호선 스크린도어 광고판 중 1076개를 철거한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현재 서울교통공사로 통합된 서울메트로가 2016년 무기계약직을 공개채용하면서 여성 지원자의 면접 점수를 조정한 사실이 감사원 조사 결과 드러났다. ⓒ여성신문

 

현재 서울교통공사로 통합된 서울메트로가 2016년 전동차 검수지원·철도장비 운전 분야 무기계약직을 공개채용하면서 고의로 여성 지원자의 면접 점수를 조정해 합격권이던 여성 전원을 탈락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메트로는 해당 업무가 여성이 하기 힘든 업무라는 성차별적 고정관념으로 이 같은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9월30일 ‘서울교통공사 등 5개 기관 비정규직의 채용 및 정규직 전환 등 관리실태’ 감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 보고서는 지난해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임직원 친인척 등이 대거 편승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서울시가 공익감사를 요청해 진행됐다.

감사 보고서를 보면 서울 지하철 1~4호선 운영사였던 서울메트로는 2016년 7월 ‘모터카 및 철도장비 운전’과 ‘전동차 검수 지원’ 분야에 무기계약직을 공개채용했다. 분야별로 각각 68명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해 각각 61명씩 합격처리한 후 58명, 56명을 임용했다.

면접은 7월 28일과 29일 이틀에 걸쳐 진행됐다. 면접시험 첫 날 ‘모터카 및 철도장비 운전’ 분야 면접위원장 A는 면접이 끝난 뒤 해당 분야 팀장 B로부터 ‘여성이 하기 힘든 일이고 야간 근무 시 여성용 숙소도 마련되어 있지 않는 등 현장 여건도 여성을 채용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음 날 다른 면접위원들에게 이를 전달하면서 여성 응시자의 점수를 50점 미만으로 수정하도록 권고했다. 면접시험 실시 계획 상 면접 점수가 50점 미만이면 불합격 처리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면접위원들은 면접 대상자 별로 면접이 끝날 때마다 컴퓨터를 통해 면접점수를 실시간으로 입력했는데 면접위원장은 위원들에게 첫째날 이미 입력한 점수를 둘째날 일괄 수정하도록 권고했다.

그 결과 여성 지원자 4명은 각각 48점과 47.5점으로 점수가 떨어져 모두 불합격 처리됐다. 특히 평균 점수 87점으로 전체 1위로 합격해야 했을 C씨는 면접점수가 48점으로 조정되자 64위를 기록해 결국 탈락했다. C씨는 철도기관사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한국철도공사 철도 면허 및 관제 교육을 수료했으며 인천 도시철도 2호선 시운전에 참여하는 등 경력과 실력을 갖췄으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탈락할 수 밖에 없었다. C씨의 점수를 하향 조정하면서 면접위원들은 50점 미만 점수를 준 사유로 “조직과 업무에 적응이 어려워 보임” 등을 기재하기도 했다.

7월 29일 진행된 ‘전동차 검수 지원’ 분야 면접에서도 같은 상황은 되풀이 됐다. 여성 응시자 2명 역시 당초 합격권이던 면접 점수가 조정되면서 모두 불합격 처리됐다. 면접위원들은 점수를 정정하면서 ‘배려심 부족’, ‘협동심 부족’ 등을 과락 사유로 써냈다.

결국 두 분야에서 합격권이던 여성 6명은 모두 점수 조정으로 모두 불합격 처리됐다.

‘채용성차별 철폐 공동행동’ 회원들이 24일 서울 중구 을지로  KEB 하나은행 앞에서 채용 성차별 기업에 대한 항의와 채용 성차별 철폐 방안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해 4월 24일 ‘채용성차별 철폐 공동행동’ 회원들이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채용 성차별 기업에 대한 항의와 채용 성차별 철폐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여성신문

 

서울교통공사는 여성 채용을 배재하기 위해 면접위원이 점수를 수정한 행위에 대해 “면접위원이 장기간 재직하며 쌓은 경험과 업무적 특성을 고려해 차이를 둔 것으로 면접위원 재량에 해당하고 이를 현저하게 일탈해 직무를 남용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점수 조정에 가담한 관련자들은 적극행정면책을 신청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차별적 환경을 개선하고 평등한 사업장 조성에 앞장서야 할 공사가 성별을 사유로 채용의 기회를 박탈한 면접위원의 위법행위를 옹호하고 있다”면서 “객관적이고 정당한 기준 없이 오직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면접점수를 수정해 여성 응시자를 탈락시킨 면접위원의 행위는 남녀 차별”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감사원은 “이미 부여한 여성 응시자의 점수를 수정해 불합격시킨 것은 공익을 해치는 행위이고 적극적 업무처리로 보기도 어려우며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중대한 절차상 하자”라고 지적했다.

‘고용정책 기본법’ 제7조 제1항과 제25조 제2항을 보면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신앙, 혼인·임신 또는 병력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해서는 안되며 균등한 취업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항, 제37조 제4항은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해서는 안 되고 이를 위반해 근로자의 모집 및 채용에서 남녀를 차별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경우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감사원은 서울교통공사에 면접 결과를 수정한 내부 면접위원 2명을 정직 처분하라고 요구하고 서울교통공사에 사장에게 “임직원을 신규 채용할 때 특정 성별을 차별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기 바란다”고 주의 조치를 내렸다. 또 이 채용차별과 관련해 검찰에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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