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한 아이들, 이유 있다
산만한 아이들, 이유 있다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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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향미>





아이들에게 노는 것은 집중력을 기르는 체험

‘산만함’은 자유놀이 시간의 부재에서 나타나






둘째 아이가 1학년일 때 학부모 참관 수업에 간 적이 있다. 아무리 1학년 교실임을 감안한다고 해도 교실인지 시장인지 구분가지 않을 정도로 산만한 수업을 보고 있자니 기가 찼다. 선생님이 시키면, 어떤 아이는 그냥 의자에 앉아서 툭 내뱉듯 답하고 어떤 아이는 엉덩이를 반쯤 의자에 걸쳐 일어난 것도 앉은 것도 아닌 채로, 일어서는 아이도 바르게 서지 못하고 비스듬히 의자나 책상에 기대어 대답을 했다. 주변 친구들과 수군대는 잡담으로 교실은 내내 산만했다.



아이가 집에 와서 “엄마, 애들이 너무 떠들어. 그래서 선생님이 아이들을 혼내고, 그러면 무서워”(참고로 이 선생님은 가장 야단을 안 치시는 편에 속한다)라고 불만을 터뜨리곤 했는데, ‘그 실체가 이거였구나’하는 생각이 스쳤다. 하여튼 그 상황은 만일 내가 교사라면, 나는 도저히 수업을 진행할 수 없을 거라고 느꼈을 정도로 극도의 산만함이었다. 내가 아이들 옆으로 가서 ‘발표는 바로 서서 하는 거야’라고 해주고 싶은 충동이 목까지 차 오르는 걸 가까스로 참고 있는데, 다른 엄마들은 ‘어이구 어린 내 새끼, 그 정도면 괜찮아’하는 표정들이었다. 누구 하나 이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듯 했다.



대화할 시간이 없는 아이들



〈학교바로세우기 실천연대〉가 2000년 4월에 한 조사에서 교사들이 현재 초·중등학교 교실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필요한 지식만 배우는 입시학원’(31.5%) 다음으로 ‘무질서하고 소란스러운 시장’(30.8%)을 꼽았다. 그리고 〈학교 붕괴〉라는 책에서 교사들은 이같이 통제되지 않는 교실에 대한 무력함을 고백하고 있다.



이 같은 교실붕괴는 그 심각한 양상만 매스컴을 통해 보도됐을 뿐, 의외로 진지한 원인 규명의 노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아이들이 대화하고 놀 시간의 부족 때문’이라는 이부영 선생님의 지적은 매우 적절한 분석으로 보인다. “떠든다는 아이들을 가만 보면 아이들은 떠드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단지 이야기하는 것뿐인데 좁은 공간에 많은 아이들이 함께 있다보니 그만 떠드는 게 되고 마는 것이다. 가만 보면, 우리 아이들에게는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놀고 말다툼할 시간이 학교에 있을 때밖에 없다. 학교에서마저 막아버린다면, 아이들은 언제 친구들과 어울리고 다툼을 스스로 해결하는 법을 배울까”(이부영, ‘대화할 시간이 없는 아이들’, 한겨레신문 2002년 1월 21일자 인용)



교실붕괴 첫 단추는 유년기 문화



여전히 방과 후의 주된 일과는 공동육아 불알 친구 삼총사와 더불어 노는 것인 내 아들에게 “수업 중에는 선생님 눈만 따라다니는 거다. 떠드는 건 노는 시간에 하고”라는 엄마 말은 자연스럽게 수용된다. 그런데 이 아이에게 정작 힘든 건 공부와 노는 게 구분이 안 되는 교실 상황이다. 아이에게 공부 시간의 집중과 휴식 시간의 노는 것을 자연스럽게 구분할 수 있게 해준 게 무얼까 하고 생각해보면, 나는 통제되지 않은 자유로운 놀이 시간을 듬뿍 준 아이의 공동육아어린이집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내 경험으로 유년, 초등 저학년의 아이들이 공부로 최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아무리 길어야 2, 30분이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밥 먹는 것도 잊어버리면서 몰두할 수 있는 게 있는데, 그게 바로 노는 거다. 노는 것은 그냥 노는 것이 아니라 아이 수준에서 영아기에 요구되는 종합적인 사고력을 기르면서 집중력을 기르는 체험, 절도(節度)를 배우는 체험이기도 한 것이다.



아이를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시간마다 파편화된 프로그램들에 맞추고 아이에게 몰두할 거리는 오로지 게임뿐이 안 남은 게 요즘의 유년 문화이다. 산만성은 이 문화의 자연스러운 산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교실붕괴의 첫 단추는 학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부모들이 깊숙이 공모하고 있는 유년기 문화에서 끼워진다는 말이다.



잘못 낀 첫 단추로 시작된 유년기는 학령기로 들어오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발전한다. 한국뇌신경학회는 6∼12살 아동에게는 언어교육과 입체촵공간적 사고를 위한 다양한 놀이교육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이 연령기의 아이들에게 우리 어른들은 무엇을 들이대고 있는가? 결국 교실의 산만함은 이부영 교사의 관찰대로 자유놀이 시간의 절대 부재에서 아이들이 본능적으로 발휘하는 자기생존력인 듯 싶다.



환경오염이 산만함 증진시켜



이외에도 아이들의 산만함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환경 오염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이산화질소, 일산화탄소, 이산화 황, 납, 다이옥신, 벤젠과 같은 화학물질에 만성 중독이 되면, 무감각, 두통, 혼란감, 어린이 정신발달 장애, 의욕저하와 정서 불안, 우울증, 분노 폭발 등의 증상이 발생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화학 물질은 담배 연기, 석탄·석유·가스 등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주방 기구, 난방기구 및 온수기, 복사기, 자동차 매연, 머리염색 환원제, 페인트, 신문과 잡지 인쇄 잉크, 땜납, 파이프 연기, 노후 수도관, 교통 혼잡 지역에서 자란 야채 등이 내뿜거나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파인골드(J.Finegold) 박사는 1960년대에 미국 아동들에게 격증하고 있던 ‘학습 부진을 동반하는 과잉운동성 증후군(HLD)’에 걸린 아동들을 공기 좋은 자연 속으로 데려가 실리실산염과 인공착색료 및 인공향미료와 같은 식품 첨가물을 제거한 식사요법과 자유생활을 통해 고칠 수 있었다.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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