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절반 성구매 안 한다는데
성 착취 뿌리 뽑으려면
‘안 하는 남자들’ 목소리 내야

9월 2일 유튜브에 공개된 ‘성매매 안 하는 남자들’ 영상.  ©서울살롱 유튜브 영상 캡쳐
9월 2일 유튜브에 공개된 ‘성매매 안 하는 남자들’ 영상. ©서울살롱 유튜브 영상 캡쳐

제약회사 직원 A, 회사원 B, 임상병리사 C, 연구원 D… 지난해 경찰이 적발한, 수도권 한 성매매 업소의 고객 데이터베이스엔 이런 ‘평범’한 남성 400만 명의 연락처가 들어 있었다.

채팅 앱에 나타난 10대 여성에게 성매매를 요구했다가 언론에 걸린 남성들도 ‘평범’ 했다. 대학생, 회사원, 10대 딸을 둔 남성…. 누군가는 취재진에 호소했다. “아시잖아요, 남자는 다 욕구의 노예 아닙니까.” 남성 일반을 모독하는 주장이다. 그러나 동시에, 남성의 50.7%(532명)가 “성구매 해봤다”고 답했던 여성가족부의 ‘2016 성매매 실태조사’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성매매 창업 컨설턴트들은 ‘성매매 알선업은 돈이 된다’고 단언한다. “강남 (성매매) 업소 규모가 지금의 4~5배 돼도 영업할 수 있다. 수요가 훨씬 많다. 우린 365일 장사한다.” 과연 ‘평범한 남성들’의 폭발적인 수요에 힘입어 한국의 성 산업은 거대한 지하경제를 형성했다. 120억달러(약 12조9000억원), 세계 6위 규모의 시장(미 암시장 조사업체 ‘하보스코프 닷컴’, 2015). 이보다 더 큰 30조~37조6000억원 규모의 초거대 시장이라는 추정(형사정책연구원, 2015)도 있다.

물론 자신과 무관한 얘기라는 남성들이 많다. ‘2016 성매매 실태조사’에서도 “성구매 한 번도 안했다”는 남성이 49.3%였다. 단순히 “성매매를 ‘남성문화’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경계”하자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궁금하다. 성구매에 반대하는 그 많은 남성들은 어디 있을까? 한국 남성의 절반은 ‘안 한다’는데, 쏟아지는 성매매‧성착취 이슈 속에서 그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최근 보도된 ‘성매매 안 하는 남자들’ 인터뷰가 반가운 이유다. 전북여성인권센터에서 싹튼 남성 페미니스트 모임이다. 이들은 성구매의 본질을 정확히 짚었다. “(남성이) 사회 안에서 억눌려 있던 뭔가를 해소하려는 방식”, “나와 같은 존재를 파괴하는 권력을 쥔 데에서 오는 희열”, “(개인이 성구매 한다기보다) 남성 중심 사회에 포섭된 결과”.

‘성매매 안 하는 남자들’은 남성들이 성매매의 불평등‧착취 구조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휘황한 성 산업의 밑바닥에 착취당하는 여성들이 있다. 남녀 편가르기가 아니다. 타인을 해하는 욕망은 틀렸다고 인정하자는 얘기다. 성매매 피해 여성이 겪는 폭력도, 성매매가 드러낸 남성 내부의 폭력도 반성하자는 얘기다. 성구매 안한다는 남성을 별종 취급해 소외시키는, 권위적‧지배적 남성성을 유독 칭송하는 남성문화를 바꾸자는 얘기다. 한 남성의 말이 인상적이다. “(성매매) 피해 주체인 여성들이 견고한 성을 무너뜨리기는 쉽지 않을 거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남성들의 역할이 중요한 거 같아요. 그 성 안에서도 이 성이 무너지길 바라는 남성들이 있다는 거.”

정부가 정한 2019 성매매추방주간(9월 19~25일)이 막을 내렸다. 올해는 성매매처벌법 시행 15주년과 맞물려 더 뜻깊다. 남성 교수들의 ‘성매매 막말 대잔치’가 열린 일주일이기도 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은 자발적 매춘부”라는 남교수, “(한국) 여자들은 벌써 X녀 다 됐다. 방학이면 여자들이 일본 가서 몸 판다”던 다른 남교수. “유흥주점 가면 우리 대학 여학생들 많다”는 또 다른 남교수.... 사회적 권위를 쥔 남성들의 저급한 인식이 분노를 남긴 한 주였다.

막말이 창궐할수록 성착취에 찬성하지 않는 남성들의 목소리가 절실하다. 젠더 불평등한 사회에 태어나 왜곡된 남성문화 속에서 겪은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하면서, 타인의 고통도 끌어안을 준비가 된 남성들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더 많은 ‘성매매 안 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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