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방지법 15주년] (상) 디지털 시대 성매매 현주소
‘알선자-매수자-성매매여성’
기존 성매매 3자 구조
디지털 기술로 경계 모호
업소 광고하고 후기 쓰는
‘성매매 포털사이트’ 문제

한 남성이 한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살펴보고 있다.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아동 청소년 대상 성매매가 급증하고 있지만 현행 법으로 이를 제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거리의 성매매 집결지는 폐쇄되고 있으나 온라인 상 성매매 집결지라고 할 수 있는 성매매 포털 사이트는 단속을 피해 40여 곳 넘게 운영되고 있다. ⓒ여성신문 DB

업주, 사이트 운영하고
실장, 업주 대신 여성 관리
구매자, 후기로 성매매 권유

우리 삶을 바꿔놓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성매매 구조도 바꿔놨다. ‘알선자-구매자-성매매 여성’으로 이어지는 기존 성매매 3자 구조는 비교적 단순했다. 그러나 디지털을 경유한 성매매는 3자 구조의 경계를 허물고 변형했다. 그 중심에 이른바 ‘성매매 포털사이트’가 있다.

‘밤의 전쟁’(밤전) 등 다양한 이름의 성매매 포털 사이트에는 성매매에 관한 모든 정보가 모여 있다. 지역별·유형별 성매매 업소 광고부터 성매수 후기, 업소 예약, 성매매 관련 구인·구직까지 이뤄진다.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전국연대) 부설 여성인권센터 보다 활동가는 20일 서울 정동에서 열린 성매매방지법 15주년 토론회에서 “온라인 검색과 광고, 예약 시스템 덕분에 오프라인에서의 직접적인 광고나 간판이 불필요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남성들은 이메일을 통해 광고 스팸을 받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와 웹하드를 통해 후기를 접하고, 구글 등 포털을 통해 성매매 알선·포털사이트에 쉽게 접근한다”며 “성매매업소와 출근한 여성, 서비스 내용을 불법촬영된 영상과 사진으로 공유 받으며 인터넷 이용자는 성구매자가 된다”고 했다.

성매매 포털 사이트가 수면 위로 드러난 계기는 일명 ‘일베 박카스남’ 사건 때문이었다. 일간베스트(일베) 사이트에 ‘박카스 할머니와 성매매 했다’는 제목의 글과 함께 노년 여성의 주요 신체부위가 그대로 노출된 사진 4장이 게시됐다. 피해여성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댓글이 달리면서 논란이 커졌다. 수사 결과, 최초 게시자는 서울 A구청 소속 40대 남성 공무원이었다. 그는 성매매 포털 사이트에서 더 많은 포인트를 받기 위해 ‘후기’를 작성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이트 운영자는 성매매 후기를 많이 올리면 포인트를 부여했고, 포인트가 많은 회원에게는 성매매 ‘할인 쿠폰’을 제공했다.

‘밤전’은 운영자 잡히고 폐쇄
‘제2·3의 밤전’ 40여 곳 운영

‘일베 박카스남’은 성매매 후기를 올리기 위해 성매매 여성을 불법촬영했고, 노년 여성을 품평하고 비하했으며, 게시글이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지면서 성매매 알선과 조장까지 이어졌다. 성매매 포털사이트에 후기를 올린 성구매자가 성매매 확산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9월 전국연대 등 여성단체는 사이트 개발·운영자, 광고 게시자와 해당 성매매 업소, 후기 작성자인 성매수자 등을 공동 고발했다. 그 결과 회원 70만명이 넘는 최대 규모 포털사이트 ‘밤전’은 폐쇄됐고, 운영자와 개발자는 체포됐다.

그러나 밤전에 돈을 주고 업소를 광고한 업소, 후기를 작성한 성매수자는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거나 처분 결과를 제대로 알기 조차 어렵다. 밤전 사이트 한 곳에만 붙은 배너광고가 2300여개에 달한다. 이들은 30~50만원을 밤전에 내고 업소를 광고했다. 그러나 전국연대, 다시함께상담센터가 받은 처분결과서는 약 20개에 그친다. 이 마저도 성매매 여성만 처벌 받았고 후기 작성자로 추측되는 남성들은 성명불상자로 이들은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받고 풀려났다.

송봉규 한세대학교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지난해 ‘밤전’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하루 방문자수는 2만명. 제휴업소만 2339개에 달했다. 이곳과 제휴를 맺은 성매매 업소는 배너광고를 하거나 업소 종사자나 업소가 고용한 일명 ‘후기쟁이’가 성매매 후기를 올린다. 후기라 불리지만 업소 광고다. 분석 결과, 일주일 만에 1025개 업소에 대한 후기글 5144건이 올라왔다(7월4~10일). 웹사이트에 ‘성매매를 했다’는 범죄 자백이 쏟아지지만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점과 익명성을 이용해 법망을 피해간다. 사이트 운영자는 업소의 후기 작성·관리를 하고 할인 쿠폰 등을 지급하며 회원들을 업소로 유인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성매수를 하다 경찰 단속에 걸렸을 때 처벌을 면할 수 있도록 변호사 법률 상담부터 성매매업소 창업 컨설팅, 업소 운영을 위한 대포폰과 대포통장 업체까지 연결해줬다. 밤전은 지난 7월 사라졌지만 현재 온라인 상에 이같은 성매매 포털 사이트는 40여곳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곳은 서버를 해외에 두고 수시로 사이트 주소를 바꿔가며 단속을 피한다. 바뀐 사이트 주소는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남초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된다.

“성매매 후기 문화가
성 산업 유지하는 동력”

전문가들은 “성매매 후기 문화가 성 산업을 유지하는 동력”이라고 지적한다. 성매수자들은 성매매 포털 사이트 안에서 어떻게 하면 처벌을 피해 성매수를 할 수 있는지 정보를 공유한다. 이 안에서 성매매 여성들은 불법촬영과 개인정보 노출 피해를 입고, 더 많은 예약과 좋은 후기를 위해 원치 않는 프로필 사진 촬영 해야 하거나 성매수자의 요구에 ‘자발적’으로 응해야 하는 피해를 입는다.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한 여성을 처벌하는 현행 법이 여성들의 피해 입증을 더 어렵게 한다.

원민경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 성착취 대응팀)는 “성매매는 그 자체로 여성에 대한 폭력적, 착취적 성격을 갖는 범죄인데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익명성과 전파력을 고려할 때 포털 사이트를 통한 성매매 광고는 불특정 다수를 성매매로 유인해 성매매를 더욱 확산시킬 우려가 있으며 이로 인해 성매매처벌법의 입법취지가 퇴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원 변호사는 이어 “성매매 권유와 같은 중간매개 행위는 단순히 성매매 당사자를 매개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를 창출하고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해 성매매를 더욱 확산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는 불법성이 매우 높은 범죄”라며 “성매매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는 중간 알선 매개고리를 차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털 사이트들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폐쇄를 위한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대응, 사이트 관련자들에 대한 엄격한 법 적용과 처벌은 성 산업 축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