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강간죄 적용 8년 징역형 선고
2심, ‘협박·폭행‘ 없었다…
강간죄 대신 미성년자 의제강간 적용
대법원, 2심 판결 확정

법원.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법원.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채팅 앱으로 만난 10세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보습학원을 운영 중인 30대 남성에 대법원이 3년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가 해당 사건에 폭행·협박이 수반되지 않았기 때문에 강간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최협의’를 적용해 강간 공소 사실을 무죄로 판단하고 대신 ‘미성년자 의제강간’을 적용해 1심 판결인 징역 8년형을  뒤집고 징역 3년형을 선고해 논란이 일었던 터라 논란이 예상된다. 

25일 대법원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혐의로 기소된 이모(35)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씨는 지난해 4월 채팅앱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 A양(당시 10세)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서울 강서구 소재 자신의 집에서 A양에게 소주 2잔을 먹인 뒤 양손을 못 움직이게 하고 성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수사기관에서 성관계 자체를 부인하다가 DNA 검사 결과가 나오자 합의에 의해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씨가 폭행·협박으로 A양을 억압해 강제 성폭행했다고 판단하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범죄발생 경위와 범행 과정에 관한 A양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30대 남성인 이씨가 10세 아동인 A양의 몸을 누른 행위가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수준의 폭행·협박’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A양을 폭행·협박했다는 사실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영상녹화물에 촬영된 A양의 진술이 유일해 이를 공소사실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봤다. 영상녹화물에서 A양이 “이씨로부터 직접적으로 폭행·협박을 당한 사실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조사관이 “이씨가 누르기만 한 거냐”라는 질문에 A양이 고개를 끄덕인 점으로 볼 때 “A양이 만10세에 불과하다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영상녹화물만으로 이씨가 A양의 몸을 누른 행위가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정도의 폭행·협박으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2심은 이씨의 강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고 대신 미성년자 의제강간을 유죄로 인정,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미성년자 의제 강간죄는 폭행·협박이 없더라도 13세 미만이라는 점을 알고 간음하면 성립한다. 

2심 판결에 이씨와 검찰 모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2심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2심)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징역 3년을 확정했다. 

형법 297조 강간죄의 구성요건은 폭행 또는 협박이다. 그러나 전국 66개 성폭력상담소가 2019년 1월부터 3월까지 접수한 강간 상담사례를 살펴본 결과 1030명의 성폭력 피해사례 중  ‘직접적인 폭행 협박 없이 발생한 성폭력 피해 사례’는 71.4%, 735명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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